위상학에서의 매끈한 공간 개념과 들뢰즈/가타리의 매끈한 공간 개념은 어떻게 연관 되나요?

한국문학 대학원생입니다.
릭돌피언/이리스 반데어 튠의 <신유물론 인터뷰와 지도제작>을 읽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 즈음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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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학에서 매끈함[매끈한 공간]은 오늘날 대개 (수학에서) 소위 점 없는 위상학(pointless topology) 안에서 발전 되었다. 이것은 화이트헤드를 따르는 존스톤의 특성을 이어가며 부분전체 위상학이 된다. 여기서 우리는 어째서 들뢰즈와 과타리가 수학(더불어 음악)이 매끈한 공간들의 평탄성을 생산할 수 있다고 여겼는지 그리고 이에 따라 우리를 계속 따라붙는 이원론에 관한 재기술에 수학이 가장 적합한지도 확실히 알게 된다. 예컨대 존스톤의 장소 개념은 틀과 대립되는 것으로서, 그가 칭하는 대로 연속함수와 관련하여 형태론을 재사유할 수 있게 한다. 더이상 객체들에 관련되지 않으면서, 장소는 물리적 자연과 동등한 신체들의 당양성을 이미 언제나 포함하는 순수 형태론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수학(점 없는 위상학)은 카취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백터적 상태를 표면 위에 흩뿌림을 위해 제거하게 하는 경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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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가타리에게 매끈한 공간은 홈패인 공간과 대비 되며 설명됩니다. 바둑(비주체적인 알과 격자의 공시적인 장)은 매끈한 공간, 장기(본질주의적인 말과 통시적인 전쟁터)는 홈패인 공간이라는 비유를 듭니다. 여기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이것과 위상학에서 말하는 매끈함의 개념과의 연관성입니다.

  1. 위상학에서 말하는 매끈함은 무엇인가요?

  2. 저는 pointless topology를 함수에서의 x나 y값 같은 점이 아니라 (좀 더 거시적으로) f만을 가지고 새로운 사유를 하고 싶어하는 수학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바둑판과 같은 균질적인 장을 만드는 것과 연관되는지 모르겠습니다.

  3. 더불어 pointless topology에서의 격자와 바둑판의 격자와 같은 것은 아닌 듯한데, pointless topology에서의 격자 개념을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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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로서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드리기 힘들지만,

이 부분은 다소 의아합니다. 여기서 사용하신 'f'라는 기호는 아마도 함수(function)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함수란 정의상 한 집합과 다른 집합 사이의 대응 관계를 의미합니다. 즉, x의 값이 정해질 때 y의 값이 단 하나로 결정되는 관계가 x에서 y로의 함수 관계입니다. 그래서 x나 y가 아니라 f만 가지고서 새로운 사유를 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저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무엇인가가 '함수'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두 개 이상의 항들 사이의 관계가 전제되어야 하고, 두 개 이상의 항들 사이의 관계가 전제되지 않으면 '함수'가 아니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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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함수나 무한히 미분가능한 함수와 같은 특정조건을 만족하는 함수들의 공간(집합)을 상정하고 이 공간들이 다른 특정한 공간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논의를 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공간의 각각의 함수들에 대한 대응을 우라가 구체적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사전 배경조건에 따라 논의가 가능할 순 있습니다

전 pointless topology는 잘 모릅니다만... 위상학에서의 매끈함이라고 해서 특별한 성질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매끈함, 즉 뾰족함이 없는 (그래서 미분이 되는) 공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Pollack - Differential Topology 발췌를 첨부하겠습니다.

+) 전 수학 전공자가 아니니 너무 신뢰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학 전공자에게 물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더 추가할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면, "그렇다면 왜 위상수학에서는 매끈함을 다르게 정의하지"? 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위상수학 책들을 보면 제가 말한 것처럼 정의하지 않으니깐요 (발췌한 책도 정의를 할 땐 저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것에 대한 답을 남겨야할 것 같습니다. 제 짧은 수학 지식으로 이해한 바는, 위상수학에서 매끈함을 다르게 정의하는 이유는 더 엄밀하고 일반적인 정의를 하기 위해서지, 다른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기울기를 배운다고 해봅시다. 맨 처음에 우리는 f(x) = ax의 형태에서 x앞에 붙어있는 것이 기울기라고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 후 우리는 미분에 대해서 배우게 되고, 여러 형태의 함수들을 미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미분의 정의는 기울기와 다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울기와 미분의 정의가 본질적으로 다른가? 라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진 않습니다. 다만 미분은 기울기의 개념보다 더 일반적일 뿐이지요. 매끈함도 같습니다. 다만 뾰족하다는 것은 주관적일 수 있으니 그것에 대한 엄밀한 정의를 내리고, 그것을 일반적인 공간에 대입한 것입니다. 혹시나 해서 수정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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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단위인 점을 일부러 배제하고, 여러 함수 사이의 관계만을 보는 것이 점 없는 기하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좀 더 흥미로운 기하학적 도형을 추출하고, 어떤 본질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문서를 참조해서 이해하려고 노력 중입니다ㅠㅠ
https://ncatlab.org/nlab/show/point-free+topology
이것의 수식 부분을 설명해주실 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수학을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x와 y라는 변항이 그 자체로 점 개념을 함의하지는 않습니다. 논의 영역(universe of discourse)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변항에는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변항에 반드시 ‘점’이라는 특정한 대상만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변항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점’이라는 특정한 대상에 존재론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아닌 거죠. (적어도, 제가 아는 범위의 논리학에서는 그렇습니다.) 따라서 점 개념을 배제하기 위해 x와 y라는 변항 자체를 없애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그런 변항들 없이 함수가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지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수식 부분이 너무 많아 어떤 부분을 정확히 원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YOUN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X와 Y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제 짧은 지식으로는 pointless topology가 최소단위를 점이 아닌 bundle로 가져간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수가 존재한다면 f:X->Y가 존재하지만, 이 함수의 정의역/치역을 다룸에 있어 최소단위가 점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첨부 링크를 보아하니, Banach-Tarski Paradox를 풀어주는군요. 흥미롭습니다. 제가 알기로 저 paradox는 무한의 크기가 너무 커서 측도 함수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생기는 역설입니다. 예를 들어, 한 도형이 실수적 공간 안에 있다면, 그 점 하나 하나를 다 포괄하는 측도함수를 설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무리수를 집합에 들여오면서 생기는 오류입니다. 측도 함수를 X->Y로 설정하려면 X안에 있는 모든 x들을 인덱스 시킬 수 있어야합니다. 그래야 측도함수의 공리를 만족시킬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대표적인 측도함수는 확률 측도입니다. 만일 우리가 주어진 이벤트들의 확률 함수를 다루고 싶다면 모든 확률의 값을 다 더 했을 때 1이 나와야겠죠? 그렇기 때문에 확률 측도 함수는 모든 경우의 수를 인덱스 시킬 수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무리수가 들어오는 순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는 Cantor's Diagonalization을 참고하세요. 칸토가 유리수는 인덱스가 가능하다 증명했지만 무리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무리수가 들어간 집합은 인덱스를 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도형은 이리저리 나눠서 똑같은 부피 (부피도 측도 함수의 하나입니다) 의 도형을 만들 수 있다 -- 이것을 Banach-Tarski Paradox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실수는 너무나도 혹은 무한히 꽉 차 있어서, 그것을 분해해도 계속 생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것은 무리수가 갖고 있는 점의 무한성 때문입니다. 최소단위를 점으로 잡는 순간, 우리가 생각하는 X와 Y는 너무나도 밀도가 높고 무한해 측도 함수를 다룰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단위를 공간으로 잡는 순간 이 문제는 해결이 됩니다. 마치 제논의 역설,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infinite divisibility, 칸트의 manifold 등을 생각나게 하는 이론이군요. 존재도 알지 못했던 수학의 영역인데 알게 돼서 재밌네요. 좋은 정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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