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유대인 학자들의 정치/철학적 견해

(1)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초미의 관심사이죠. 매일 불길한 뉴스가 전해지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소식들을 듣고 있다가 그동안 이루어진 이스라엘과 유대인,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대하여 유대인 학자들이 한 정치/철학적 사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들의 저서들을 아주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2) 제일 먼저 거론하고 싶은 책은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유대성과 시온주의 비판>이라는 책입니다. 버틀러 자신이 유대인이긴 하지만, 그는 시온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책에서 팔레스타인 출신의 학자이자 '오리엔탈리즘'으로 너무도 유명한 에드워드 사이드의 사유를 검토, 수용하는 흐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내적 화해가능성에 대한 작은 희망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또, 책 안에서 소개된 프리모 레비가 《일 마니페스토》에 썼다는 다음의 문장은 매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유대인이다. 그리고 오늘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인들의 유대인이다.”

(3) 노먼 핀켈슈타인은 철학자라기보다 정치학자라고 해야 할 인물인데요, 그의 부모가 제가 알기로는 독일 유대인 수용소의 생존자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오니즘을 비판하는 글들을 많이 발표했죠. 그 중에 국내에 번역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이미지와 현실 - 시오니즘 지식 권력은 어떻게 진실을 왜곡했나?>라는 책이 소개할 만한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 핀켈슈타인의 어머니가 했다는 한마디가 정곡을 찌르는 것 같아요.

"그 땅에 태어났다는 것 말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무슨 죄가 있나?"

노먼 핀켈슈타인의 다른 저서 중 <핀켈슈타인의 우리는 너무 멀리 갔다 - 은폐된 학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은 서방 언론에서 전하지 않은 실상들을 생생히 전하고 있는 책입니다.

(4) 노엄 촘스키도 역시 빼놓을 수 없겠죠. 그도 역시 유대인이면서 시오니즘과 제국주의적 정책에 반대합니다. 그의 저서 <촘스키, 고뇌의 땅 레바논에 서다>에서는 헤즈볼라의 지도자와 직접 만난 이야기 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서구 '주류'언론의 내러티브를 너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해요. 누가 어떤 행위를 했다고 자극적인 보도를 하면 확인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데 익숙하기도 하고요. 저는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 옹호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진실은 때로 겹겹이 싸여 있어서 충분히 숙고를 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을 읽어보면 아마도 그 숙고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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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전에 레비나스 책을 참 좋게 읽었는데,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그분의 현실 정치적 입장에 대해 들은 이후로, 좀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2. 주류 언론의 입장이라는 게 대중 의견을 모으거나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걸 감안하면, 네 그게 무섭구나 싶긴 하더라구요. 특히 이스라엘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고 독일 언론이 그 사안을 다루는 걸 볼 경우,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입장에 있어서 그 어떤 Relativierung도 허용되지 않는다가 주류 의견인 듯하더라구요. 반유대주의에 대한 어마어마한 강박적 두려움이 있는 듯요. 음벰베가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가 한창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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