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전과자 유튜브 영상에 해당 주제로 얘기하는 철학과 학생들의 모습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서강올빼미 게시물에서도 그에 대해 이야기가 있어서 재미있어보여 아예 글을 남기고 갑니다.

전 "닭"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저 문제를 다룰 때 닭의 정의가 무엇인지, 달걀의 정의가 무엇인지 다투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정의라고 할지라도 아래의 명제를 만족시키는 정의여야할 거 같습니다.

달걀은 유체이다. 달걀은 성장해서 닭이 될 가능성이 있는 무엇인가이다.

우리는 성체가 "유체에서 자라난 것"이라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이 생각을 과한 수준으로 보편화합니다. 전 생명체, 그리고 국가(미숙한 국가에서 성숙한 국가)로 나아가서 우주(뜨거운 우주에서 차가운 우주)로 확장(그닥 엄밀한 의미는 아니지만)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성장하고 노화하는 개체"라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성장하고 노화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최초의 생명체는 성장도 노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 환경이 허락한만큼 분열을 통해 번식을 한거죠. 그리고 그 이후에는 몸의 일부가 떨어져나가 개별 개체가 되는 번식 방법을 가진 종이 탄생했습니다. 이를 닭의 케이스로 보면, 최초의 "닭"은 분열을 하거나 하니면 "날개"를 던져서 새로운 "닭"을 만들었던 겁니다. 사실 "노화"라는 컨셉 자체가 상당한 진화의 산물입니다. "노화"는 종의 번식에 상당한 이점을 주기 때문에 자연선택된 것입니다. "노화" 그리고 "유성생식" 같은 개념이 모두 생기고 나서 "닭"이든 "닭의 조상"이든 알을 낳게 된거죠. 사실 위 명제에서 "성장해서 닭이 될 무엇인가"가 만들어지려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진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성장해서 x가 되는 개체는 최초 생명체가 존재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 존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래의 명제는 이 문제를 본 사람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닭의 조상은 닭이다

닭의 조상의 조상도 닭이 됩니다. 그리고 최초 생명체는 당연히 닭의 조상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최초 생명체는 닭입니다.
정리하면...

  1. 닭의 조상은 닭이다.
  2. 최초 생명체는 닭의 조상이다.
  3. 1,2에 의해서 최초 생명체는 닭이다.
  4. 달걀은 성장해서 닭이 될 가능성이 있는 무엇인가이다
  5. 성장해서 x가 되는 개체는 최초 생명체가 존재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 존재하기 시작했다
  6. 3, 4,5에 의해 달걀은 닭이 존재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 존재하기 시작했다.

TMI) 철학자는 아니지만 스티브 잡스가 인터뷰 중에 "죽음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있지 않았다. 삶이 발명한 것이다. 발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초창기에도 생명체는 다 죽었습니다. 다만 "노화로 인한 죽음"은 없었고, 벼락을 맞거나 더 큰 포식작에게 잡혀먹는 죽음만 있었던 거죠. 즉 젊은 개체나 나이든 개체나 사망률에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자연선택된 것이고, 자연선택된 것에는 생존상 이점이 있다는 것이죠. 일론 머스크는 질문에 답을 남겼습니다. "나이든 사람은 의견을 바꾸지 않는다. 그냥 죽는다. 그게 사회를 발전시킨다"

이 논제에 더해 다음 논제,

(AfromI) 모든 성체는 유체로부터 성장한 결과물이다

가 더해진다면 오히려 역으로 달걀이 닭보다 먼저인 것이 명백해지지 않는가요?

1개의 좋아요

그건 의도적으로 배재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래에도 설명했다시피 유체에서부터 성장하지 않고, 번식 가능한 상태가 되는 생물들이 많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