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의 논고중 요소명제에 대한 질문

요소명제는 아직까지 철학에서 논의중인 주제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드가 요소명제와 유사하다는 의견을 제게 이야기한적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오히려 대상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예전 김영건 선생님께서는 모나드가 대상에 가깝다고 이야기하신게 기억납니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요소 명제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정답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논의 대상이라구요.

모나드란 "세계와 우리 언어가 반드시 대응되어야 하고, 우리 언어의 이름과 대응되는 대상이 무엇인지 하는 것은 나중에 과학에 의해서, 혹은 이상과학에 의해서 밝혀 진다고 주장하는 견해 혹은 해석"이 있다고 했을때, 이런 주장은 종교와는 아주 거리가 멀고 아마 모나드의 경우에도 종교가 아니라 철학적 사변의 결과일 것이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요소명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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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셀의 논리적 원자론으로부터 카르납의 논리실증주의에 이르는 초기 분석철학의 논의들은 모두 '요소 명제' 혹은 '원자 명제'라는 개념을 전제하고서 세워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요소 명제는 그 철학들이 제시한 '분석(analysis)'이라는 기획이 무너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해요. 다른 명제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상호 독립적인 명제들의 목록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이후의 많은 철학자들에 의해 비판의 대상이 되었거든요.

(2) 비트겐슈타인 본인부터가 소위 '색깔 배제 문제(color-exclusion problem)'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요소 명제의 허구성을 인정하게 되었죠. "이것은 빨갛다."와 "이것은 파랗다."라는 아주 단순해 보이는 명제들조차도 논리적 모순 관계 따위로는 분석될 수 없는 아주 복잡한 연관을 맺고 있으니까요. 쉽게 말해, 동일한 사물에 대해 "이것은 빨갛다."가 참이면 "이것은 파랗다."는 거짓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두 명제는 상호 독립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그 두 명제 사이의 연관성이 제대로 분석될 수가 없죠. "이것은 빨갛다."와 모순적인 명제는 "이것은 빨갛지 않다."이지 "이것은 파랗다."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이 이 두 명제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해명하기 위해 이후에 온갖 시도를 다 해보다가 결국 실패하게 되어서 자신의 전기철학을 포기하게 되거든요. (a) 저 명제들 자체는 실제 현실에서 상호 배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요소 명제가 아니지만, (b)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논리적으로 연관이 있지는 않은데, (c) 도대체 저 명제들을 어떻게 요소 명제로 분석해야 둘 사이에 성립하는 상호 배제 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답이 안 보였으니까요.

(3) 게다가, 요소 명제의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에요. 러셀, 비트겐슈타인, 카르납 등은 과학이 언젠가는 그런 단순한 명제들의 목록을 발견해 줄 것이라고 믿었을 뿐, 본인들이 직접 "이것이 요소 명제다."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죠. 여기에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데, (a) 그 철학자들은 요소 명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밝히는 작업이 철학의 역할이 아니라고 보았기도 하고, (b)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애초에 그런 식의 단순한 명제 자체가 원리상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죠. 특별히, 셀라스가 잘 지적하듯이, "x는 F처럼 보인다(x looks F)." 같은 감각 지각에 대한 진술들조차 사실 인식 주체가 놓인 여러 가지 배경 상황에 대한 이해를 전제하고만 의미 있게 말해질 수 있으니까요. '단순한' 명제를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애초에 잘못된 거죠.

(4) 요소 명제가 '대상'과 유사하다는 건, (어떤 맥락에서 제시된 이야기인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다소 오도적인 설명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러셀이나 비트겐슈타인은 (약간 논란이 될 수 있는 표현을 굳이 사용하자면) '사물 존재론'이 아니라 '사실 존재론'을 받아들이거든요. 세계가 '사물들의 총체(die Gesamtheit der Dinge)'가 아니라 '사실들의 총체(die Gesamtheit der Tatsachen)'인 거죠.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개별 사물들이 '사실'이라는 특정한 맥락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요. 가령, 우리가 그냥 고양이 자체에 대해 생각할 수는 없고, "고양이가 매트 위에 있다."처럼 일정한 맥락 속에서만 고양이에 대해 떠올릴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언어를 이루고 있는 각각의 단어가 각각의 사물에 대응하기는 하지만, 세계를 이루고 있는 기본 단위는 '사물'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언어를 이루고 있는 기본 단위도 '단어'가 아니라 '명제'인 거고요. '사실'이라는 맥락을 벗어나서 단순히 사물 자체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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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답변 감사합니다 ^^
.제가 다시 확인해보니 김영건 선생님께서는 모나드가 대상에 가깝다고 이야기셨습니다 . 실수를 했네요. 선생님께 죄송 ㅜ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요소 명제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정답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논의 대상이라구요.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