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과 고전 귀납논리에 대한 질문

학부생인데 얼마전 귀납논리 관련 수업에서 확률에 대해서 다루는데 제가 조건부 확률이나 연언 선언 등을 연역논리와 연관지어 이해하던 중 확률 개념도 진리표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겠다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교수님께서 이미 비트겐슈타인이 고전 귀납논리를 체계화하는 시도에서 이미 실패한 전략이라고 그렇게 이해하는게 좋지는 않더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비트겐슈타인이 귀납논리를 진리표를 통하여 체계화하려는 작업물을 번역문이든 원문이든 자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구글링해도 관련 논문이 안나와서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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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씀하신 교수님께 직접 여쭤보는게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요? 교수님들은 원래 이럴때 물어보라고 있는 존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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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콰인 때까지만 하더라도 고전논리 이외의 다른 논리학이 철학에서 일반적으로 쓰이지는 않아서요. 비트겐슈타인이 귀납논리를 체계화하였다는 설명이 아주 일반적인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논고』 같은 저작도 프레게의 『개념표기』나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수학의 원리』에서 제시된 논리학을 기본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어요. 다만, 『탐구』의 규칙 따르기 논의가 이후에 크립키 때문에 귀납의 역설과 자주 연결되기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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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귀납논리를 체계화하려는 시도]가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는 따져 보아야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비트겐슈타인은 그런 시도를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확률 개념을 진리표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겠다 싶은] 아이디어가 비트겐슈타인 본인에 의해 그리고 비트겐슈타인과 관련된 인물에 의해 제기된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그것이 실패한 전략이며 그렇게 이해하는 게 좋지는 않은 것도 맞습니다.

비트겐슈타인 본인의 확률 논의가 궁금하시면 논고의 5.15~5.156을 찾아보세요. 혹은 앞뒤로 범위를 조금씩 확장해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시기인 1921년에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수학 원리에 기반을 두고 A Treatise on Probability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후 1950년에 루돌프 카르납이 Logical Foundations of Probability라는 책도 썼습니다. 이 둘은 직간접적으로 비트겐슈타인과 관련 있는 자들입니다. 논고를 포함하여, 이런 저작들의 견해는 확률에 대한 논리적 해석으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확률 해석은 현대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현대의 표준적인 확률 해석은 빈도주의Frequentism 해석입니다.

또 비트겐슈타인과 관련 있는 자가 비슷한 시기에 확률 해석을 가지고 주장을 편 바 있는데요. 프랭크 램지는 1926년에 Truth and Probability라는 에세이를 썼습니다. 이 에세이에서 램지가 주장한 바는 주관주의subjectivism 해석입니다. 이것도 표준적인 확률 해석과는 다르지만, 확률에 대한 베이지언Bayesian 해석과 연관성이 있을 겁니다.

더 알아보고 싶으신 바가 있으시다면 확률 해석에 관한 논의를 찾아보시면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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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납논리를 체계화하려 했다는건 제가 잘못 이해한 표현인 거서 같네요. 확률에 대한 해석을 진리표로 시도한 비트겐슈타인의 논고 일부분이 제가 찾으려던 것 같아요.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부분에서, 귀납논리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아이디어는 이런 겁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연역 논리는 타탕성(Validity) 개념으로 전제가 결론을 100% 함축하는 것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면, 귀납 논리는 전제가 결론을 1~99% 부분적으로 함축하는 것에 대한 분석을 시도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아이디어는 전제가 참인 경우들 중에서 결론이 참인 경우들의 비율(ratio)을 통해 전제가 결론을 함축하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제1] A->C
[전제2] C
따라서, [결론] A

이를 진리표로 분석하면, 전제가 참인 경우들 중에서 결론까지 참인 경우들의 비율이 1/2이라서, 부분 함축의 정도를 1/2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접근을 흔히 '고전 귀납논리'라고 부를 거예요.

[A] [C] - [A->C] [C] -- [A]
T-----T------T-----T--------T
T-----F------F-----F--------T
F-----T------T-----T--------F
F-----F------F-----F--------F

고전 귀납논리가 실패한 부분은 그것이 '경험으로부터의 학습(learning from experience)'을 포착하지 목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석에 의하면, 까마귀 색깔에 대해 조사하는 과학자가, 10마리의 까마귀가 검은색이란 걸 발견해도 11번째 까마귀가 검은색이란 걸 1/2 정도로 함축한다고 말하고, 1000마리의 까마귀가 검은색이란 걸 발견해서 1001번째 까마귀가 검은색이란 걸 1/2 정도로 함축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경험에 의한 학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카르납은 경험으로부터의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귀납논리를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카르납의 시도(카르납의 귀납논리)도 지금에선 실패로 여겨지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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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납논리 공부하다가 문뜩 진리표를 이용해서 확률을 구하면 직관적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여쭤본거 였는데 이미 시도도 이루어졌고 수차례 실패도 했다는 것이 신기했네요…
친절하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