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철학과 소개 영상

유튜브 전과자 채널에서 최근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다녀왔네요. 재밌게 봤습니다.
여러분은 닭과 달걀 중 어떤게 먼저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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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사전에 검색하니 달걀을 정의가 "닭이 낳은 알" 이더라구요. 닭이 먼저가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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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도 대부분이 비슷한 설명을 통해 닭이 먼저라고 합니다. ㅎㅎ

그 정의에 의해 달걀보다 닭이 먼저라는 주장을 조금 수정해서, 저는 발생적으로는 달걀이 먼저지만 개념적으로는 닭이 먼저라고 주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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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 끊임없이 특정 제품을 광고하더군요. 이런 걸 비판하는 게 철학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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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
사전의 정의가 달걀의 개념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일단 “달걀”은 ‘닭을 내는 알’과 ‘닭이 낳은 알’ 중 하나를 의미함 직한데, 통상 두 경우는 같은 경우이므로 구분을 하지 않고 “달걀”을 사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달걀”의 적합한 의미가 전자라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1) 닭이 메추리알을 낳았다.

‘X-알’이 ‘X가 낳은 알’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주격 해석, ‘X를 내는 알’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목적격 해석이라고 합시다. (1)은 주격 해석에 따를 때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입니다. 달걀은 메추리알일 수 없으므로, 닭이 낳은 알이 메추리알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1)은 그 자체로는 무의미하고, 화용론적으로 다음 중 하나를 의미할 뿐이라고 답할지도 모릅니다:

(2) 닭이 메추리가 낳은 알과 닮은 것을 낳았다;
(3) 닭이 몸에서 메추리알을 배출했다.

하지만 이 두 해석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상황은 여전히 상상함 직하며, 따라서 (2)나 (3)이 아닌 방식으로 (1)을 이해하는 경우가 가능해 보입니다:

[세상에 이런일이] A 마을의 한 닭이 모종의 돌연변이로 인해 메추리알을 낳았고, 성공적으로 메추리알을 부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따. 생물학자들은 이것이 2년 전 일어난 B 사건으로 인해 공교롭게도 그 닭은 메추리알과 생물학적으로 꼭 같은 알을 낳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일이 자연에서 일어날 확률은 거의 0이지만, B 사건의 위력은 이러한 사태를 발발시켰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는 말이다.

혹 ‘메추리알’이 세상에 이런일이 사례에서 닭으로부터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이 경우 (1)-(3)에서 ‘메추리알’을 ‘달걀이 아닌 알’로 고쳐 읽고 세상에 이런일이 사례를 고치면 될 것입니다.

한편 달걀을 ‘닭을 내는 알’로 볼 이유가 있습니다. (1)을 뒤집어서,

(4) 우리 동네 메추리가 달걀을 낳았다

의 경우를 고려해 봅시다. 이 경우 역시 (2)나 (3)에 상당하는 화용론적 해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4)가 세상에 이런일이 사례와 같은 경우로 해석될 수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위는 다음을 보여줍니다:
(i) “달걀”이 ‘닭이 낳은 알’을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ii) “달걀”이 ‘닭을 내는 알’로 이해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경우가 있다.

이는, 아주 강하지는 않더라도, “달걀”의 더 자연스러운 사용은 목적격 용법을 따름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달걀과 닭의 우선성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최초의 닭을 고려할 때, 이 닭은 목적격 해석을 고려하자면 달걀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한편 그 달걀은 우리의 가정상 다른 닭에게서 나온 것일 수 없으며, (주격 해석을 덜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김에 따라) 다른 닭에게서 나온 것일 필요도 없습니다. 따라서 달걀은 닭보다 우선합니다. 논증 끝.

흥미롭네요. 물론 장난삼아 다신 거겠지만 살짝은 진지충 모드로 들어가겠습니다 (예전에 @wildbunny 님한테 진지충으로 대한 적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합니다.).

조금 헷갈리는 게 있는데, 개념적으로 닭이 먼저라는 하신 건, 알이 성장하기 위해 닭을 전제해야 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닭이라는 blueprint가 없다면 알은 성장할 수 없으니깐요. 그런 면에서는 닭이 먼저라고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닭 역시 알에서 자라온 생명입니다. 그런 면에서 닭 역시 알을 전제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닭과 알의 관계에서는 순서가 정해질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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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네요. 해당 영상에서도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닭의 조상이 되는 것이 알을 나았는데 거기서 탄생한 돌연변이가 닭이 되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물론 그 분은 돌연변이로 탄생한 닭이 먼저라고 했는데 사실 그 시초는 따지고 보면 돌연변이로 탄생할 닭을 품고 있는 알이 먼저라고 봐야겠네요.
결국 우리가 직관적으론 닭이 나은 알이라고 단어를 바라보지만 실제로 파고들면 닭을 탄생시킨 알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군요.

(1)

어제 밤에 뜬금없이 친구가 이걸 물어봤을 때, 전 걍 원시유기체라는....돌연변이 닭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어쩌고저쩌고를 답해줬는데.

현답이였군요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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