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철학 혹은 논리학 번역어에 관한 질문입니다

논리학이나 언어철학에 관한 글을 보면 대충 맥락상 어떤 문장 속에서 대상을 양화된다는 표현에 대해 exemplify나 instantiate을 혼용해서 쓰던것 같은데, 이 둘 단어의 정확한 차이가 무엇일까요?

https://philosophy.stackexchange.com/questions/8953/what-is-the-difference-between-instantiate-and-exem

여기에 같은 질문이 올라와 있습니다. 올려진 답변 중 instantiation은 좀 더 일반적이고 exemplifying은 관념적 대상의 예로만 받아들인다는 것이 있네요.

여기에서 댓글은 exemplifying이 ‘관념적’ 예시라는 의미에서 “ideal”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이상적’ 예시라는 의미에서 사용했다고 읽힙니다.

다만 저는 이 설명이 좋은 설명같지는 않다고 느낍니다. Instantiation이 훨씬 일반적인 개념이라고는 저도 생각하지만, 제 의미 직관에서 exemplification을 특징짓는 것은 그게 가장 이상적인 예시라는 점이 아닌, 그것이 예화하는 특성의 종류입니다.

가령, 색상표의 견본은 해당 색상에 대한 좋은 exemplifier입니다. 반면 1학년 3반 28번 김개똥 학생은 1학년들, 3반 학생들, 28번인 사람들의 instance이더라도 exemplifier같지는 않습니다. 바흐의 컴포지션들은 조성 음악의 exemplifier인가? 제게 이건 좀 애매합니다.

사례들을 보며 생각하기로는, instantiation은 어떤 클래스에 포함되는 것만으로 성립하는 관계인 한편 exemplification은 그 클래스가 예화하는(!) 속성의 본질적 특성을 intrinsic하게 가질 때 성립하는 관계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위 스택익스체인지 답변 중 나오는) 임재적 실재론자들이 ‘instantiation’보다 ‘exemplification’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다만 통상 이를 구분할 필요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래서 둘 다 ‘예화’라고 옮기면 그만입니다. 다만 번역어로서가 아니라, 각각에 상응하는 뉘앙스를 국어에서 사용해야 할 때는 있더라고요. 저는 이 경우 ‘예화’를 ‘instantiation’에 상당하는 것으로 고정해 놓고, ‘사례화’/‘예시화’/‘예증’ 등을 ‘exemplification’에 상당하는 의미로 사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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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카르납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더 명료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