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이 사진이 <하버드생 레전드ㄷㄷㄷ> 혹은 <하버드생의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고 있더라고요. 아마 그 글의 작성자 분은 이런 생각을 한 것 같네요.
사스가… 하버드생. 마이클 샌델의 질문을 그 자리에서 해결해 버리네?! 그 유명한 샌델 센세조차 "학생은 방금 내 질문을 망가뜨리고 말았어요!"라고 하지 않았냐? 이거 샌델 패배 선언 아님?!
그런데 이런 사진을 보고 있는 철학과 대학원생은 속이 뒤집어집니다. 샌델이 한 말은
학생은 방금 내 질문을 망가뜨리고 말았어요!
가 아니라,
학생은 방금 내 철학적 질문의 요점을 망가뜨리고 말았어요!
였으니까요. 더 알아듣기 쉽게 번역하자면,
야, 이 똥멍청아, 내가 지금 그걸 묻고 있는 게 아니잖아? 말귀를 못 알아먹냐?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즉, 샌델은 결과주의 윤리에 대한 반례로 저 질문을 제시한 것이죠. 결과주의 윤리에 따르면, 모든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바로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잖아요. 일종의 공식처럼 표현하자면,
모든 행위 x에 대해서, x가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인 행위라면 x는 도덕적 행위이다.
(∀x)(Ux → Mx)U: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다.
M: 도덕적이다.
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 주장에 대한 부정은
"모든 행위 x에 대해서, x가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인 행위라면 x는 도덕적 행위이다."라는 주장은 거짓이다.
~(∀x)(Ux → Mx)
일테고, 위와 논리적 동치인 주장은
어떤 행위 x에 대해서, x가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인 행위이더라도 x는 도덕적 행위가 아니다.
(∃x)(Ux & ~Mx)
이죠. 샌델은 바로 이러한 행위 x에 해당하는 사례를 제시한 거고요. 즉, 1명을 희생시켜서 시한부 환자 5명을 살리는 행위가 썩 도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거죠. 비록 이 행위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인 행위이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을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살해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 저 학생의 답변은 도덕철학의 쟁점이나 논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어요. (a) 제시된 상황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상황'이 아니라 결과주의 윤리의 허점을 지적하는 '반례'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b) 사람을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가 쟁점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것과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것 중에서 '무엇이' 도덕인지가 쟁점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거죠.
그런데도 저 학생의 답변이 마치 도덕철학적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인 것처럼 SNS에서 돌아다닌다는 게 역설적이네요. 사실, 이 사례뿐만 아니라, 철학이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사례들을 볼 때면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곤 합니다. 실제 철학의 쟁점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잘못된 이야기들이 자주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칭송받을 때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봐야할지 막막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