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는 아직도 유효한가요?

철학을 공부할 때 아직도 프로이트가 유효할까요? 물론 이런 질문을 할 땐 대부분이 유효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질문의 범위 자체가 굉장히 크다는 것도 인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질문하기 위해선 저조차도 정확히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 감이 안 와서 이렇게 거친 질문드리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물론 전문적인 곳은 아니지만- 프로이트가 이젠 심리학 쪽에선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의 이론은 사장되었다. 이런 말을 조금 많이 봐왔습니다.

저 스스로도 그의 이론을 보면서 일명 '뇌피셜' '끼워맞추기' 식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꽤 있었고요. 하지만 그의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살짝 이렇게 느껴집니다.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천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프로이트도 이것과 비슷한 경우일까요? 아니면 여전히 공부를 할 필요가 충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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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심리학의 관계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물리학의 관계와는 다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물리학의 관계는 전과학과 과학의 관계라면 프로이트와 심리학의 관계는 유사과학과 과학의 관계입니다.
심리학에서 프로이트에게 가지는 불만은 실증적 입증 단계를 건너뛴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 단계를 거치지 못한 많은 정신분석학적 개념과 이론들이 폐기됐습니다.
그런데도 정신분석학이 아직까지 학문의 전당에서 살아있는 것은 임상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을 임상심리와 실험심리로 구분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험심리에서는 위에서 제가 말한 것과 같이 대부분이 폐기됐지만 임상심리에서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 살아남은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또는 교수들 중에서 정신분석학 또는 융의 분석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그런데 임상심리이론 교과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로이트 이후의 임상심리이론가들 중에서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회의를 느껴 자신의 새 이론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고 정신분석학의 효용성이 뒤떨어진다는 것(치료가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치료된다고 하더라도 치료되는 사람들을 보면 평균 3년 정도의 그리고 주당 많은 수의 회기를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러니 돈도 많이 들어갑니다.)을 들어 이탈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신분석학의 종언은 더 크게 울려 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프로이트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대에도 반정신분석학적 진영은 있었으며 그 의견을 수용해 정신분석학 내부에서도 이론적 분파가 생겼습니다.
프로이트가 하던 정신분석학을 고전 정신분석학이라 부르며 이드에 강조점이 찍혔다고 봐서 이드심리학이라고도 부릅니다. 이후 자아에 강조점을 두는 자아심리학, 대상관계에 강조점을 두는 대상관계학파, 자기에 강조점을 두는 자기심리학, 상호주관성에 강조점을 두는 상호주관성 학파가 생겨났습니다.
여기서 주류는 자기심리학, 대상관계학파, 상호주관성학파입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그대로 수행하는 현대 정신분석학자는 없다고 보시면됩니다.
그러니 현재 질문자가 가지고 계신 정신분석학에 대한 생각은 고전적일 가능성이 높아서 유효한가 아닌가를 따질 때는 위의 것들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패트리샤 처칠랜드의 <뇌처럼 현명하게>(Brain-Wise: Studies in Neurophilosophy, 2002)
를 봤는데요. 여기서는 신경과학적 성과로 융의 분석심리학적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실증적 입증 불가능성으로 배제하기만 하는 양상은 아닐 것이라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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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철학을 공부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물리철학을 공부하신다면 프로이트를 공부할 이유가 큰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헤겔이나 포스트모더니즘 쪽으로 가게 된다면 공부할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