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된 동기와 삶의 의미

응우옌은 [게임:행위성의 예술]에서 때때로 인간은 행위에 있어서 동기를 특정 행위 속 목표에 두는 것(구체적으론 게임에서의 승리)이 아닌 그 목표를 추구하는 척 몰입하며 그 이전의 과정, 즉, 행위에서 진정한 동기를 가진다고 말한다.

-이 요약은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응우옌이 말하고자 하는 형식적 구조에는 들어맞지 않을까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우리는 다크소울을 할 때, 보스를 잡고 엔딩을 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다크소울을 하는 행위의 동기가 정말로 '보스를 잡는다', 그리고 '엔딩을 본다'에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저 처음부터 버그를 써서 목표를 성취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없진 않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방식의 게임 플레이가 의미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 그가 그 게임의 하는 동기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즐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그럼에도 우리는 그 행위를 하는 동안 '보스를 잡고', '엔딩을 보는 것'이 진정한 목표인듯 설정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짜 동기(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 속 즐거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특정 행위를 할 떄, 결과를 우리 행위의 진정한 동기인 양 생각해야만 진실된 동기에 걸맞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난 응우옌이 게임 플레이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본 설명이 삶의 의미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를 말하면서 우리는 '객관적 가치' 그리고 '주관적 가치'이 두 측면 중 하나를 혹은 둘 다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즉 특정한 성취를 삶의 의미에 중요한 측면으로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응우예의 설명을 비스듬히 적용해본다면 그런 가치의 성취는 '진짜 동기'에 걸맞는 행위를 하기 위한 가정된 동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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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글이네요.

특히, 이 대목에서 제가 철학을 공부할 때 갖는 심적 상태가 떠오르네요. 개인적인 얘기를 풀어놓는 곳에서 저는 적어도 저에게는 철학이 단순한 학업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은둔하는 기술(anachoresis)에 가깝다고 자주 말해요. 최근 박사 입시를 위해 철학사 공부를 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그러한 말을 했었네요.

내가 애써 외면해왔던 그러나 공부해야 마땅한 것들의 목록이 이번에 철학사를 공부하면서 차츰차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떠오른다. 그러니 내게 철학사 공부는 연구를 위한 밑거름을 뿌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부끄러워하면서도 잊어버리곤 했던 것들을 반추하는 자기반성적 작업 혹은 자기비판의 시도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재미없었던 철학사 공부에 그나마 흥미가 붙었다. 이제 그것은 단순 공부가 아니라 과거의 내가 저지른 잘못을 마주하는 동시에 조금 더 나은 나를 형성해나가는 작업이다. 역시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 것은 단순한 철학 공부가 아니라 그를 통한 자기반성 또는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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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본질은 재미라고 비교적 명료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인생의 본질은 정의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