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철학자들?

(1) 우연히 검색을 하다보니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더군요.

이 기사는 지젝을 '서구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라고 말하면서도 그의 모습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하죠. 아마도 그의 사상이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그를 위험하다고 한 것 같습니다.

(2) 그런가 하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배경에서 위험한 철학자로 평가되는 이가 바로 알렉산드르 두긴이죠.

그의 극우적인 정치성향에 비추어 볼 때, 그가 주장하는 유라시아주의 정책이 실현될 경우, 세계가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있겠습니다.

(3) (서양철학사에서) 사실 따져보자면 위험한 철학자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은 여럿 있고도 남을 거에요. (a) 스피노자의 저술 "신학정치론"은 1670년에 출간되자 '지옥에서 꾸며진 책'이라는 말까지 들었죠.

(b) 위험한 철학자의 명단에 신의 사망을 선고하기까지 한 니체를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덧: 이 강의를 하는 조던 피터슨도 위험인물로 여겨지기도 하죠)

(c) 혹은 염세적인 경향이 강한 쇼펜하우어는 어떨까요. 또,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에밀 시오랑의 저작은 정말 음울하고 절망적인 정서로 가득하죠. (그런데 묘하게 독자를 평안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요)

(d)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의 사상도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4) 인도철학에서 육사외도 중에 푸라나 카사파(Purana Kassapa)라는 사람은 악을 저질러도 악한 업보를 받지 않는다고 했죠. 결국 그는 도덕을 부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5) 그런가하면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조르조 아감벤,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페터 슬로터다이크, 마이클 센델 등과 함께 프랑스의 미셸 옹프레를 우리 시대의 위험한 철학자로 지목하기도 하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사)

https://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4173

(6) 여기서 '위험하다'는 말의 의미가 상당히 다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즉, '도덕을 부정하니까 위험하다', '국제질서의 혼란을 가져올 사상이라 위험하다', '기존의 종교적 질서를 부정하므로 위험하다'. '사람을 우울하고 파괴적인 경향으로 몰고 갈 수 있어서 위험하다' 등으로 말이에요. 따라서 일률적인 기준으로 위험성을 줄세우고 그 중에 누가 제일 위험한가? 등과 같은 일을 하는 것은 필요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일일거라고 생각합니다.

(7) 하지만 철학에 문외한인 일반인에게 철학자라고 하면 보통 기존의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당연한 것을 어렵게 설명하거나, 옆사람을 골치아프게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런 이유로 철학자는 위험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지혜(sophia)를 경시하는 현대에 지혜를 사랑(philos)하는 철학자는 다들 위험한 면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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