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철학들에 대한 잡념

(0) 아프리카 철학에 대하여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는 한계가 있고, 해외문헌 등은 아직 구하지 못해서 퀄리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되어버릴 것 같다. (하지만, 잠시동안의 잡념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나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1) 아마도 신화가 아직 순수히 철학적인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곳이 남아있다면 아프리카는 분명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신화, 우화, 혹은 전설의 형태를 한 철학이 오랜 문화적 요소에 스며들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화와 철학이 이제 철저히 분리되어 신화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유럽의 학자들과, 신화의 형태를 한 철학을 생활세계를 바탕으로 하여 생각하려는 아프리카인들의 스타일의 차이가 그 학구적인 사유의 결과에 있어서 어떤 차이로 나타날까. 이것도 조금 흥미로운 문제일 듯 하다.

(2) 국내에 소개된 아프리카 철학에 대한 책들은 다음 정도다.

  1. 아프리카의 상징철학 아딘크라. 홍명희

아딘크라는 다양한 형태의 상징적 문양의 형태를 한 개념, 격언 등을 말한다. 즉, 이를 모르는 사람이 볼 때면 단순한 공예품으로 보이겠지만, 거기에는 많은 언어적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아딘크라의 아이디어가 헤세가 말한 유리알 유희와도 유사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1. 조작된 아프리카: 영지주의, 철학, 그리고 지식의 체계, V. Y. 무딤브

무딤브는 콩고 출신의 철학자다. 그는 아직도 비아프리카 지역에 남아있는 식민주의적 선입견과 편견을 계속해서 유지시키고 재생산하는 문화를 고발한다. 우리 역시도 아프리카에 수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아프리카'라고 하면 밀림 속에 사는 식인종들, 아직도 원시문화를 유지하며 사는 부족들에 대한 강한 이미지가 있다. 무딤브에 의하면 이것은 심하게 조작된 관념이며, 그는 영지주의를 매개로 하여 정상적인 아프리카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1.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 존 음비티.

음비티는 케냐 출신의 철학자, 신학자이다. 그는 아프리카의 독특한 시간 이해를 소개하는데, 사사와 자마니라는 두 가지 개념의 시간을 이해해야 아프리카인의 영적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DOC) MBITI'S CONCEPT OF TIME: A CRITICAL ANALYSIS | Onuh Justus Izuchukwu - Academia.edu

  1. 아프리카 철학 강의 - 흑인에게 보내는 편지, 마커스 가비
    (E-book으로만 출간된 것 같은데,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3) 일찍이 헤겔은 그의 저서에서 아프리카의 철학에 대해 조금 다룬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은 심한 편견과 차별적인 생각으로 가득하다.

(4) 아프리카 철학에 대해 해외에서 출간된 핸드북 중에 "The Palgrave Handbook of African Philosophy"는 페이퍼백 에디션의 경우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두께도 900페이지에 달하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나마 가장 접근하기 용이한 개론적 source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Suhrkamp에서 나온 Anke Graneß의 " Philosophie in Afrika: Herausforderungen einer globalen Philosophiegeschichte"(아프리카 철학: 세계철학사에의 도전)도 독일어 독해가 가능하다면 일독할만한 책 같다. 아래는 소개글 중의 일부다. 아프리카의 철학을 소개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제공이 아닌 우리의 시각의 변화를 촉발시킬 단초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Anke는 이 책에서 아프리카에서의 인종문제, 노예제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gerade der Blick auf Afrika bietet Ansatze fur eine Transformation in globaler Perspektive. (아프리카에 대한 조망은 글로벌한 시각에서의 변형을 위한 단초를 제공한다)

Philosophie in Afrika. Buch von Anke Graneß (Suhrkamp Verlag)

(5) 아프리카를 빈곤과 독재, 원시적 잔재와 지적 문화의 부재의 총화로 묘사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자신의 지적 무능력과 한심한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나 자신도 반성해 본다.

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23062601032312310001

(6) 최근 도서출판 b에서 간행된 세계철학사 시리즈는 아프리카, 동유럽, 이슬람, 남미 등의 철학까지도 망라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 책은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쓰여진 것이다.

사실 이렇게 진정한 세계철학사에 대한 서술은, 이전에 소비에트 과학 아카데미에서 출간된 세계철학사에서도 견지되었던 태도 같지만, 그 내용은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 형이상학과 변증법의 대립이라는 자의적이고 도식적인 태도를 철저히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다.

(7) 아직도 오리엔탈리즘이나 포스트 식민주의의 과제들은 현재진행형의 문제이며, 따라서 철학사 저술에서의 히스토리오그라피 등에 있어서 이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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