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철학의 자기 성찰과 포스트식민주의 아프리카 철학

유럽(대륙) 철학의 자기 성찰과 포스트식민주의 아프리카 철학 / 김정현

  • 哲學硏究 : 대한철학회논문집. 제131집 (2014년 8월), pp.49-75

(1) 아프리카는 식민지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고 인류의 대열 속에서 함께 전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 포스트 식민주의 아프리카 철학이다. 이는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프리카 철학의 고유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철학으로서 일반성, 보편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2) 유럽 중심의 철학사에서 아프리카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그러다 1940년대 Outlaw의 한 논문이 쓰여진 이래로, '아프리카에도 철학이 있느냐','아프리카 철학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느냐'등의 논쟁도 있었다. 이는 유럽이 자신의 사유로 비유럽 지역을 재단한 것이다. Outlaw는 아프리카 철학을 해체적인 것으로 규정했는데, 그것은 '차이의 구조'를 보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프리카 철학에 대한 논의에는 이미 자신들의 철학이 포스트 식민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아프리카 학자들의 자각이 포함되어 있다.

(3) Outlaw는 자신이 아프리카 철학에서 가장 해체적인 형태들 가운데 하나로 파악하는 '네그리튀드' 운동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네그리튀드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전략들의 복합체이며, 아프리카인을 다른 인간과 다를바 없는 충분한 존재로 재구축하려는 이론이다. 또한 이는 유럽중심적 철학을 지배적인 위치에서 면직시키려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버나스코니는 네그리튀드 운동이 재구축에 실패하였을 뿐 아니라, 해체에도 성공하지 못한 단계에 그쳤다고 평한다.

(4) 버나스코니는 세레퀘베안의 이론을 검토하였다. 세레퀘베안에게 철학은 "인간 실존의 실존성의 해석학"이거나 "고유하게 체험되는 역사성에 대한 해석학적 사유이다." 이러한 인식 역시 포스트 식민주의적 활동의 일환으로 평가될 수 있다. 세레퀘베안은 카브렐의 '시원으로 돌아가자'는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이는 원초적이고 오염되지 않은 아프리카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인의 실존의 활력을 되찾아 그것을 비판적으로 전유하자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결론적으로 세레퀘베안의 포스트 식민주의 아프리카 철학으로서 철학적 해석학은 "현재의 포스트 콜로니얼 상황의 경계 내에 있는 우리의 유한한 실존의 의미를 해독하고 해석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철학이다.

(5) 응구기 와 시옹오 같은 이는 '정신의 탈식민화'를 이야기한다. 이는 피식민주체와 식민주체 모두의 과제이지만 이를 수행하는 방식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피식민주체였던 아프리카인들은 유럽 철학의 영향력을 인정하는데서 식민주의 극복이 시작된다. 반면에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거부한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고 판단 받는 경험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서 유럽인들은 타자의 상처에 주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는 진정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6) 아프리카 철학은 지배자였던 유럽에 대한 상호인정을 위한 투쟁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유럽 역시 아프리카 철학을 직면해야 할 것이며 이는 새로운 보편성을 위해 타자의 시선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시도가 될 것이다.

(7) 하나의 학문분과로 아프리카 철학은 템플 신부가 "반투 철학'이라는 유럽의 식민주의자들을 위한 핸드북을 펴냈을 때, 그것이 촉발시킨 다양한 반응들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는 식민주의의 맥락에서 서구의 아프리카 철학에 대한 규정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를 계승한 부류는 '민족지 철학'을 하는 학자들이었고, 위에 언급한 Outlaw같은 학자에게 있어 아프리카 철학은 곧 포스트 식민주의 철학이며, 이로서 아프리카 철학은 해체와 재구축의 도전을 유럽철학과 아프리카 철학 모두에 제기한다.

네그리튀드에는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식민주의가 아프리카인의 휴머니티와 실존을 고도로 훼손했음을 보여준다. 포스트 식민주의 아프리카 철학은 아프리카의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위해 희생한 탈식민주의 운동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부채의식과 연대의식이 있다. 이것이 바로 포스트 식민주의 아프리카 철학의 내적 동기인 것이다.

(8) 식민지 시기를 경험한 우리에게도 아프리카 철학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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