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칸트 인용 표기는 어떻게 읽는건가요

글을 읽다가 원전을 찾아보고 싶은데, 독일 철학서들의 원전 표기방식이 익숙치 않아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판단력 비판에 적혀 있기를, “초감성적인 것에 대한 우리의 모든 이념들을 고려할 때, 이성을 그 실천적인 사용의 조건들에 국한시키는 것은, 신의 이념과 관계해서, 오인될 수 없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신학이 신지학(神智學: 이성을 혼란케 하는 과도한 개념들 안에서)에로 잘못 이행하거나, 혹은 악령학(최상의 존재에 대한 신인동형론적인 표상방식)에로 침몰하는 것을 피하게 한다; 그것은 종교가 마술(또 다른 초감성적인 존재들에 대한 느낌과 그것에 대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열광적인 망상)이나 혹은 우상숭배(도덕적인 의향 이외의 또 다른 수단에 의해서 최상의 존재의 마음에 들 수 있다는 미신적인 망상)에 빠지게 되는 것을 피하게 한다”(KU, AA 5,459).
_Friedo Ricken, Religionsphilosophie, Stuttgart 2003, pp.193-232. 이종진 역, p. 10

...을 읽고 있는데, 원전에 저 KU, AA 5,449는 어떻게 읽고 원전을 찾으면 되는 걸까요..?
판단력 비판, AA장(?), 5,459페이지?일리는 없는데 저 숫자가 너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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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칸트 전공자가 아니라서 칸트 관련된 아주 자세한 표기법은 알지 못하지만, 아마 "KU"는 "판단력 비판(Kritik der Urteilskraft)"의 약어일 거고, "AA"는 "학술원 판본(Akademie-Ausgabe)"의 약어일 거에요. "(AA, vol. 4)"와 같은 방식으로 쓰는 건 다른 데서 봤는데, 아마 "AA, 5"도 "AA, vol. 5"가 아닐까 하네요.

*보통 이런 표기법들은 책 앞부분이나, 각주나, 참고문헌 목록 같은 곳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 물론, 너무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기들은 따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요. 인용하신 책을 잘 뒤져보시면 어떻게 표기법을 사용하였는지 나올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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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가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번역의 일부라서 상세한 표기법은 없더라고요ㅠ.. 그치만 말씀하신 그대로인일 것 같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https://theoinst.sogang.ac.kr/theoinst/journal/journal_10/10-6.pdf

이 텍스트인가요? 참고문헌 목록에는 일단 이렇게 나와 있네요.

저도 독일어에 능숙하지 않고, 독일어로 서지 사항을 읽는 것에도 능숙하지 않지만, 대략 설명드리자면,

Kants gesammelte Schriften: 칸트 전집
hrsg. (=Herausgeber): 편집자
der königlich-preussischen Akademie der Wissenschaften: 프로이센 왕립 학술원
9 Bde. (=Bände): 9권들
Bd. 5: 제5권

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1902ß23
1904ö

와 같은 표기들은 무슨 의미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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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걸 아까 봤는데 "전집5권"이런 걸 생각을 못했네요!ㅠ

매번 대단히 감사합니다 선생님!ㅠㅠ

ß와 ö는 아마도 오타일 것 같네요.
보통 쓰이는 키보드에서 "ß"는 보통 쓰이는 한글 자판의 "-"와 상응하고, "ö"는 ";"와 상응하거덩요.

그래서 1902-23, 그니까 02년부터 23년까지 출판됐다는 거고
1904; 1903을 뜻하는 것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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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ß23

여기서 ß는 SZ의 약자, 즉 Sommerzeit (여름날) 이라는 뜻이고요,

1904ö 1903

위에서 ö는 'öfter'의 의미로 '더 여러차례'란 뜻이 있습니다. 즉 1903년에 일단 쓰고 1904년에 더 여러차례 손을 보았다는 뜻이죠.

참고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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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ktryon님의 지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일단 논문에 인용된 칸트 저작은 빌헬름 딜타이가 책임 편집을 맡은 칸트 전집입니다.
https://kant.bbaw.de/de/akademieausgabe/werke

총 4부(Abteilung)로 이루어진 칸트 전집은
1부 작품, 2부 서신 교환, 3부 자필 유고, 4부 강의록으로 나눠져 있고,
논문의 참고문헌에 적힌 칸트 저작은 1부 작품의 총 9권 중에서 3, 4, 5, 6, 8권입니다.

작품 전집 중에서

1권 비판 이전 저작이 1902년에 출간되었고,
9권 논리학, 물리적 지리학, 교육학이 1923년에 출간되었으므로
작품 전집은 1902-1923년에 출간된 게 맞습니다.

그리고

3권 순수이성비판(2판)은 1904년에 출간되었고,
4권 순수이성비판(1판)은 1903년에 출간되었으므로
3-4권은 1904; 1903이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따라서 '1902ß23'과 '1904ö 1903'은
독일어 자판으로 설정해 놓고, 한글 자판을 쳐서 발생한 오타가 맞습니다.
논문이 번역하신 분이 실수를 미처 발견 못하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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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가요? 제가 댓글에 써놓은 ß과 ö의 용법은 실제로 사용되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러한 표기법이 위 논문의 경우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단순한 오타로 보이네요.

다른분들이 말씀하신대로 AA 5,459는 ‘학술원판 전집 5권 459쪽’이 맞습니다. 아카넷 백종현 선생님 번역본을 보시면 본문 양쪽 여백에 V459라는 식으로 로마 숫자+아라비아 숫자가 써 있는데 이것도 같은 뜻입니다. 5:459라고도 쓰고 필자마다 제각각인데 저는 V459 형식이 가장 익숙하네요.
단 <순수이성비판>은 초판과 재판 내용이 꽤 다르다 보니 전집 권수를 쓰는 대신 초판(A판), 재판(B판) 쪽수를 함께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A81/B95) 이런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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