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공부와 관련된 빛의 사이트와 어둠의 사이트(?)

요즘은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최신 연구 경향이나 좋은 자료를 찾는 작업이 매우 편리하죠. 아마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대개 아실 만한 내용이지만, 종종 인터넷에 이런 사이트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서 소개드립니다. 철학 공부와 관련된 '빛의 사이트'와 '어둠의 사이트'입니다.

빛의 사이트 1. PhilPapers: https://philpapers.org/

PhilPapers is a comprehensive index and bibliography of philosophy maintained by the community of philosophers. We monitor all sources of research content in philosophy, including journals, books, and open access archives. We also host the largest open access archive in philosophy. Our index currently contains 2,782,947 entries categorized in 5,857 categories. PhilPapers has over 330,000 registered users.

사이트 소개에도 나와 있는대로, 철학 서지 정보를 모아둔 사이트입니다. PhilPapers의 툴을 이용하면, 자신이 전공하는 철학의 분과와 관련해서 현재 널리 읽히고 있는 논문이나 가장 최근에 출간된 논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가 좋죠. 전세계의 다양한 철학 단행본과 논문을 '영향력(impact)'이나 '출판일(Pub year)' 등을 기준으로 보여주거든요.

빛의 사이트 2. 스탠포드 철학 백과: https://plato.stanford.edu/

잘 알지 못하는 철학 주제를 접하면 일단 스탠포드 철학 백과에 검색을 해보는 것이 철학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국룰'이죠. 그런데 스탠포드 철학 백과는 용어, 주제, 철학자를 소개하는 '백과 사전'으로서도 훌륭하지만, 철학의 세부 분야와 관련해서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자료가 무엇인지 '서지 정보'를 확인할 때도 유용합니다. 스탠포드 철학 백과의 각 항목을 작성한 저자들이 모두 그 분야의 1급 철학자들이다 보니, 이 분들이 Bibliography에서 제공하는 자료 목록이 대부분 해당 분야의 연구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행본이나 논문을 담고 있어서요.

빛의 사이트 3. 옥스포드 참고문헌 목록: https://www.oxfordbibliographies.com/

철학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주요 참고문헌 목록을 담고 있는 사이트입니다. 역시 1급 학자들이 만든 참고문헌 목록들이다 보니 신뢰할 수 있죠. 다만, 구독제라 무료 이용자에게는 목록이 제한적으로만 보인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빛의 사이트 4. Academia.edu: https://www.academia.edu/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논문 초안(draft)이나 출판물을 업로드하는 사이트입니다.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자료가 상당히 많죠. 유료 회원가입을 하면 자신의 논문이 어디에 인용되었고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등을 보여주는 서비스도 있다는데, 저는 무료로만 이용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주로 영어 자료가 올라오지만, 한국어 논문도 꽤 많더라고요.

빛의 사이트 5. 구글 학술검색: Google 학술 검색

구글 학술검색(일명 '구글 스칼라') 역시 철학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사이트죠. 자신이 알고 싶은 주제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그 분야와 관련된 방대한 단행본과 논문 목록이 올라옵니다. 약간 부정확하긴 하지만, 인용 지수 등 해당 자료의 영향력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어요.

빛의 사이트 6. Journal Citation Reports (JCR): Journal Citation Reports

해외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를 확인하는 사이트입니다. 사실, 인문계열보다는 이공계열에서 주로 쓰이는 사이트에요. 아직 국내 철학계에서는 해외 학술지 투고가 일반적이지는 않아서요. 또 인문과학 인용색인인 A&HCI에 등록된 학술지들은 2023년 6월에 처음 학술지 영향력 지수(Journal Impact Factor, JIF)를 받고 있다보니, 2023년 데이터가 2024년 6월에 발표되기 전까지는 JIF를 기준으로 한 랭킹은 나오지 않아요. 단순 인용 지수(JCI) 기준 랭킹은 나오지만 말이에요.

빛의 사이트 7. 대학교 도서관

꽤 많은 대학교 도서관 사이트들이 무료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교별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는 다르겠지만, 도서관 사이트를 잘 이용하시면 전공 분야와 관련된 연구서들을 무료로 열람하거나 다운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어둠의 사이트 1. SCI-Hub: https://sci-hub.se/

국제적으로 논란이 많은 사이트입니다. 유료 DB 사이트의 보안 벽을 뚫어주는 사이트에요.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자료 접근의 기회를 열어 주어서 학술 생태계를 활성화시켜주었다는 찬사를 듣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불법 사이트라 유료 DB 사이트 측에서는 굉장히 싫어하는 사이트입니다. 아래는 SCI-Hub 논란과 관련된 <동아 사이언스>의 기사입니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7020

어둠의 사이트 2. Library Genesis: https://libgen.is/

역시 국제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이트입니다. 무료로 PDF 파일을 공유하는 사이트거든요. 2022년에 이와 유사한 사이트인 Z-library가 폐쇄되는 일이 있기도 했죠. 영어로 출판된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철학 PDF 파일들이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 자료를 찾을 때 '어둠의 사이트'들을 이용해 보시라고 차마 '추천'까지는 못 드리겠습니다. 다만, 이 사이트들이 전문 연구자들 사이에서 정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네요.
16개의 좋아요

http://www.perseus.tufts.edu/hopper/text?doc=Perseus%3Atext%3A1999.01.0178%3Atext%3DGorg.%3Asection%3D524d

고대철학과 관련된 텍스트를 이용하고 싶다면 이 사이트를 활용하면 됩니다. 행 검색도 가능하고, 영어본도 제공하니 쏠쏠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들어가서 본 텍스트는 고르기아스네요!

7개의 좋아요

혹시 https://archive.org 라는 사이트에 대해 아시나요? 이것도 잘 활용하면 철학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더군요.

5개의 좋아요

작년에 z-library가 닫히고 곧장 나온 기사의 내용 중에 인도네시아였던가 어딘가 시골에 가난한 학생들이 공부할 책을 구하지 못해 곤란하게 되었다는 인터뷰가 있었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5개의 좋아요

사이트 자체는 미국 도서관 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 ALA) 같은 공적인 기관들에도 멤버로 참여하는 만큼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아요. 인쇄된 책을 빌려주는 것과 동일하게, 전자 자료를 한 번에 한 명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controlled digital lending'이라는 대여 방식으로 사이트가 운영된다고 하네요.

다만, 인터넷 아카이브도 Internet Archive’s National Emergency Library라는 프로젝트 때문에 저작권법이나 공정 이용법과 관련해서 몇 년 전에 논란이 있었나 보네요.

https://archive.org/about/

https://claremont.libanswers.com/faq/318814

5개의 좋아요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새로 생긴 Anna's Archive도 좋습니다. 특히 영어말고 다른 언어로 된 서적은 library genesis가 가진 게 거의 없는데, 저 사이트는 자주 갖고 있더라고요.

예전에 한 교수님이 제게 말하길, "너가 library genesis 쓴다고 가정을 하고 자료들을 알려줄게" 라고 하시더군요... ㅋ

8개의 좋아요

현 노터데임대 Joel David Hamkins가 Daily Nous에서 Sci-hub 관련하여 이런 댓글을 남긴 적이 있었죠.

제가 생각하기엔 저흰 부조리하며 도덕적으로 금이 간 출판 체계에 매여 있습니다. 표준적인 학문 출판 관행에 맞추기 위해 우리의 소중한 작업물에 대한 권리를 [출판사에] 홀랑 넘겨버려야만 하는 (그릇된) 체계 말이죠. [...]

따라서 저는 사람들이 Scihub이건 뭐건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논문을 접근하는 것은 아무런 도덕적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특히, 뭐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 자리에서 제 학문적 연구 논문 일체에 대하여 어떤 온라인 방식으로든 접근하는 것을 허가하는 바입니다. 물론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는 허가입니다. 왜냐면 제 생각과는 무관하게, 제 작업물에 대한 저작권을 넘긴다고 서명을 해야만 했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저는 실제로 SciHub을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밝혀둡니다. 불법이니까요. 저는 특히 제 대학원 학생들에게도 이를 쓰지 않기를 권합니다. 다만 만약, 혹시라도 실수로라도 SciHub을 덜컥 이용하게 될 경우, 어떤 방식을 쓰면 원하는 논문에 접근할 수 있을지 한단계 한단계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 저는 이런 학문 후속세대에 대한 교육이 올바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 댓글에서도 마지막 문단은 사뭇 고매하여 해석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이에 대한 Daniel Kodsi의 해석도 참고해볼만 합니다.

Joel의 진의는 학생들이 SciHub를 실수로라도 이용하는 것을 방기하는 것이 매우 비도덕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비도덕적 행각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SciHub을 이용하는 방법을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것 뿐입니다. 그래야만 자칫 실수로 그런 방법을 쓰게 되는 결과를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에 대한 호의적인 대답으로서 In Favor of Preventing Illegality가 올린 한층 더 진전된 해석 역시 눈여겨볼만 하다고 생각하구요.

아예 SciHub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친절한 안내가 이 블로그에 올라와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혹시라도 SciHub를 실수로라도 이용하게 된다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말이죠.

참고로 이 댓글은 저희 집 토끼가 썼습니다. :rabbit:

7개의 좋아요

아무래도 이름있는 대학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Daily Nous에서 이름을 밝히고 public하게 글을 쓰는 것이니 조심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엄격하게 반대하시는 분만 댓글을 쓰실 수도...?

사실, 이런 생각도 합니다. 한 대학에 소속한 사람이라면 (학생이든, 교수든) 합법적인 경로로 책이나 논문 등을 얻는 데에 크게 어려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에서는요. 논문도 학교 IP로 들어가면 액세스가 다 열려있고, 웬만한 책들도 도서관에는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없으면 가져와달라고 신청할 수도 있고요 (물론 이런 과정들에서 어느 정도의 어려움들은 있습니다. 가령 학교에 있지 않으면 논문에 액세스가 없다거나, 빌리고 싶은 책을 누군가 읽고 있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사소한 어려움같습니다.).

이걸로부터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첫번째는, 학생/교수가 이런 편의를 누리면서 공부를 하면서 학교에 소속돼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사이트를 쓰지 말라는 것은 조금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교수는 말 그대로 조금의 노력만 하면 모든 자료를 구할 수 있죠. 하지만 학교에 소속돼있지 않다면 이런 자료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고요.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서 library genesis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아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학생/교수들은 어차피 돈을 안 내고 이런 자료들을 읽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library genesis를 쓴다고 해서 영향이 크진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결제는 안 하니깐요. 물론 논문 사이트에서 조회수 이런 것에 영향은 끼칠 수 있겠지만, 논문에 쉽게 액세스가 생기면서 더 많이 인용이 되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저는 이런 수익 구조를 하나도 모르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개의 좋아요

제가 듣기로는 옛날보다 논문 접근성이 점차 떨어져가는 걸로 압니다. 서양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그렇고 말이에요.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아주 큰 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dbpia가 많은 대학 기관에 자기네들 이용료를 엄청 높여서 청구했어요. 해외 논문 사이트들과 출판사들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안그래도 재정난에 시달리는 도서관들이 운영상 타격을 입어서 일부 논문은 열람 불가능 합니다. 이 추세가 심화되면 대학 구성원들도 무료로 자료를 열람하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심지어 논문을 무료로 열람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나왔던걸로 기억합니다.)

해외쪽의 기관들도 비슷한 일을 겪어서 오픈액세스 운동이니 뭐니 붐이 일었던걸로 알아요.

출처가 기억나질 않네요. ㅠ

3개의 좋아요

"실패!"

:sob:

5개의 좋아요

흥미롭군요. 그 부분은 알지 못했습니다.

1개의 좋아요

@YOUN 선생님. Academia.edu 에서 관심있는 주제나 학자들을 팔로우하고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것들은 그냥 다운받아도 저작권 등의 문제가 없나요? 어떤 때는 분명히 저작권이 있는 단행본 파일도 올라오는 것 같아서요. 수고스럽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1개의 좋아요

저작권에 다소 문제가 될 수 있는 파일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저자가 자신의 초안이나 자신의 논문 파일을 올리는 사이트이긴 한데, 종종 '이 사람이 이 파일을 올려도 되나?'하는 것들도 있긴 하더라고요. 다만, 이 경우 책임 문제가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저작권법은 국가마다 다르다고도 해서, 저로서도 더 자세한 사항은 알기 어렵네요ㅠㅠ

  • 아마 최근에 상온상압 초천도체 논문이 올라온 Arxiv라는 사이트와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파일을 올릴 수 있지만, 그 파일이 저자와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상태로 업로드되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다소 무책임한 말인 것 같지만, 모든 사안에 대해 '알잘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1개의 좋아요

아카데미아.에듀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나와 있긴 하네요.

1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