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철학과 기호학 차이

먼저 기호학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심심해서 신나게 인터넷에서 서핑을 타던 중에 기호학에 대한 내용을 심심풀이로 읽어보게 됐는데, 언어철학(영미권 중심의)과 무엇인가 다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느 부분이 다른지가 잘 안 들어옵니다

제가 느끼기엔 둘다 많은 부분이 겹치는 탐구를 하고 있는 분과학문으로 보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둘의 차이가 스타일이나 전통의 차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 쪽이 다른 한 쪽으로 환원될 수 있을 정도의 비슷한 탐구 주제를 겨냥하나요?

아니면 혹시 두 학문이 교류하는 경우 또한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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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어 철학은 '언어'에 대한 철학적 탐구이고 기호학은 기호에 대한 전반적인 학문적 연구입니다. 따라서 두 가지 지점에서 달라지는 점이 있습니다.

(a) 언어는 기호와 꽤 다르다는 점입니다. 둘 다 '어떠한 의미'를 전달하는 의사소통 체계라 (가정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언어는 (i) 기본적으로 명사/동사 등의 더 작은 단위로 분할을 하고 (ii) 이 단위들을 엮어서 '유의미'한 문자열로 만들 수 있는 문법이 존재합니다. 반면 기호의 경우, 이러한 저 작은 단위가 있는지, 체계적인 문법이 있는지 의심스럽고, 있다 하더라도 그 규칙성이 언어에 비해 상당히 협소할 것입니다. (따라서 언어는 일종의 보편 문법 규칙을 정립하려는 시도가 존재하지만, 기호학에서는 이는 인간 보편 심성에 대한 호소 [정신분석학 같은]나 특정 문화권의 전통이라는 식의 가정이 아니면 보편 규칙을 정립시키기 어려워 보입니다.)

(b) 언어 철학은 기본적으로 언어에 대한 '철학적 접근'입니다. 철학적 접근이라는 뜻이 모호하긴 하지만, 통상 언어 철학은 의미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언어학에서의) 화용론과 의미론과 주로 접점을 가질 뿐, 음성학이나 구문론, 역사 언어학과는 상대적으로 접점이 거의 없습니다.
한편 기호학은 기호에 관한 모든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굳이 기호의 '의미'에만 집중하진 않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의미의 생성 - 해석 등에 관한 툴도 모두 기호학에서 다루고, 생물학적 기호/인공적 기호 모두 기호학에서 다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

부가적이고 부정확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기호학을 통상 영미권 학계에서 전공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유럽권에서는 움베르토 에코나 롤랑 바르트 같은 학자들이 있지만, 통상 이들이 '기호학'에서 수행한다 하는 연구인 시각적 기호에 대한 해석은, 통상 영미권에서는 미술사학과나 비주얼 스터디라는 영역에서 수행합니다. (sign이라기보다는 image로 접근하는 것이죠.)

아니면 꿈이나 서사의 기호라 여겨지는 서사소는 비교 문학이나 내러티브 스터디 뭐 그런 영역으로 들어가죠.
제스처나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의 경우, 통상 (언어 철학에서는 잘 다루진 않지만) 언어학과의 화용론이나 커뮤니케이션 이론과쪽에서 다루곤 합니다.

(3)

둘의 영역이 겹치는 경우는 요즘은 가끔 보이는 것 같네요. 특히 이모티콘/이모지(emoji)에 대한 언어 철학적 접근이 요근래 몇 시도되고 있는데, 이모지는 특성상 기호의 영역으로 이해되기에 기호학의 영역과 겹친다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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