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고양이인가? 철학적 잡념

(1) 트위터에는 고양이 사진이 다른 동물들 사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그리고 고양이 사진이 들어간 트윗은 거의 모두 괜찮은 반응을 얻는다. 마치 조금이라도 비판조의 말을 하면 안되는 무언의 금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트위터에서 인간을 비난/비판하는 것은 '당연히' 있는 일이지만 고양이를 비난/비판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크게 걱정이 된다. 고양이는 트위터의 성수(holy animal)가 되었다.

어째서 고양이가 이토록 특수한 지위에 있게 된 것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해를 해보려는 것이 이 잡념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일종의 철학적 작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트위터의 트윗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주제를 망라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 집단의 의식 및 무의식이 발현된 소산으로서, 트위터는 인간의 심층심리의 구조 및 패턴을 외적인 형태로 보존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또한 트위터에서는 인간 무의식의 외화 혹은 형상화가 항상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의식의 구조를 반영한다.

고양이도 역시 그 자연적 특성과 인상을 고스란히 가진 채로 인간 의식의 반영체의 내용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고양이의 자연적 속성은 이 통일적인 반영체에 미세한 균열을 발생시킨다. 인간 의식에 종속되어 있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나름의 독립적 행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개별적 존재로 우리 의식의 표상이 되는 것이다.

(3) 이것은 인간에게 절대 충성하며 인간의 사랑을 갈구하는 경향이 있는 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성이다. 개는 인간 의식 안에 완전히 수용된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개는 그리 주목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양이가 (무)의식으로부터 인식가능한 형태로 등장할 때, 이는 일종의 긴장, 갈등을 동반하게 된다. 그래서 우린 고양이라는 표상에 모종의 속성을 부여하고 이를 준수한다는 암묵적 합의를 하게 된다.

그래서 고양이는 친근감과 함께 어떤 긴장을 이면에 발생시키는데, 바로 여기에 고양이가 환영받는 이유의 실마리가 있다. 긴장의 잠재태가 현현한 것으로서 고양이는 환대의 구조를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4) 여기서 우린 일종의 역설이 무의식의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역설적 동물이며 인간은 역설을 심층심리에서 수용하고, 그 결과를 외화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는 아마 트위터 자체와 항상 함께할 것이며 트위터 자체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물론 우리 내면에서도 함께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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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았어요. 감사합니다! 고양이는 특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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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캣-홀릭(cat-holic)이시군요. 저는 개-신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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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는군요^^ 랜선신학교에서 뵌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올려주신 철학 및 연관 주제에 대한 글들에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