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실제 과학자들의 탐구와 실험이, 그리고 그 속에서 얻어지는 측정값이 결코 고정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은 일종의 바리에이션이며 통계적 일반성만을 갖는다.
그는 이러한 사실은 가장 정밀한 물리과학에서조차 발현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로부터 퍼스는 형이상학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세상에는 오직 ‘기회’ 혹은 ‘우연’만이 가득하다라는 ‘우연주의(tychism)가 그것이다.
즉 퍼스에게 세상은 무법칙(lawless)적이다.
하지만 퍼스는 우리가 세상하는 자연법칙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퍼스에게 자연법칙은 일정한 경향성인 듯하다.
그리고 그 경향성은 과거(현재의 우주에 비해 더욱 우연적이었던)로부터 개별적인 ‘기회’들이 진화한 결과다.
자연법칙이 진화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나치게 강한 형이상학적 주장이기에 선듯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독단적인 듯 보인다
만약 다중우주가 존재하고 그 우주가 우리 세계의 자연법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할 좋은 이유가 있다면(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이 특이점과 그 밖의 인과율을 독립시키는 것과 같은…?) 다중 우주적 차원에서 자연법칙들끼리도 진화적 현상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sf적인 상상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신선한 소재의 글을 읽게 되어 좋네요. 사실 과학자들 중 메인스트림에 속하지 않는 일부 학자들 및 소수 주류 과학자들이 우주가 스스로 미세조정(fine-tuning)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즉, 빅뱅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모든 사건들이 우연히 일어나서 우리 인간이 인터넷에 이런 글을 남길 수 있게 될 확률은 인쇄소가 폭파되어 생긴 사건으로 셰익스피어 전집이 우연히 종이에 새겨졌을 확률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는 겁니다. 우주가 중요한 순간마다 스스로 조정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 모습의 우주는 존재할 수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자연법칙은 우주에 내재한 질서일텐데요, 이것을 'fine-tuning'개념처럼 우주 스스로 수정하거나 사건에 개입할 수 있다고 본다면 좀 다른 시각으로 자연법칙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즉, 단순히 무법칙인 것도 아니고 절대적인 법칙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 자기 조직하는 우주라는 것을요.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소수 학자들의, 주류학계에서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주장이긴 합니다.
그리고 자연법칙의 진화에 대한 논문이 있는데, 관심 있으시면 참고해 보셔요.
"On the Evolution of Natural Laws", Yury V. Balashov, The British Journal for the Philosophy of Science Vol.43, No.3 (Sep., 1992), pp. 343-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