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저작 연구 관련 참고 자료 목록

니체의 저작 속 문단과 문장 하나하나를 탐독하고 싶은 연구자들이 참고할 만한 자료들을 모아봤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다른 철학과 달리 니체 독해는 특수한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제멋대로 읽어내고 니체의 '관점주의'를 방패를 내세우며 자신의 해석이 하나의 정당한 해석이라 우깁니다. "니체에 따르면 절대적 해석이란 없음. 내 해석도 하나의 해석임"과 같은 태도가 대표적입니다.
(2) 참고할 만한 밀도 있는 좋은 주석서가 많이 없습니다. 니체 사상 전반 혹은 개념에 대한 연구 서적 혹은 논문은 꽤나 있지만 니체의 문장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독해하는 텍스트는 별로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보통 자신의 이해를 전제한 후 그것을 역으로 끼워 맞추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De Gruyter에서 출판되는 Historishcher und kritischer Kommentar zu Friedrich Nietzsches Werken의 Overview 첫 문장이 잘 보여줍니다.

Although Nietzsche is one of the most influential thinkers of modernity, a comprehensive commentary on his complete works has been lacking until now, which opens up the philosophical, historical and literary preconditions and contexts.


한마디로 누구나 언급할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친 니체에 대한 제대로 된 주해서가 없다는 것입니다. 웃픈 현실입니다. Historishcher und kritischer Kommentar zu Friedrich Nietzsches Werken 시리즈가 2010년 넘어서 시작됐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지금까지의 니체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가 정말로 타당한지 자연스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참고할 만한 자료 시리즈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1. Historishcher und kritischer Kommentar zu Friedrich Nietzsches Werken(Heidelberger Akademie) (Historischer und kritischer Kommentar zu Friedrich Nietzsches Werken)

앞서 언급한 시리즈입니다. 저는 독일어 실력이 미천하여 아직 손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마무리될 예정으로, 올해 『차라투스트라』에 관한 주해서가 나옵니다. 오픈액세스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Cambridge Critical Guides에서도 『차라투스트라』에 관한 책을 냈었지만 주석서는 아닙니다. (https://www.cambridge.org/core/books/nietzsches-thus-spoke-zarathustra/33D82C54F61BC2E35C5997AB660FA463) "Because our guiding question is why philosophers today should care about TSZ, the chapters in this book do not offer purely exegetical treatments of this text and do not concentrate on scholarly questions about the place of this text in the history of philosophy or in Nietzsche’s philosophical development. (p. 3)

2. Bloomsbury Reader's Guide (https://www.bloomsbury.com/us/search/?q=nietzsche&ProductTypeIds=4&SortId=0&ProductTypeOpen=true&Page=1)

『도덕의 계보』, 『비극의 탄생』, 『선악의 저편』 이 셋에 관한 주석서가 출판되어 있으며, 앞의 둘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차라투스트라』 주석서도 구글 북스에서 정보 검색은 되는데,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보이지 않고 아마존에서도 안 보이는 것을 보니, 미출간이거나 출간 후 모종의 일로 리콜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Nietzsche's 'Thus Spoke Zarathustra': A Reader's Guide - Clancy Martin, Daw-Nay Evans - Google 도서) 이외에도 Bloomsbury에서 니체 관련 서적을 아주 많이 냅니다.

3. Edinburgh Critical Guides to Nietzsche (Edinburgh Critical Guides to Nietzsche)

2020년에 들어서 시작된 니체 주해 시리즈입니다. 『비극의 탄생』, 『즐거운 학문』, 『안티크리스트』, 『도덕의 계보』, 『인간적인』, 『반시대적 고찰』, 『바그너의 경우, 니체 대 바그너』 에 관한 책이 나와있습니다. 마지막 책은 다른 저작에 비해 덜 주목을 받는 친구인데, 나와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번외. 국내의 몇몇 텍스트

한국에서도 2020년에 들어 『차라투스트라』를 중심으로 몇몇 주석서가 출판되었습니다. 이진우, 백승영, 정동호가 각자 해설서를 냈습니다.

번외2. 개별 텍스트

이외에도 시리즈물은 아니나 개별 텍스트로 주석을 단 책들이 몇몇 있습니다. 모두를 망라해서 언급하기는 어려우나 Hatab의 『Nietzsche's 'on the Genealogy of Morality'』가 대표적이라 할수있습니다. (Nietzsche's 'On the Genealogy of Morality')

이상의 책을 통해 니체 독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7개의 좋아요

(1)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니체의 저서는 '철학'이라는 컨텍스트가 아니라, 당대 독일 문학계라는 컨텍스트에서 독해한 저서들은 혹시 아시는 바가 있나요?

왜냐하면 묘하게 동시대 프랑스/영어권 문학과 다르게 독일은 굉장히 '에세이틱'한 느낌이 강한 것이, 니체 (혹은 니체의 동시대인들의) 영향이 아닐까 항상 궁금했었거든요. (니체와 비슷한 시기까지 올라가면, 로베르트 무질이나 후고 호프만스탈도 있고 후대라면 토마스 만이나 헤르만 헤세, 게오르그 카이저 정도가 떠오르네요.) 그런데 국내에 출간되는 니체 관련 저서는 철학이거나 (설익은) 문학적 독해뿐이라서요.

1개의 좋아요

제가 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니체 철학에 대한 철저한 주석과 그에 기반한 정치사회적 변용이다보니 문학계와의 관계는 부끄럽지만 아는바가 없습니다..
그나마 현대 예술과의 관계에 대한 글은 몇번 읽어봤으나, 독일 문학쪽은 전혀 모르겠네요 :joy:

1개의 좋아요

매우 좋은 정보네요! 저도 언젠가 이런 좋은 정보를 줄 수 있는 글을 써서 다른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군요.

제가 직접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독일어권 자료 중에서 Klassiker Auslegen (Klassiker Auslegen)을 포함시키지 않으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대충 지금 찾아보니

  1.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 도덕의 계보
  4. 즐거운 학문
  5. 선악의 저편

이 다섯 권에 대해서는 이미 주석서가 나와있더군요. 참고로 Klassiker Auslegen 시리즈는 니체 뿐만 아니라 우리가 들으면 아는 많은 과거~현재 서양철학자들에 대한 합동 주석 시리즈로 독일어권에서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장점은 "주석"이라는 타이틀 답게 원전의 논의를 챕터별로 상당히 충실하게 따라간다는 것, 그리고 "합동"주석서이기 때문에 해당 원전에 대한 독일 및 해외 권위자들 (따라서 몇몇 챕터는 영어로 씌여진 경우도 많습니다)이 파트별로 나누어서 각각 챕터를 작성하고 책이 출판되기 전에 서로 토론/검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지나치게 편향되거나 지나치게 독특한 해석에 경도되지 않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혹은 주석가들이 자신의 해석에 기반하여 주석을 펼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논쟁사와 해당 자료들을 소개해주므로, 독자 입장에서 적어도 해당 해설이 논쟁적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3개의 좋아요

본문에서 스쳐가듯 말씀드렸듯이, 제가 독일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독어권 자료에 대해서는 깜깜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시리즈를 일부러 넣지 않은게 아니라 몰라서 포함시키지 못햇습니다. 추가적인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