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곰곰히 생각해보면, 류(類)가 핵심적인 개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류>는 제목이 말하듯, 류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일 것입니다.
의 구절을 보면, 작은 사각형과 큰 사각형은 "사각형"이라는 류로 같고, 작은 말과 큰 말은 "말"이라는 류로 같지만, 작은 지와 큰 지는 동일한 "지"임에도 다른 류라 주장합니다. 아마 이는 작은 지와 큰 지가 지라는 류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라기보단, (지금 논의의 맥락에서) 작은 지와 큰 지가 "지"라는 류에 속하다는 점보다는, "X"라는 공통된 류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문장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X는 무엇일까요?
아마 지식의 대상 아닐까 합니다. 작은 지식의 대상과 큰 지식의 대상이 동일한 류가 아니라는 것이겠죠. [이건 좀 고민해봐야할 주장 같네요.]
여하튼, <여씨춘추>의 핵심은 맥락에서 중요한 류를 파악해서, 그 류에 적합한 지식을 적용하는 것이 대지이고, 그러지 못한 것이 소지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2)
흥미로운 건 장자에서는 류에 대한 언급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희가 논의하는 컨텍스트와 유의미한 것은 제 기억상 <제물론>에 한 두문장 나오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대로 <순자>에서는 류에 대한 언급이 좀 나오는 편입니다. 후기 묵가에서도 굉장히 테크니컬한 정의와 함께 등장하고요.)
그럼 통상 순서가 후기 묵가 - 장자 - 순자 - 여씨춘추일텐데, 장자에게만 류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셈입니다.
제 생각에는, 후기 묵가가 기준에 따라 지식의 옳고 그름이 결정된다는 주장을 했었는데, 장자는 이 기준(류)의 상대성을 주장한 듯 합니다. 단순히 (인간이 합의하에 만들었기에) 자의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장자 입장에서는 어떤 사물이든 류가 변할 수 있으므로 (곤이 붕이 된 것처럼 말이죠) X가 A라는 류에 속하기에 항상 A'가 맞다라는 형태의 주장은 언제든 틀릴 가능성이 있는 소지인 셈입니다.
이제 장자의 입장을 반대하며, 순자는 '류'가 마음 독립적으로 있는 세상이 분할되는 (나름의 객관적인) 방법이라 여긴 듯합니다. <여씨춘추>는 여기에 조금의 장자 느낌을 더해서, 이러한 류를 제대로 아는 것은 어려우니 조심하라는 권고를 하는 것 같고요.
여하튼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