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형, 「김재권의 철학」(2015) 요약

김재권 선생님의 철학을 정말 잘 요약한 논문이 있어 그 요약한 논문을 한번 더 요약한 글을 올립니다.


요약한 텍스트 : 백도형 (2015). 김재권의 철학. 철학과 현실, 222-244 (이하 「텍스트」)

  1. 김재권의 두 가지 문제의식

(1) 햄펠의 설명 이론에 대한 형이상학적 근거 마련, 햄펠의 설명 모형에서 피설명항에 해당하며, 인과관계의 양 항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한 형이상학적 탐구의 필요성 느낌

(2) 심신 동일론을 해명하기 위해 사건들 간 동일성 탐구

  1. 속성 예화이론

김재권에 따르면 사건은 실체, 속성, 시각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돼있음. <어떤 개체 a가 시각 t에 속성 P를 예시함>이라고 정식화 가능. [a, P, t]라는 기호로도 표현.

  1. 환원주의와 심신 동일론

김재권은 심신 환원주의를 지속적으로 옹호함. 물리주의와 정신실재론을 동시에 옹호하는 유일한 길이 환원주의라고 주장. 하지만 심신 동일론을 바로 지지하지는 않음. 그 이유는 심신의 동일성이 경험과학의 성과를 통해 보증된다고 주장하는 심신 동일론의 주장에 일견 동조하기 어려워보였기 때문.

  1. 약수반과 강수반

데이비슨은 자신의 심리철학적 입장인 무법칙적 일원론에서 약수반을 차용한다. 약수반은 다음과 같이 정식화된다.

A와 B를 두 개의 속성 집합들이라고 하자. 필연적으로, 어떠한 대상 x 그리고 A의 모든 속성 F에 관해, 만일 x가 F를 가지면, B에는 x가 가지게 되는 속성 G가 존재하며, 이 속성 G를 갖는 어떤 대상 y도 F를 갖는다.

「텍스트」, 227

김재권은 약수반이 심적 속성과 물리적 속성의 의존관계를 명확히 해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약수반을 수용할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적 상황들과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 물리 속성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똑같이 분배돼있는 다른 세계에서, 정신성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

(2) 모든 물리적 조건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똑같은 다른 세계에서, 인간과 영장류는 정신성을 보이지 않는데 단세포 유기체는 의식을 지니는 상황

(3) 모든 물리적인 조건이 우리가 사는 세계와 같은 다른 세계에서, 모든 것들이 동일한 정신성을 지님

이렇게 김재권은 약수반이 심리 속성과 물리 속성들 간의 통세계적인 안정성을 보장해주지 못함을 지적하며 자신의 강수반 개념을 제시한다.

A는 다음과 같은 경우 B에 강수반된다. 필연적으로, 어떠한 대상 x, 그리고 A의 모든 속성 F에 관해, 만일 x가 F를 가지면, B에는 x가 가지게 되는 속성 G가 존재하며, 필연적으로 이 속성 G를 갖는 어떠한 대상 y도 F를 갖는다.

「텍스트」 , 229

이렇게 "필연적으로"라는 양상표현을 넣어 김재권은 통세계적 안정성을 얻고자 했다는 점에서 약수반과 차이를 보인다.

  1. 비환원적 물리주의 비판

김재권은 비환원적 물리주의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고, 제거주의/환원주의/이원론 셋 중 하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김재권의 논변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인과 관계는 법칙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2) 그런데 정신에 관한 법칙, 즉 심신 법칙과 심리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3) 따라서 정신 사건을 포함한 인과 관계는 어떤 것이라도 물리적 법칙을 사례화해야 하고, 그에 따라 물리적 서술로 나타내어지든가, 또는 물리 사건의 유형에 속하게 된다.

(4) 따라서 인과 관계를 이루는 모든 사건들은 물리 사건들이 되며, 결국 정신 속성들은 아무런 인과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

(5) 따라서 데이비슨의 무법칙적 일원론과 같은 비환원적 물리주의는 제거주의와 구별될 수 없다.

(6) 만일 비환원적 물리주의자가 자신의 입장이 제거주의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는 정신 실재론을 인정할 것이다. 즉 정신 속성은 인과적 속성, 즉 그 속성에 의해 사건이 인과 관계에 개입하게 되고 만일 그러한 속성이 없다면 개입하지 않게 되는 그러한 속성이어야 한다고 가정한다.

(7) 그런데 어떠한 물리주의자들도 물리적 폐쇄 원칙을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이때의 물리적 원인은 그것의 물리적 속성에 의해 사건을 야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8) 결국 두 원인(정신적 원인과 물리적 원인)의 문제가 제기되어 물리적 폐쇄 원칙은 유지될 수 없으며, 그 경우 물리주의를 옹호할 수 없다.

(9) 그렇다고 물리적 폐쇄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정신적 원인과 물리적 원인은 동일한 것이라고 하여 문제를 회피하면 환원주의가 돼버린다.

(10) 결론적으로 비환원적 물리주의는 존재론적으로 확고한 입장이 아니다.

「텍스트」, 230-231

배제 논변 : 정신 속성의 수반 기초가 되는 물리 속성이 정신 속성과 그로부터 구성된 정신 인과를 배제한다는 것, 인과적 배제/설명적 배제라는 원칙을 이용한 논변이다.

수반 논변 : 정신적 원인과 수반 기초가 된느 물리 조건의 두 조건에서 둘 다 행위 사건을 발생시키는 충분조건이 돼 과잉결정의 문제에 빠지거나, 물리조건만으로 충분조건이 돼 정신적 원인은 부수현상이 되기에 비환원적 물리주의는 성립 불가하다는 논변.

  1. 기능적 환원주의

김재권은 네이글식의 쌍조건적 교량 법칙에 의한 환원 모형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복수실현 가능성 논변은 네이글식 환원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됐다. (복수실현을 통한 심신 동일론 비판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본향을 찾아 떠나는 철학쟁이 나그네 : 네이버 블로그 에서 (6)번 (7)번 문제풀이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또한 교량 법칙은 속성들간의 연결 방식만 보였을 뿐 왜 그러한 연결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제시하지 못한다. 김재권은 네이글의 교량법칙이나 창발론이 귀납적 예측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이론적 예측에는 실패한다는 점에서 수용하지 않는다. 김재권은 기능적 환원을 다음과 같이 정식화한다.

(1) 환원목표 속성의 기능화 : 환원되는 속성 M에 다음 형태의 기능적 정의 부여

M을 가짐=def. 인과적 과업 C를 수행하는 (환원기초 영역의) 어떤 속성 P를 가짐.

기능적으로 정의된 속성 M에 대해, M을 정의하는 인과적 역할에 들어맞는 (즉 인과적 과업 C를 수행하는) 기초 영역의 속성을 M의 "실현자"라고 부른다.

(2) M의 실현자 확인: 환원기초 영역에서 인과적 과업 C를 수행하는 속성(혹은 기제)을 찾음.

(3) 설명 이론 전개: M의 실현자가 과업 C를 수행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이론 구성.

「텍스트」, 236

정신 속성을 기능화함으로써 정신 속성이 환원기초 속성인 물리 속성과 역할이 같다는 것을 보여줘 두 속성이 동일하다는 것을 보이고 또 정신 속성이 인과력을 가진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1. 거의 충분한 물리주의 : 물리주의와 의식의 문제에 대한 고민

김재권은 『물리주의, 또는 거의 충분한 물리주의』와 『극단에 선 물리주의』에서 심신 환원주의로서 물리주의라는 입장이 갖는 문제점을 표현한다. 그 고민과 고찰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① 물리주의는 극복해야 할 두 가지 주요한 어려움들이 있는데, 이는 정신 인과의 문제와 의식의 문제다. 첫째 문제는 정신성이 어떻게 인과적으로 폐쇄된 물리적 세계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문제다. 둘째는 근본적으로 그리고 본질적으로 물리적인 세계에 의식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문제다.

② 한 정신적인 항목이 물리적 세계 내에서의 그 실현자로 기능적으로 환원될 때 오직 그 때에만 그 항목과 관련된 정신 인과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③ 지향적/인지적 속성은 기능화될 수 있으며, 따라서 기능적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 반면에 의식은 기능화 될 수 없으며, 따라서 환원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정신 인과의 문제는 지향적/인지적 속성에 관하여는 해결가능할지라도, 의식 속성들 또는 감각질에 관하여는 해결불가능하다.

④ 의식이 기능화될 경우에 오직 그때에만 의식의 문제는 해결가능하다 또는 설명적 간극이 메워질 수 있다.

⑤ 그렇다면, 감각질은 물리적 도식 내에 편입될 수 없는 잔여가 된다. 감각질은 물리적인 것에 환원될 수 없으며, 그런 이유 때문 에 ⑴ 감각질은 부수현상이며, ⑵ 그들의 존재, 그리고 특정한 신경적 또는 물리적 과정과의 관찰된 연관성은 설명될 수 없다.

「텍스트」, 239

김재권은 감각질과 의식과 같은 현상적 속성이 기능화 불가능하고 환원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배제하면 안된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그래서 그는 이것들이 정신적인 것 중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통해 물리주의의 일관성을 다소 훼손하더라도 자신의 입장을 유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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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된 내용 잘 읽었습니다. 이 논문 저도 한번 직접 살펴봐야겠네요. 김재권의 철학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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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요약 논문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정도 퀄리티의 요약이면 인정해야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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