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중세철학 입문서 없을까요?

알리스터 맥그래스, <신학이란 무엇인가>와 함께
철학자 관점에서 본 중세철학도 읽어보고 싶은데요.

혹시 좋은 입문서가 있을까요?

1개의 좋아요

(1) (서양) 중세철학은 요 10여년 사이 굉장히 시공간적 범위가 확장된 분야입니다. 이제 통상 서양 철학사에서 나오던 라틴 철학자들 뿐 아니라, 비잔틴 철학 - 아랍 철학 - 유대계 철학 모두 (같은 고대 그리스적 뿌리를 공유한다는 측면과 상호 교류가 많았다는 점에서) 하나의 중세 철학으로 여겨집니다.

이 외에도, 중세 철학의 시작과 끝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지는 언제나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2) 여하튼 이런 최신 담론에 부합하는 중세 철학책은 아쉽게도 한국어로 된 것이 없습니다. 다만 기존 라틴어권 학자 중심의 중세 철학 교재라면, 개인적으로 앤서니 케니의 <중세 철학>을 항상 추천하는 편입니다. 역사적 서술과 주제적 서술, 모두를 포괄하고 짧고 간략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번역도 좋고요.

(3)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ㅋㅋㅋㅋ 제가 요즘 취미로 SEP의 중세 철학 아티클을 쉬는 틈틈이 번역하고 있습니다. 완성되면 한번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4개의 좋아요

역시... 앤서니 케니 것만 생각이 났는데ㅠ 혹시 또 다른 보석이 없을까 싶은 마음에 질문 드렸습니다. 중세철학을 잘 모르는 형편이니 일단은 차근차근 가봐야겠네요.

번역해주시는 아티클들 틈틈이 읽어보겠습니다^^

답변주셔서 고맙습니다.

(1) 사실 중세 사상사는 철학적 관점인지 신학적/종교학적 관점인지 인문주의적 관점인지에 따라서 강조되는 학자와 시기가 달라서, 여러 교재들을 두루두루 보는게 좋을 때도 있습니다.

예컨대, 철학사책이라면, 신 플라톤주의 - 아우구스티누스 - 보에티우스 - 중세 철학 정도로 간략하지만, 신학 교재라면 신플라톤주의와 중세 철학 사이에 있는 무수한 교부들과 이들의 호교론 교재들을 다루곤 합니다. (의외로 호교론 텍스트들은 당대 [철학에 익숙한] 그리스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철학적인 깊이가 좀 있는 편입니다.)
또 인문주의적 관점이라면, 상대적으로 중세 대학 밖에 있던 학자들을 좀 더 부각시키곤 합니다. 철학사에서는 르네상스 시기로 묶어서 짧게 다루는 쿠자누스, 미란돌라, 단테, 에라스무스 등이 여기에 포함되죠.

1개의 좋아요

오 이것도 좋은 정보네요... 갈 길이 멀군요... 감사합니다

여기서 '맥그래스'라는 이름을 만나다니 반갑네요. 저는 중세철학을 잘 모르긴 하지만, 중세사상에 대해 신학과에서 배우는 내용과 철학과에서 배우는 내용 사이에는 간격이 꽤 클 거에요. 가령, 학부 수준으로만 놓고 보자면, 신학과와 철학과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대강 이렇게 갈릴 거에요.

신학과에서 다루는 내용: 예수의 이성일인격 논쟁(아리우스 논쟁, 아폴리나리우스 논쟁, 네스토리우스 논쟁),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성령 논쟁(필리오케 논쟁), 성서에 대한 사중적 해석(문자적, 유비적, 도덕적, 신비적 해석), 성찬 논쟁, 신앙과 이성의 관계 등

철학과에서 다루는 내용: 신 존재 증명(존재론적 증명, 우주론적 증명, 목적론적 증명), 신의 본질에 대한 탐구 문제(긍정의 길, 부정의 길, 유비), 보편자 논쟁(보편자 실재론, 온건한 실재론, 유명론), 신앙과 이성의 관계 등

같은 '중세'를 다룬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관심을 가지는 주제부터가 이렇게 크게 다르다 보니 공부의 목표를 어떻게 정하고 계신지에 따라 교재를 잘 선택하셔야 할 거에요. 철학 중심의 교재에는 중세신학의 핵심 논쟁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을 거고, 신학 중심의 교재에서는 중세철학의 형이상학 논쟁들이 다소 강조되지 않을 거예요.

4개의 좋아요

안녕하세요,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Maurice De Wulf의 History of Medieval Philosophy 추천합니다.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