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 공부의 고통(?)

논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갑자기 헷갈리면서 미궁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뭔가 내가 의미를 온전히 얻지 못하고 그 주위를 배회하기만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이런 느낌을 저 말고도 느껴보신 분들이 계실까요? 만약 계시다면 이게 정상인 건지 아니면 제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건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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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논리학은 입문 수업만 들은 것이 다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도 철학사를 공부하면서 비슷한 경험이 많았었기 때문에 혹여나 도움이 될까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하지만 철저히 철학사를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써진 글이니, 필터링을 어느 정도해가면서 들으셔야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논리학 공부하시는 다른 분들이 지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저도 철학사를 공부할 때 깊은 이해 없이 문장을 쓰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마치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쓴 것이 아닌 이 단어들의 조합이 틀리지 않기 때문에 반복해서 쓰는 느낌 말이죠. 예를 들어, 한동안 저는 헤겔의 대논리학에서 생각과 존재가 같다 (unity of thinking and being) 라고 수도 없이 말해왔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게 된지는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그 뜻은 그 문장을 남용하면서도 저 자신이 그것을 이해해서 쓴 게 아니라는 거죠. 이것이 태형님이 말한 미궁에 빠지는 느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상황은 모두에게 가끔씩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들은 것을 반복하는 것 의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게 되며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게 되면 다른 학자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게 되며, 자신의 글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다른 사람들의 주장의 장단점을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게 되는 것이죠. 한 사람의 주장이 더 강력하다고 주장하더라도, 결국 모두가 생각할 수 있는, 혹은 이미 나온 주장들을 의미없게 재정렬해서 나오는, 하지만 아무도 쓰지는 않은 그런 주장을 할 수 밖에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흔히 말하는 "잔반처리 철학자"가 되는 것이죠.

이 상황이 더 위험한 이유는, 학점이 잘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해놓은 결과를 단순히 반복하며 과제를 내게 되면 감점 요소가 줄어들며, 글 솜씨만 잘 받쳐준다면 A/A+까지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택하면 점수가 높게 나오고, 들어가는 노력은 눈에 띄게 줄며, 눈에 나오는 결과는 이것이 맞다고 말해주니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이것이 철학을 공부하는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이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게 되며, 의미있는 철학을 하기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이런 케이스들을 많이 봤고요 (실제로 예전에 과제 점수가 잘 안 나와서 고민할 때, 제 교수님이 비슷한 말을 해줬었습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배운 것을 잘 전달하는 것이 학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받는 방법이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없다" 라고 말이죠)

만일 이런 상황이 위험하다면, 어떻게 빠져나와야할까요? 이 부분에서 저는 특히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제 논리학 배경이 너무 부족하거든요. 그래도저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로 단순 반복 그 이상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예를 들어보세요.
    어떤 한 결과를 알고 있다면 예시를 사용해보세요. 아주 가벼운 예시들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a^b) 와 ~a v ~b와 같다는 것을 이해하려면: 아 내가 오늘 학교에 갔고 점심을 안 먹었구나! 그렇다면 학교에 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점심을 먹은 것은 사실이 아니구나! 그렇다면 (학교에 갔다 ^ 점심을 먹었다) 는 거짓이며 ~(학교에 갔다 ^ 점심을 먹었다)는 사실이구나! 그렇다면 학교에 안 갔거나 점심을 안 먹었다 둘 중 하나가 진실이겠네? 와 같이 말이죠.

  • 상반되는 주장에 반박을 해보세요.
    논리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떤 부분들은 직관에 어긋나거나, 반대되는 주장이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님이 원래 갖고 있던 믿음일 수도 있고요. 이런 것들을 반박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역시 이 반박을 할 때에도 아주 가벼운 예들을 들어가며 써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사를 공부한다면 더 해드릴 말이 많겠지만, 논리학이라니 조심스러워서 말을 아끼게 되네요. 제 제한된 논리학 배경을 써가며 어떤 조언이 좋을까 선별해서 써봤습니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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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은 분야 특성상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공부하는가?'가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동기로 논리학을 공부하고 계신가요? 그에 따라서 어떻게 논리학에 접근하고 어떤 논리학을 공부할지 또한 결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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