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학파의 주요 인물로 알려져 있는 루돌프 카르납(Rudolf Carnap, 1891-1970)의 전집이 출간 중이라고 합니다. 2015년부터 전14권으로 계획되었고, 작년 2019년에 1권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로, 카르납과 논리실증주의의 철학은 20세기 중반에 맹위를 떨쳤지만, 여러 철학자들의 비판 이후로 더 이상 그의 기획이 타당하다고 보는 학자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현재는 분석철학사를 개괄할 때 한 챕터 정도 다루는 정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점점 관심에서 멀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난 철학자의 저작을 모두 추려서 독어-영어 대역본으로 번역까지 해서(!) 출간하는 엄청난 수고를 들일 정도로 관심을 갖는다는 게 개인적으로 놀랍습니다.
한편 「경험론의 두 독단」을 통해 논리실증주의의 조류에 강력한 공박을 가했던 콰인도 카르납으로부터 많이 영향을 받고 배웠고, 카플란 같은 이론가들도 여러 곳에서 카르납의 기획을 언급하고, 카르납과는 완전히 판이한 주장을 했다고 생각되는 셀라스까지도 카르납의 철학적 테크닉 등에 여러 영향을 받았다고 서술되는 것을 보면, 제가 너무 초-중기 분석철학의 논의에 관심이 없었나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