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는 "현대 자유주의 이론의 윤리적 전제들 그리고 근대 초 자유주의나 공화주의의 핵심 전제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민주정을 통해 "안전하고 풍요로운 국가를 위한 헌정 질서의 틀을 안정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려 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정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착각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개념은 현대에 개발된 것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자유주의 이전에 민주정은 잘 이루어졌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저자는 민주정은 그것이 자유주의적이기 이전에도 여전히 선택할 만한 것임을 개념적으로 밝히려 한다.
저자는 그러한 순수 상태의 민주정을 "원초적 민주정"이라고 부르며, 그것에 대해 역사적으로, 규범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탐구한다. 그는 탐구를 통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자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 중 어느 만큼이 민주정 그 자체만으로 생겨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느 만큼은 그렇지 못한지를' 밝힐 수 있고, 또 '자유주의의 도덕적 주장들에는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비폭정이라는 아이디어에는 끌리는 사람들, 즉 안정적이고 비전제적인 통치 아래서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민주정 이론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고, 탐구의 과제는 이 주장들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것일 테다.
- 원초적 민주정은 사회적 다양성을 지닌 대규모 시민 집단에 의해 상당히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적 자기 통치이다. 원초적 민주정이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여러 규칙들이 필요하며, 이 규칙들은 습관화된 사회적 행동 양식으로 확실하게 뒷받침된다. 이 규칙들은 집단적 통치자들이 절대주의적 지배자가 되지 못하도록 제약하고, 정부 기관 혹은 다른 강력한 사회적 행위자가 폭력적 행동으로 민주적 질서를 위협할 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원초적 민주정은 가치중립성, 보편적 인권들, 평등주의적 분배 원칙들을 적극적으로 함축하거나 배척하지 않는다. 원초적 민주정은 자유주의의 반정립도 아니고, 자유주의의 실현도 아니다.
- 원초적 민주정은 정당성을 갖추었으면서도 동시에 효과적인 정치체제이다. 원초적 민주정은 시민들이 전제적으로 지배받지 않고도 안전하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 자신에게 좋은 정체이다. 그 이유는 다음의 셋이다. 첫째, 원초적 민주정은 인간적 번영에 필요한 물질적 조건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생활수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을 할 적절한 기회를 마련해 준다. 둘째, 원초적 민주정은 인간성을 구성하는 능력들(사회성, 이성, 언어적 의사소통 등)의 자유로운 발휘를 촉진한다. 셋째, 원초적 민주정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충족되어야 할 조건(정치적 자유, 정치적 평등, 시민적 존엄)을 유지한다.
- 원초적 민주정 이론은 시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원초적 민주정 이론은 정치적 실천과 자유주의 정치 이론에서는 쉬이 간과되곤 하는 몇몇 가치들, 대표적으로 참여가 갖는 그 자체로서의 가치와 시민적 존엄의 독립적인 가치 사이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다. 또한 그것은 자유주의자와 비자유주의자가 던질만한 두 가지 의문(자유주의적 사회가 어떻게 안정적이면서도 적응력을 갖출 수 있는가? 와 비자유주의적 사회는 어떻게 전제적 지배자 없이도 지속 가능한다?)에 대답을 내놓는다.
서론과 1장의 나머지 부분은 위 내용들의 반복 및 변형으로, 그리고 2장부터 8장까지 전개될 내용의 요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출처: 조사이아 오버 2023, pp.10-61.
※볼드체는 본 글 필자의 강조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