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은 정말 모순율에 둔감할까?

(1)

이 부분은 사실 굉장히 많은 조심성이 필요로 하는 주장인듯합니다. 최근 학계는 동서교류사와 혼합주의에 호의적인 편이라서, 말씀하신 주장을 긍정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지만, "그래서 정말인가?" 묻는다면 저흰 개연적이라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2)

초기 인도 철학자(불교든 자이나든 힌두든 아지위카든)와 고대 그리스 학자들이 서로를 알았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다만 어느정도 알았을까? 이건 물음표입니다.

(i) 통상 교류의 증거로 제시되는 것은 피론이 고대 인도 북부 (오늘날 카슈미르와 아프간) 지역에서 인도 수행자를 만나서 큰 영향을 받고 돌아왔다는 증언입니다. (아마 <위대한 어쩌고저쩌고> 책이 출전으로 기억합니다. 디오게네스 라이니투스인가가 쓴 책이요.)

문제는 당대 로마에서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철학의 기원이 이국의 현자라 주장하는 것이 일종의 클리셰였다는 점입니다. 자신은 조로아스터를 이었다, 예수를 이었다, 이집트의 현자인 헤르메스를 이었다는 주장을 흔하게 접합니다. (이 중 조로아스터의 경우는 실제 조로아스터교와 꽤 거리가 멀고, 헤르메스는 과연 어느정도 고대 이집트 종교와 연관성이 있는지 이견이 분분합니다.)

따라서 피론의 주장 역시 어떤 스캠이거나, 아니면 이상하게 굴절된 내용이거나, 실제로 보았지만 그냥 단편적으로 안 걸 자기 맘대로 해석한거이거나, 아니면 진짜 영향을 받은 것일수도 있죠.

아마 새로운 문헌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겁니다.

(3)

여담이지만 카슈미르와 아프간 지역은 철학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지역입니다. 고대 불교 철학의 중심지였던 곳이기도 하면서도, 힌두철학과 중요한 회의주의 철학자들이 나온 곳이기도 하죠.
동시에 이슬람의 정복 이후에는, 아비센나 같은 중요한 이슬람 철학자들이 나온 곳이기도 합니다.

어떤 학자는 아비센나가 중관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기에 이르죠. (정확히 말하면 사상이 아니라, 불교 승원 체계가 마드라스 체계로 이어지고, 불교 문헌 특유의 논리적 주석 방식을 아비센나가 계승했다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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