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화자 여러분, 여러분들의 언어적 직관이 필요합니다!

(1) 항상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만달라입니다. 제가 최근 초내포성이니 의미론이니 뭐니를 고민하다가 뭔가 기묘한 직관이 들어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다른 한국어 화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 이리 글을 적습니다.

(2)

언어학에서 부사-감탄사-의성어/의태어가 어떻게 구분되는지는 논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영어는 의성어/의태어가 드물거든요 (...)

그래도 한국어 화자는 다음과 같은 구분을 직관적으로 하는 듯합니다.

(a-1) 그는 달린다.
(a-2) 그는 빠르게 달린다.

두 문장은 지칭도 다르고 따라서 명제도 달라지는듯합니다. 우리는 느리게 달릴 수도 있으니, 빠르게 달리는 건 달리는 것 중 하나인듯합니다.

이제 의성어/의태어로 가면 문제가 살짝 이상해지는듯합니다.

(b-1) 반지가 빛난다
(b-2) 반지가 반짝반짝하다.
(b-3) 반지가 반짝반짝 빛난다.

제 언어적 직관은 "빛난다"는 반드시 "반짝반짝 빛난다"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즉 이 문장들은 지칭도 같고 [가능세계 의미론에 따르면] 명제도 같지만 인지적 차이는 있는 초내포성의 사례가 되는 셈이지요.)

이 직관에 대한 제 해석은 "반짝반짝"이 빛이 나는 현상적 내용에 대한 묘사-기술이라는 견해입니다.

(달리 말해, 모든 빛나는 것은 반짝반짝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거나 '빛나다' 대신 반짝반짝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달리다 - 빠르다/느리다는 이게 가능하지 않죠.)

(생각해보니, 반짝반짝 말고 번쩍번쩍이라는 수식어도 빛남에 붙일 수 있네요. 직관상 이 둘의 차이는 빛의 강도 차이일듯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빛남은 반짝반짝 아님 번쩍번쩍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고 반짝/번쩍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리다-빠르다/느리다와는 다른 듯합니다.)

여기서 제 질문이 있습니다.

(a) 빛나는 건 언제나 반짝반짝/번쩍번쩍 빛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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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적 의미처럼 여겨지는 걸 빼더라도
눈부시게 빛나다 / 환하게 빛나다 / 어슴푸레 빛나다
같은 말들이 떠오르네요.

(1) 저만의 직관일지도 모르지만,

말씀해주신 사례에서 빛나다를 모두 반짝반짝하다로 바꿔도 동일한 의미가 성립하지 않나요?

눈부시게 반짝반짝하다.
환하게 반짝반짝하다.
어슴푸레 반짝반짝하다.

(한국어에 가까우려면 반짝거리다가 좀 더 잘 맞는거같긴합니다만.)

흠.. 제가 읽기엔 세 문장 모두 아주 자연스럽게 읽히진 않습니다.

오히려 '반짝반짝하게 빛나다'가 참이면 '반짝반짝하다',
'눈부시게 빛나다'가 참이면 '눈부시다',
'환하게 빛나다'가 참이면 '환하다',
'어슴푸레 빛나다'가 참이면 '어슴푸레하다'

라고는 적절히 문장을 바꿔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 더 가볍게 생각해보면, 어두운 곳에서 무드등을 켜면 빛이 나긴 하지만 그걸 보고 누군가가 반짝반짝 빛난다고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은 작은 빛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 같거든요. (사전 상의 의미도 그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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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라쿤 님이 잘 답변해주셨지만, 저도 한국어 화자의 자격으로 한마디 덧붙이겠습니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반짝반짝'은 '작은 빛이 잠깐 잇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밤하늘의 별들은 대기의 영향으로 밝기가 유지되지 않고 깜빡거리기 때문에 '반짝반짝' 빛납니다(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반면에 달빛은 은은하게 빛나고, 햇빛은 눈부시게 빛납니다. 따라서 빛나는 것이라고 모두 반짝반짝 빛난다고 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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