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vasse님이 올려주신 글에 대한 답변으로 제가 그동안 찾아본 비트겐슈타인 관련 책과 논문을 간략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여기에 적은 문헌들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공부할 때 일반적으로 읽는 텍스트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제가 공부하면서 접한 문헌들 중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정리한, 매우 주관적이고, 매우 개인적이며, 매우 편향된, 일종의 '나의 비트겐슈타인 독해기'(?)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포괄적 해설서
- 이승종, 『비트겐슈타인이 살아 있다면』, 문학과지성사, 2014.
처음 비트겐슈타인을 공부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입니다. 전기 비트겐슈타인과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설이 깔끔하고 체계적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입문자를 위한 '해설서'라기보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연구서'에 가깝습니다.
- 이영철,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책세상, 2016.
이영철 교수님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과 관련해서 출판하신 여러 논문을 모은 책입니다. 저는 특히 제5장 '규칙 따르기와 사적 언어'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 박병철,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초대』, 필로소픽, 2014.
처음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공부할 때 열심히 읽었던 해설서입니다. 다만, 솔직히 추천드리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박병철 교수님의 비트겐슈타인 해설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논고』에서 제시된 '대상' 개념을 일종의 '감각 자료(sense-data)'로 해설하는 입장은 대부분의 국내 연구자들에게 비판받습니다. 다만,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제시하는 전체적 그림을 빠르게 확인하기에는 유용합니다.
- 해커, P. M. S., 『비트겐슈타인』, 전대호 옮김, 궁리, 2001.
정통파 비트겐슈타인 연구자 해커가 쓴 얇은 해설서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전체적으로 소개해주고 있긴 하지만, 특별히 비트겐슈타인의 심리철학의 특징과 의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심리철학: 데카르트적 코기토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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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슐테, 요하임., 『비트겐슈타인』, 김현정 옮김, 인물과사상사, 2007.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시기별로 소개하는 얇은 해설서입니다. 특징이 있는 해설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논고』와 『탐구』 사이의 중기 저작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재닉, 앨런. & 툴민, 스티븐.,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 석기용 옮김, 필로소픽, 2013.
정말 독특한 비트겐슈타인 연구서입니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오스트라아 빈의 정치-사회-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접근하는 내용입니다. 일반적 해설서들은 프레게와 러셀로부터 논리실증주의로 이어지는 분석철학의 전통 속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소개하는 반면, 이 책은 바이닝거, 쇼펜하우어, 키에르케고어 등 기존 분석철학 연구자들이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인물들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대단히 참신하게 해석합니다. 특히, 저는 이 책 덕분에 『논고』를 일종의 실존주의적 저작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키에르케고어를 흉내내고 싶었던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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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논고』 해설서
- 화이트, R. M.,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론 이렇게 읽어야 한다』, 곽강제 옮김, 서광사, 2011.
『논고』를 처음 공부할 때 도움을 받았던 책입니다. 책 속에 『논고』 전체 내용을 그려낸 도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태'와 '사실' 사이의 관계 등 더 깊은 연구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는 해설도 수록하고 있지만, 『논고』의 전체적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려고 할 때는 정말 좋은 책입니다.
- 박정일, 『논리-철학 논고 연구』, 한국문화사, 2020.
박정일 선생님이 그동안 쓰신 『논고』 관련 논문을 모은 책입니다. 박정일 선생님은 (한 번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제가 정말 마음속으로 깊이 존경하는 비트겐슈타인 연구자이십니다. 저는 박정일 선생님만큼 글을 엄밀하고 체계적으로 쓰는 연구자를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논고』를 둘러싼 수많은 쟁점과 논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Diamond, C., "Throwing away the Ladder: How to Read the Tractatus", in The Realistic Spirit: Wittgenstein, Philosophy, and the Mind, Cambridge, Massachusetts and London, England: MIT Press, 1991, 179-204.
소위 '새로운 비트겐슈타인(New Wittgenstein)'이라는 『논고』 해석을 촉발시킨 논문입니다. 다이아몬드는 『논고』가 자기 자신을 부정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의 영역이 순전히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책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러한 방식의 『논고』 해석에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접근법이 『탐구』로 대표되는 후기철학에는 유효하다고 봅니다.
- Hacker, P. M. S., “Was He Trying to Whistle It?”, in The New Wittgenstein, A. Crary and R. Read(eds.),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00, 353-388.
해커가 다이아몬드의 '새로운 비트겐슈타인'을 비판한 논문입니다. '새로운 비트겐슈타인'이 지닌 약점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와 대비되는 『논고』에 대한 정통적 해석이 무엇인지 역시 잘 소개되어 있어서 매우 유익합니다.
『논리-철학 논고』에 대한 포스트모던적 해석 비판: P. M. S. 해커, 「그는 휘파람을 시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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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lcolm, N., Nothing is Hidden: Wittgenstein's Criticism of his Early Thought, Oxford: Basil Blackwell, 1986.
『탐구』의 관점에서 『논고』를 비판한 내용입니다. 말콤은 비트겐슈타인의 직계 제자인 만큼, 그가 쓴 글들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읽힙니다.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숨겨져 있지 않다(Nothing is Hidden)."라는 책 제목은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의 핵심을 정말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규칙 따르기 논의
- 크립키, 솔., 『비트겐슈타인 규칙과 사적 언어』, 남기창 옮김, 필로소픽, 2018.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 연구에서 '규칙 따르기(rule following)'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부각시킨 책입니다. '회의적 역설(skeptical paradox)'를 중심으로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을 이해하려는 크립키의 시도는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비판을 받습니다만, 그 비판의 핵심과 정당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크립키의 연구서는 반드시 꼼꼼하게 독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따르기 문제에 대한 크립키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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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ller, A. and Wright, C. (eds.), Rule-Following and Meaning, Montreal and Kingston, Ithaca: McGill Queens's University Press, 2002.
규칙 따르기 논의에 대한 논문들을 모아둔 책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에 대한 엄격한 의미의 해설서라기보다는,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따르기'와 크립키의 '회의적 역설'이 촉발시킨 여러 아이디어들을 각각의 저자들이 나름대로 참신하게 발전시킨 결과물들을 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라이트와 맥도웰의 비트겐슈타인 해석: 판단의존 이론인가 침묵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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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ker, G. P. and Hacker, P. M. S., Scepticism, Rules and Language, Oxford: Basil Blackwell, 1985.
베이커와 해커가 크립키의 규칙 따르기 해석을 비판한 내용입니다. 두 인물은 애초에 '적용' 혹은 '사용'과 분리된 규칙이 존재한다는 식의 생각을 비트겐슈타인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정확히 지적합니다. 가장 정통적인 '규칙 따르기' 해석이 무엇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규칙 회의주의에 대한 단상: 회의적 비트겐슈타인, 치유적 비트겐슈타인, 결단적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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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cGinn, C., Wittgenstein on Meaning: An Interpretation and Evaluation, Oxford: Basil Blackwell, 1984.
맥긴의 연구서 역시 베이커와 해커의 연구서와 마찬가지로 규칙 따르기에 대한 정통적 해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저는 맥긴의 글을 꼼꼼하게 읽지는 않았지만, 전문 연구자들은 베이커와 해커의 연구서와 함께 맥긴의 연구서를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입니다.
- Kush, M., A Sceptical Guide to Meaning and Rules: Defending Kripke's Wittgenstein, Montreal and Ithaca, New York: McGill-Queen's University Press, 2006.
쿠쉬는 독특하게도 크립키의 규칙 따르기 해석을 옹호합니다. 저는 이 책을 앞부분만 살짝 읽어보았을 뿐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지는 못합니다만, 최근에는 쿠쉬와 같은 방식의 해석도 규칙 따르기 연구에서 부각되고 있는 듯합니다.
- McDowell, J., "Wittgenstein on following a Rule", Synthese, Vol. 58(3), 1984, 325-363.
개인적으로, 저는 베이커와 해커의 연구서와 함께 맥도웰의 이 논문을 통해 규칙 따르기 논의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맥도웰은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따르기 논의가 '해석 없는 규칙 따르기'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애초에 규칙을 '해석'을 통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없을 경우 '회의적 역설'의 문제는 발생하지조차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맥도웰의 이 논문은 밀러와 라이트의 논문집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4. 잡다한 주제들
4. 1. 새로운 비트겐슈타인
- Diamond, C., The Realistic Spirit: Wittgenstein, Philosophy, and the Mind , Cambridge, Massachusetts and London, England: MIT Press, 1991
- Crary, A. and Read, R. (eds.), The New Wittgenstein,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00.
4. 2. 비트겐슈타인과 데리다
- 이승종 & 가버, 뉴턴., 『데리다와 비트겐슈타인』, 동연, 2010.
- Staten, H., Wittgenstein and Derrida, Lincoln: University of Nebraska Press, 1984.
4. 3. 비트겐슈타인과 가다머
- Habermas. J., “A Review of Gadamer’s Truth and Method”, in Understanding and Social Inquiry, F. R. Dallmayr and T. A. McCarthy (ed.), Notre Dame, 1977, 335-363.
- Lawn, C., Wittgenstein and Gadamer, New York and London: Continuum, 2004.
- Horn, P. R., Gadamer and Wittgenstein on the Unity of Language, Aldershot: Ashgate, 2005.
4. 4. 비트겐슈타인과 언어적 관념론
- Anscombe, G. E. M., "The Question of Linguistic Idealism", in From Parmenides to Wittgenstein: The Collected Philosophical Papers of G. E. M. Anscombe, Vol. 1, Oxford: Basil Blackwell, 1981, 112-133.
- Bloor, D., "The Question of Linguistic Idealism Revisited", in The Cambridge Companion to Wittgenstein (2nd ed.), H. Sluga and D. G. Stern (ed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8, 332-360.
4. 5. 비트겐슈타인과 정신분석
- 하턴, 존 M., 『비트겐슈타인과 정신분석』, 석기용 옮김, 필로소픽,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