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왕, 「사건동일론은 정신부수현상론을 수반하는가?」(2009) 요약

오랜만에 개인공부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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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된 텍스트 : 이종왕 (2009). 사건동일론은 정신부수현상론을 수반하는가?. 범한철학, 53. 291-318 / 이하 "사건수반"이라고 부르겠다.

데이비슨의 무법칙적 일원론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논제를 주장한다.

  1. 인과적 상호작용 : 심적 사건은 물리적 사건들과 인과적으로 상호작용한다.
  2. 법칙적 인과성 : 원인과 결과로 엮인 모든 사건들은 엄격한 결정론적 법칙 하에 놓인다.
  3. 무법칙성 : 심적 사건들을 예측하고 설명하는 기반에 엄격한 결정론적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데이비슨은 이 논제를 제시하면서 인과성과 법칙성 자체에 대한 분석과 그에 대한 반론들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그리고 김재권은 이 부분에 대해 데이비슨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며, 데이비슨의 무법칙적 일원론이 심적 속성의 인과성을 해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데이비슨의 이론이 부수현상론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이종왕은 데이비슨을 비롯한 비환원론적 물리주의자들이 지지하는 정신인과에 대한 법칙적/반사실적 인과의 접근 방법과 김재권의 생산적/발생적 인과를 대비시켜 논의를 전개한다.

먼저 법칙적 인과의 접근 방법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이 입장에서 인과법칙이란 "다른 것이 같다면의 법칙(ceteris paribus laws)"이다. 여기에서 전건의 만족은 후건의 만족의 법칙적인 충분조건이다. 가령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주스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는 주스를 마시러 냉장고로 이동하는 행위와 인과적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비환원적 물리주의자들은 심적 속성들도 인과적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는 이 입장을 지지하는 측을 법칙주의라고 하겠다.

김재권은 이런 주장이 지니는 문제점을 두 가지 논변을 통해 제시한다. 첫 번째 논변을 보자. 원인 A가 있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결과 B와 C가 있다고 하자. 이 둘은 같은 원인에 의해 시간 순서대로 필연적인 병렬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법칙성 개념에서는 B가 C의 원인이라는 잘못된 주장을 하게 된다. 이는 실제 인과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법칙성과 규칙성이 인과성의 필요조건 내지는 충분조건이라고 하기 어렵다. 두 번째 논변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어난 사건 A와 그 뒤에 일어난 사건 B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변인데, 법칙주의는 단순히 A가 B의 원인이므로 이 둘 사이에는 인과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실은 A는 C와 법칙적으로 연결돼있고, B는 D와 법칙적으로 연결돼있으며, C와 D가 법칙적으로 연결돼있어 실은 A와 B 사이에는 실제 인과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A와 B는 C와 D의 관계에 의존하는 부수현상일 뿐이다. 김재권은 정신인과에 대한 법칙적 접근이 이런 문제를 낳으므로 기각된다고 주장한다.

법칙적 인과를 넘어 반사실적 인과 이론을 지지하는 비환원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논지를 펼친다. 우연적 규칙성과 인과적 규칙성을 구분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식화한다. "한 사건 c는 또 다른 사건 e를 c와 e가 일어나고, 만약 c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e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경우에 야기 한다." 즉 c는 오직 c로부터 e까지 인과적 사슬이 있고 그 속에서 각 사건은 그것의 전건에 인과적으로 의존해있는 경우에만 e의 원인이다."("사건수반", 302)

정신적 사건의 경우를 여기에 대입해보면, "정신적 사건 c가 물리적 사건 e와 일어나고, 만약 c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e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경우에 정신적 사건 c는 물리적 사건 e를 야기한다."라고 정식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정식의 참/거짓을 판단하는 것은 c가 일어나지 않고도 e가 일어나는 가능세계와 c가 일어나지 않고 e도 일어나지 않는 가능세계 중 어느쪽이 더 실제 세계와 가까운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이런 논변을 선택할 경우 김재권이 제시한 반대 논변 중 첫 번째 문제, A와 B,C 사건의 연속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 반면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가장 결정적으로, 김재권은 이런 논변을 보증해줄 근거가 없음을 지적한다. 다시 정신-물리법칙의 문제가 재등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신적 사건은 실은 물리적 사건에 단순히 부수현상일 뿐 아닌가? 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재권은 더 나아가 반사실적 인과 이론이 두 가지 면에서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이 이론이 배제원리를 어겼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인과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재권은 심리철학의 전통적인 세 가지 논제를 제시한다.(1) 인과적 폐쇄성의 원리 (2) 심적 속성과 물리적 속성의 비동일성 (3) 배제의 원리(참된 과잉결정의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현상도 하나 이상의 원인을 가질 수 없다는 것). 그는 이 세 가지 논제를 모두 유지하려고 하면 모순이 생기기에 (2)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심적 속성과 물리적 속성의 동일성을 주장하며 인과의 폐쇄성과 배제의 원리를 지키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사실적 인과 이론의 지지자들, 비환원주의자들은 (3)을 거부한다. 여기에서 김재권은 반사실적 인과 이론의 지지자들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또 김재권은 반사실적 인과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실제 인과, 발생적/생산적 인과에 대해서 다루지 못하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반사실조건문은 참된 인과적 규칙성을 반영하지 않고, 가상적인 의존관계를 표현한다. 반면 발생적 인과는 원인이 사건을 실제적으로 일으키는 것만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김재권을 이것을 "두터운 인과"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두터운 인과를 보증하는 형이상학적 근거는 흄이 제시한 인과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 "시공간적 연접"이다. 김재권은 반사실적 인과 이론이 정신적 사건과 물리적 사건 간의 시공간적 연접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종왕은 김재권의 주장이 결정적인 비판이 아닌 입장의 차이만 드러낼 뿐이며, 김재권 본인의 논의도 약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재권은 배제원리를 수용하고 심적 속성과 물리적 속성을 동일시하는 길을 택한다. 반면 비환원주의자들은 김재권의 속성동일론이 근본적으로 제거주의와 같은 오류, 심적 속성에 대한 개념을 제거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와 근본적으로 다름이 없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또 이왕종은 사건동일론을 통해 김재권이 비환원주의에 제기하는 문제점들을 형이상학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사건의 차원에서 현대 물리학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심적 속성이 물리적 사건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건에 있어 구성적 속성과 비구성적 속성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물리적 속성을 구성적 속성으로 분류하고, 심적 속성을 비구성적 속성으로 분류하여 사건은 그 모든 것들을 포함한 집합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능주의 논의까지 도입해, 일차 물리적 속성과 이차 기능적 속성이 동일할 수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게 되면 속성동일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또 사건 동일론은 심적 속성이 물리적 속성과는 구분되지만, 물리적 사건에 속한 속성으로서 물리적 사건과 동일시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체 이원론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환원주의자들의 목표는 실체적으로는 일원론을 주장하면서도 속성적으로는 이원론을 주장하고, 심적 속성이 인과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사건동일론은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 예를 들어 "존 부스가 링컨을 살해함"이라는 사건과 "존 부스가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 링컨을 살해함"이라는 사건, 두 사건을 비교해보자. 이 둘은 속성적으로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을 이룸"이라는 비구성적 요소가 첫 번째 사건을 예화하여 두 번째 사건을 이룬 것이기에 이 둘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 이왕종은 이것이 참이라면 비환원주의자들이 김재권이 제기한 문제를 피하고 부수현상론의 공격과 오명에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물리적 사건 A, A를 야기한 정신적 사건 B, 그리고 그 정신적 사건의 토대가 되는 C가 있다고 해보자. B는 C를 예화한 것으로서 C와 사건의 차원에서 동일화될 수 있다. 그러나 속성의 차원에서는 그 요소가 다르므로 B와 C는 속성 차원에서는 동일하지 않다. 존재적 일원론과 속성 이원론이 동시에 달성되는 것이다. 이 경우 김재권이 제시하는 배제의 원리에 입각한 과잉결정의 문제도 사건의 차원에서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피할 수 있고, 동일론과 부수현상론이라는 오명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다. 이렇게 사건동일론을 형이상학적 입장으로 삼을 때 비환원주의는 김재권의 속성동일론, 수반이론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있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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