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수능 가능세계 지문에 대하여 -출제 오류 논란을 중심으로-

  1. 문제가 무엇인가?

분석철학도의 입장에서 평가원 기출 문제를 보면 반가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슬프게도 이곳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헤겔 지문이 나온 2022학년도 수능부터는 분석철학 관련 지문이 안 나오고 있지만 그 전의 기출 문제들에서는 '콰인', '포퍼', '헴펠', '프리스트' 같은 고정 지시사나 베이즈주의, 자유의지, 게티어 문제 등 익숙한 주제를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지문은 2019학년도 수능의 가능세계 지문인데, 가능세계 의미론의 탄생 배경, 가능세계의 개념과 성질, 반사실문 의미론 같이 딱 제 취향에 들어맞는 주제들이 가득한 지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에, 한때 이 가능세계 지문의 문항에 대한 출제 오류 논란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몰랐지만 당시에는 꽤 핫한 논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논란은 수능 국어, PSAT, LEET 강사로 유명한 이해황 선생님(이하 '이해황T')께서 당시 42번 문항의 선지 중 평가원이 공식으로 인정한 정답인 4번 선지 외에도 3번 선지가 지문과 <보기>의 정보를 토대로 하면 정답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이의제기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의 글을 기초로 하여 해당 이의제기의 논지를 서술해보겠습니다.


출처: 상동

문제의 42번 문제입니다. 그 유명한 정언명제들과 대당사각형에 관한 정보와, 본문 마지막의 가능세계의 일관성, 포괄성, 완결성, 독립성이라는 정보를 취합하여 푸는 문제입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공식적인 정답은 4번이며 ebsi에 의하면 이 정답을 맞춘 사람들은 29.5%에 불과했습니다. 한편 4번 다음으로 선택 비율이 높았던 것은 3번 선지로 29.1%를 기록했습니다.

(3번)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하나는 반드시 참이겠군.”

여기까지만 보면 평가원의 낚시가 먹혔다, 혹은 어려운 문제였구나 같은 생각 정도만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3번 선지를 선택한 몇몇 학생들의 풀이 과정이 타당한 추론처럼 보인다는 점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 같습니다. 이해황T는 그러한 풀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재구성했습니다.

ㄱ.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라, I와 E는 모순관계다.
ㄴ. 따라서 배중률에 의해 어느 세계에서든 I와 E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
ㄷ. 만약 I가 참인 경우 I와 O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 (∵선언지 도입)
ㄹ. 만약 E가 참인 경우 E는 O를 함축하므로 O가 참이다.
ㅁ. O가 참인 경우 I와 O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 (∵선언지 도입)
ㅂ. 결론적으로, 가능한 모든 세계에서 I와 O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므로,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는 참이다. (∵양도논법)

여기서 A, I, E, O는 각각 전칭긍정명제, 특칭긍정명제, 전칭부정명제, 특칭부정명제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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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arsons, Terence, "The Traditional Square of Opposition",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Fall 2021 Edition), Edward N. Zalta (ed.), URL = https://plato.stanford.edu/archives/fall2021/entries/square/.

(헷갈림을 방지하기 위해 올린 이미지. 순서대로 각각 전통적인 대당사각형과 현대적인 대당사각형.)

이해황T는 위 글에서 해당 논증에 대한 네가지 예상반론을 제기하고 각각에 대해 재반론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그 중 이 논증이 고교 과정을 넘어서는 지식을 요구한다는 예상반론에 가장 눈이 갔습니다. 이 예상반론에 대해 이해황T는 그 논증이 고교 과정을 넘어서는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식적인 추론규칙만을 사용한 논증이라고 재반론했습니다. 이러한 재반론은 일견 그럴듯해보이는데 재구성된 논증의 각 단계에 사용된 추론 규칙들인 선언 도입이나 구성적 양도논법 같은 규칙들은 정말로 상식적인 수준의 규칙들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평가원에서는 이러한 이의제기를 기각했으나, 만약 위 논증이 기술된 바와 같이 고3 수준에서 상식적인 추론규칙들을 통해 구성될 수 있으며 실제로도 타당하다면 평가원의 판정이 어떠했는지와 무관하게 3번 또한 정답이 될 것이고, 실제로 출제 오류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논증은 실제로 타당할까요?

이해황T가 재구성한 논증을 또 한번 재구성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원본부터 다시 보겠습니다.

ㄱ.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라, I와 E는 모순관계다.
ㄴ. 따라서 배중률에 의해 어느 세계에서든 I와 E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
ㄷ. 만약 I가 참인 경우 I와 O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 (∵선언지 도입)
ㄹ. 만약 E가 참인 경우 E는 O를 함축하므로 O가 참이다.
ㅁ. O가 참인 경우 I와 O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 (∵선언지 도입)
ㅂ. 결론적으로, 가능한 모든 세계에서 I와 O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므로,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는 참이다. (∵양도논법)

ㄱ, ㄴ의 전건은 생략해도 무방합니다. 이 외에 몇몇 표현을 바꾸거나 생략하면 다음과 같이 재구성할 수 있겠습니다.

ㄱ. I와 E는 모순이다.
ㄴ. 임의의 가능세계 w에 대해, w에서 I와 E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
ㄷ. 만약 I가 참이면 I와 O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
ㄹ. 만약 E가 참이면 O가 참이다.
ㅁ. O가 참이면 I와 O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
ㅂ. 임의의 가능세계 w에 대해, w에서 I와 O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 (결론)

즉, I∨E인데 I→(I∨O)이고 E→O이므로(그리고 O→(I∨O)이므로 E→(I∨O)), 따라서 I∨O라는 형식의 논증입니다. 물론 결론은 모든 가능세계에서 I∨O가 성립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양상연산자를 붙인 '□(I∨O)'로 표기해야겠습니다.

  1. 문제점: E→O ??

그런데 Garson의 양상논리 증명이론을 바탕으로 할 때, □가 결론에 붙기 위해서는 (1) 그 결론이 고전 논리의 정리(혹은 항진명제)거나, (2) 전제나 다른 가정들에 이미 양상연산자가 붙어 있어야 합니다. 고전논리에서 I∨O가 정리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I∨O는 애당초 명제논리의 wff도 아닙니다. 또한 1차 술어논리에서는 학생에 해당하는 개별자가 없을 경우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I명제)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O명제) 모두 거짓이 되기에 I∨O가 항진명제가 아니며 1차 술어논리는 건전성이 성립하니까 정리 또한 아닙니다. 즉 전제나 가정에 이미 양상연산자가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행히도 I∨E와 I→(I∨O)에는 양상연산자가 붙을 수 있습니다. 배중률의 예시(여기서는 'I∨E')는 필연적으로 참이고, I→(I∨O)는 1차 논리의 정리이기 때문입니다. 즉 둘 다 다음과 같이 재진술될 수 있겠습니다.

□(I∨E), □(I→(I∨O))

문제는 E→O인데, 고전논리는 현대적인 대당사각형만이 성립하기 때문에 E명제와 O명제 간의 함축 관계(subaltern)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즉 E명제는 참이지만 O명제는 거짓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어떤 1차 술어 논리 모델의 도메인 내에는 학생에 해당하는 개별자가 없고, 이 경우 E명제는 참이지만 O명제는 거짓이 됩니다. 즉 E→O는 고전논리의 정리가 아니며 항진명제도 아니기 때문에 □를 붙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위의 논증은 다음과 같이 정식화됩니다.

□(I∨E), □(I→(I∨O)), E→O ⊨ □(I∨O)

그리고 이 논증은 S5에서 부당한 논증입니다. 이 논증에서 'I', 'E', 'O' 등을 치환하여 원래 형식을 살려주면 다음과 같이 되는데,

□((∃x)(Ax∧Bx)∨(∀x)(Ax→¬Bx)), □((∃x)(Ax∧Bx)→((∃x)(Ax∧Bx)∨(∃x)(Ax∧¬Bx))), ((∀x)(Ax→¬Bx)→(∃x)(Ax∧¬Bx)) ⊨ □((∃x)(Ax∧Bx)∨(∃x)(Ax∧¬Bx))

이 경우 다음과 같은 반모델이 구성될 수 있습니다.

W={w1, w2}
@=w1
R={<w1, w1>, <w1, w2>, <w2, w1>, <w2, w2>}
D={a, b}
A={<a, w1>}
B={<a, w1>}

즉 이 논증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와 버립니다. 이 논증이 정말로 부당하다면 해당 이의제기가 올바르다는 두 기둥 중 하나가 무너지는 것이므로 여간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수능 국어에서는 지문의 정보에서 타당한 추론 과정을 거치지 않는 선지 또한 답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3번 선지가 정답임을 보장하는 타당한 논증이 없다면 복수정답 논란은 있어도 오답 논란은 없던 4번 선지와 동등한 수준으로 정답의 지위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은 약화되겠습니다.

  1. 해결책: <보기>의 정보를 활용하라

하지만 이는 논증 자체만을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일 뿐입니다. 실제로 해당 논증은 <보기>나 지문의 정보를 일종의 숨은 전제로 삼는 것으로 봐야겠지요. 만약 <보기>나 지문의 정보를 전제로 삼아 E→O에다가 양상연산자를 붙일 방법이 있다면 위 논증은 □(I∨E), □(I→(I∨O)), □(E→O) ⊨ □(I∨O) 꼴로 바뀔 것이고, 그렇다면 K 체계에서 타당한 논증꼴로 재구성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해황T가 재구성한 논증은 타당한 논증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로 가능합니다. 생각해보면 해당 제시된 논증이 부당하다는 것은 현대적 대당사각형이 성립한다는 것만을 가정했기에 나온 결론입니다. 이해황T는 전통적 대당사각형의 성립을 인정한다면 위 논증이 타당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2019학년도 수능 국어 42번 에 제시된 ‘반대 관계’에 대한 설명은 전칭명제의 존재함축을 인정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해석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③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한다.

42번에 제시된 반대 관계(contrary)에 대한 설명에 의하면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가 반대 관계에 있으며, 반대 관계는 두 명제 다 참인 것은 불가능하지만 둘 중 하나만 참 혹은 둘 다 거짓인 것은 가능한 관계입니다.

그런데 전통적 대당사각형의 그림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E와 O는 함축관계에 놓여 있지, 반대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반대 관계만을 인정할 뿐, 함축관계는 인정한 적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E→O)를 구성해내는 것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현대적 대당사각형에다가 A와 E가 반대 관계라는 것만 전제해도 소반대 관계(subcontrary)와 함축 관계가 논리적으로 도출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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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arsons, Terence, "The Traditional Square of Opposition",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Fall 2021 Edition), Edward N. Zalta (ed.), URL = https://plato.stanford.edu/archives/fall2021/entries/square/.

이렇게만 놓아도 나머지 관계들을 모조리 뽑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확신은 들지 않습니다. A와 E 간의 반대 관계가 전제되어서 E에서 O로의 함축 관계, 즉 E→O가 성립한다고 합시다. 그러나 이건 여전히 □(E→O)는 아닙니다. 논증의 타당성을 위해서는 반대 관계를 추가했을 때 모든 가능세계 내에서 E에서 O로의 함축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보기>에 나온 정보에 의하면 임의의 명제 φ, ψ에 대해, φ와 ψ가 반대 관계에 있다는 것은 (φ∧ψ)는 불가능, (¬φ∧¬ψ)와 (φ∧¬ψ), (¬φ∧ψ)는 가능하다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아주 간단하게 기호화하면 □¬(φ∧ψ)∧◇(¬φ∧¬ψ)∧◇(φ∧¬ψ)∧◇(¬φ∧ψ) 정도가 되겠습니다.
φ에 A명제, 그러니까 (∀x)(Ax→Bx)를, ψ에 I명제, 그러니까 (∀x)(Ax→¬Bx)를 대입하면 A와 I가 반대관계에 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기호화됩니다.

(1) □¬(∀x(Ax → Bx) ∧ ∀x(Ax → ¬Bx)) ∧ (◇(¬∀x(Ax → Bx) ∧ ¬∀x(Ax → ¬Bx)) ∧ (◇(∀x(Ax → Bx) ∧ ¬∀x(Ax → ¬Bx)) ∧ ◇(¬∀x(Ax → Bx) ∧ ∀x(Ax → ¬Bx))))

한편 E에서 O로의 함축이 필연적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이 기호화됩니다.

(2) □(∀x(Ax → ¬Bx) → ∃x(Ax ∧ ¬Bx))

그리고 K 체계에서 (1)로부터 (2)는 증명가능합니다. (사실 (1)에서 첫번째 연언지인 □¬(∀x(Ax → Bx) ∧ ∀x(Ax → ¬Bx))만 전제로 있어도 여기서 (2)가 증명됩니다. 반대관계의 정의 중 여기서 필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φ∧ψ) 부분 뿐이라는 것이죠)

(전제) □¬(∀x(Ax → Bx) ∧ ∀x(Ax → ¬Bx))
|□
|_______________
|¬(∀x(Ax → Bx) ∧ ∀x(Ax → ¬Bx)) (전제, by □E)
|¬∀x(Ax → Bx) ∨ ¬∀x(Ax → ¬Bx) (by 드모르간)
||∀x(Ax → ¬Bx) (가정)
||_______________
|||¬∃x(Ax ∧ ¬Bx) (가정)
|||_______________
|||∀x(Ax → Bx) (by QN)
|||¬∀x(Ax → Bx) ∨ ¬∀x(Ax → ¬Bx) (by 반복)
|||¬∀x(Ax → ¬Bx) (by ∨E)
|||∀x(Ax → ¬Bx) (by 반복)
|||(모순)
|||_______________
||∃x(Ax ∧ ¬Bx) (by 귀류법)
||_______________
|∀x(Ax → ¬Bx) → ∃x(Ax ∧ ¬Bx) (by 조건증명)
|_______________
(결론) □(∀x(Ax → ¬Bx) → ∃x(Ax ∧ ¬Bx)) (□E)

이로써 우리는 A와 E 간에 반대관계가 성립하면 E에서 O로의 함축관계가 필연적으로, 즉 모든 가능세계 내에서 성립한다는 확신이 참됨을 증명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안심하고 □(E→O)를 쓸 수 있으며, 따라서 모든 가능세계에서 I와 O 중 적어도 하나가 참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1. 여전히 남은 문제들?

비록 논리학의 여러 도구들을 사용해 해당 논증이 타당함을 알아냈지만 끝날 때까진 끝난 것이 아닙니다. 해당 논증이 타당하긴 하지만 고등학교 과정을 넘어서는 지식을 요구하는 논증이라면 평가원의 의도나 설계와 맞지 않기 때문에 3번을 정답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해당 논증은 고등학교 과정을 넘어서는 지식을 요구하는 논증 같습니다. 물론 이해황T가 재구성한 논증 자체는 상식적인 수준으로 보면 타당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봤듯이 해당 논증의 타당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여러 지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선 해당 논증 자체에 양상연산자를 포함하는 명제들이 있습니다. 다른 명제들은 몰라도 가능세계를 언급하는 ㄴ, ㅂ(결론)은 양상명제임을 부정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그리고 양상명제들이 포함된 논증의 귀결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필히 양상논리를 알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왠만한 학부에서조차 양상논리 관련 강좌가 개설되지 않습니다. 물론 수험장에 만 19세에 스스로 S5 체계의 완전성을 증명한 크립키 같은 K-크립키가 있었다면 양상논리를 알고 이런 추론을 빈틈없이 할 수 있었겠지만 현실적으로 있기 힘든 사례일 것입니다. 또한 양상논리만을 알아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양상논리를 알더라도, 반대관계만 주어지면 함축관계가 도출된다는 것을 알며 반대관계를 양상논리를 사용하여 번역하고 이로부터 필연적인 함축관계가 증명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해당 논증을 빈틈없이 타당하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분명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받는 교육과정을 넘어서도 한참 넘어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이의제기는 일정 부분 맞긴 하지만 고교 과정을 넘어선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 추론이라는 반론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p.s 앞서 말했지만 저는 이 논란에서 한쪽의 입장을 옹호하려는 의도로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단지 많이 좋아하는 지문이고 그와 관련된 논쟁들이 양상논리와 많은 관련이 있어서 흥미가 발동하여 제가 배운 것을 바탕으로 한 번 분석을 해본 것 뿐...

p.s 2 아마 이렇게 생각하실 분은 없을 것 같지만 특정 인물을 홍보하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p.s 3 구글링 해보니까 이해황T는 논리학회 회장을 지내셨던 교수님께 이 이의제기 관련으로 문의를 하셨던 것 같은데, 이 글 쓰느라고 문의를 살펴볼 생각을 못했네요. 알고 나니까 괜히 제가 뭔가 놓친 게 있을가 신경이 쓰이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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