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앞에 적어 놓은 명언 부분을 뭐라고 부르나요?

철학 텍스트를 보다보면 본문 직전에 유명한 철학자들의 명언을 발췌 인용해서 장식해두는데, 이런 부분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시는 분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영어권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한자어로는 “제명(題名)“이라고 하던데, 저는 처음 들어보는 용어인데, 보통 이렇게 부르나요?

요런 애들 말이에요.


3개의 좋아요

저는 ’제사(題辭)‘라는 표현이 익숙했습니다.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 가장 처음 장이 L'exergue라고 해서 르루아구랑의 『제민족들의 문자와 그 심리』, 루소의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 헤겔의 『앤치클로페디』의 몇몇 구절들을 뽑아 전면에 배치한 다음 그 구절들 속에 담긴 '로고스중심주의'를 지적하는 내용이거든요. 이 L'exergue라는 단어를 예전 김웅권 역 『그라마톨로지』에서는 '제사'라고 번역해서 이 표현에 익숙해졌네요. (김성도 역에서는 '새길 명'을 사용하여 '명구(銘句)'라고 번역하였네요.)

6개의 좋아요

어우 여기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네요 ㅋㅋ. 학계 내에서 확립된 용어가 없나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1개의 좋아요

ㅋㅋㅋㅋ 번역 없이 ‘에피그래프’는 어떤가요?

3개의 좋아요

최근 영어로 된 한 서적을 읽다가 발견한 건데, 각 챕터 바로 앞머리에 본인이 인용해 놓은 이런 글들을 저자는 quotation이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그리고 네이버 사전의 예시도, 이런 앞머리에 오는 글들을 quotation 이라고 하고 있어요.

2개의 좋아요

'quotation'도 나쁘지는 않지만, 주로 'quotation'은 모든 종류의 인용구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글 앞머리에 등장하는 인용구든지 글 본문에 등장하는 인용구든지, '인용구'이기만 하면 모두 'quotation'이라고 부르잖아요. (약간 곁가지 이야기지만, 그래서 축소주의 진리론 중에서는 '탈인용주의disquotationalism'라는 입장도 있어요. ""눈은 희다."는 진리다."라는 문장에서 '진리다is true'라는 표현은 "눈은 희다."라는 문장의 인용 부호를 제거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입장이거든요. 이 입장 역시 어떤 문장이든 인용 부호 "" 속에 등장하기만 하면 모두 'quotation'이라고 부르는 거죠.)

3개의 좋아요

저도 동의해요. 그리고 네이버 사전에서 예시로 "The book began with a quotation from Goethe" 라고 했다고 해서 quotation이 무조건 본문 앞에 적은 것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네이버 사전에서 말하는 quotation의 의미 (인용구)에 시작한다는 의미가 포함돼있지도 않고, 예시 자체가 이 포스팅에서 말하는 형식의 명언을 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첫 단락을 한 인용구로 시작한 것인지도 애매하고요. 그리고 예시에서 "began with a quotation" 이라고 했다는 건 오히려 quotation이 시작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만일 quotation이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진다면 begain with a quotation은 반복이 있으니 좋은 예시가 되진 못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영한사전은 단어의 의미를 엄밀히 따질 때 쓰이기 적합하지 않습니다. 대신, American Heritage 란 사전에 quotation을 보시게 되면,

1. The act of quoting.
2. A passage quoted.
3. An explicit reference or allusion in an artistic work to a passage or element from another, usually well-known work: "Direct quotations from other paintings are fairly sparse" (Robert Hughes).
4.
a. The quoting of current prices and bids for securities and goods.
b. The prices or bids cited.

로 나옵니다. 여기서 관련있는 의미는 1, 2, 3번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중 아무것도 시작하는 의미를 가진 게 없네요.

2개의 좋아요

저도 제목 보자마자 생각났던 단어는 제사입니다. 저는 이정우 선생님 강의에서 언급하시는 걸 듣고 알게된 단어네요

2개의 좋아요

서구권 사람인 제 지도교수는 Moto 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Moto가 아니라 Motto네요

1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