흄 <인간 오성 연구> 내용 중 질문있습니다

아래 글은 흄의 <인간 오성 연구>에서 발췌한 문장입니다. 몇 몇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적의 증언에 관한한, 증언이 거짓이라는 것이 증언을 통해 확립하고자 하는 사실보다 더 기적적이지 않은 이상, 어떤 증언도 기적을 입증할 수 없다", .. " 만약 그 사람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것이 그 사람이 말하는 그 사건보다 더 기적적이라면, 그리고 그 겨우에야 비로소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나의 믿음이나 견해를 바꿀 수 있다. "

제 생각에는,
어떤 사람의 '증언'대로 사건이 기적적일 확률 < 그 사람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것이 기적적일 확률 일 경우에, 흄은 자신의 견해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아요. 근데, 위 두 비교 문장들의 예시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이해가 안되는 것 같아요. '증언이 거짓이라는 것이 더 기적적이다..?' 라는 물음으로부터 멈춰있습니다.

또한, 글을 올린 김에, 제가 이 문장을 읽고 한 문장으로 요약을 한 것이, "기적에 관한 증언이 믿음을 바꾸기란 매우 어렵다" 입니다. 옳게 요약한 게 맞는지도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흄 <인간 오성 연구> 중

사람들의 증언이나 목격자의 보고로부터 추론을 하는 일은 아주 흔히 있는 일이며, 그렇게 하는 것은 유익하고 인간 삶에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증언을 통해 확립하고자 하는 사실이 아주 특이하고 놀라운 것이라고 해 보자. 그 경우 증언에서 나온 (증거는 확립하고자 하는 사실이 얼마나 특이한지에 따라 에누리가 될 수 있다. 이제 목격담을 통해 확립하고자 하는 사실이 단순히 놀라운 일이 아니라 실제로 기적이라고 해 보자. 무슨 일이든 그것이 일상적으로 보통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것을 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건강이 좋아 보였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면 그것은 기적이 아니다. 상당히 특이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죽음도 가끔 일어나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그런 일은 어느 때도 어디에서도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적의 증언에 관한한, 증언이 거짓이라는 것이 증언을 통해 확립하고자 하는 사실보다 더 기적적이지 않은 이상, 어떤 증언도 기적을 입증할 수 없다. 누군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면 나는 곧 스스로 이 사람이 나를 속이거나 아니면 이 사람이 속았을 확률이 그가 말하는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을 확률보다 더 높은지를 가늠해 본다. 나는 하나의 기적과 다른 기적을 서로 저울질해 본다. 어느 것이 더 기적적인지를 보고 나는 더 큰 기적을 버리는 편으로 결정을 내린다. 만약 그 사람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것이 그 사람이 말하는 그 사건보다 더 기적적이라면, 그리고 그 겨우에야 비로소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나의 믿음이나 견해를 바꿀 수 있다.

제가 흄 종교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혹시 도움이 될까하여 몇 자 적어봅니다.

핵심은 '기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관련하여 '사건'과 '증언'의 상관관계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작성자 분께서는 <인간 이해력에 관한 탐구> 10장 '기적에 관하여'의 내용을 읽고, 다음과 같이 요약하신 것 같아요.

작성자 분은 '기적 증언보다 기적 사건이 더 그럴듯한(덜 기적적인) 경우에 흄이 기적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듯 보입니다. 이는 동시에 '기적 증언자의 증언이 거짓임이 기적적이라는 것, 즉 이 증언이 설득력과 신빙성을 지닌다면 흄은 기적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말씀하신 "흄 자신의 견해"란 <탐구>에서 발견되는 흄의 언급들, 즉 기적의 증언이 신빙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것을 지칭하며, 작성자분께서는 이와 대비되는 상황(증언이 신빙성 있을 경우)을 가정해보신 것 같습니다.

10장에서 기적, 11장에서 설계 논증과 변신론적 입장 같은 기독교 개념과 교리에 대해 흄이 논증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단순히 증언의 신빙성만 문제되기 때문은 아닙니다(증언이 갖는 인식론적 지위 자체는 종교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 별도의 탐구 영역을 지시합니다).

'특수 섭리', 즉 (경험과 자연주의적 믿음에 의해 뒷받침되는) 일양적인 규칙적 자연법칙의 예외의 한 가지 방식으로서 '기적' 개념 자체가 일차적으로 문제됩니다. 만약 기적이 법칙의 예외로 이해되고, 이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하기 위해서 우리는 바로 그 법칙을 전제해야만 합니다. 즉, 기적 개념 자체가 사실은 경험적인 자연법칙 없이 말해질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통상 '기적'을 증언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자연법칙(과 경험)'에 의한' 것임에도 이에 '반하는' 것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경험을 토대로 추론하고 논증을 뒷받침하며 증언하는 흄의 인간이 어떻게 반-경험적, 비-개연적 기적을 신빙성 있는 것으로 증명(정당화)할 수 있나요? 이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흄이 대놓고 "기적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정의상 자연법칙의 위반인 기적을 (경험에 국한된) 인간이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는가 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는

고 말한 것입니다.

작성자분 마음에 걸리셨을

이 부분은

앞에 부가됐던 "기적의 증언에 관한 한"이라는 문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작성자분께서 결론으로 요약하셨던

는 잘 요약하신 것 같습니다. 여기서 '기적'이 빠지면 '증언'의 설득력, 개연성은(물론 흄 철학에서 '개연성' 자체가 회의주의적으로 문제시되는 개념이지만) 충분히 믿음, 견해를 바꿀 만한 것으로 긍정될 수 있을 겁니다.

경험주의적 전제로부터 (진리 회의주의로부터 구분되는) 정당화 회의주의 입장에 기초해서, '기적'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어서 작성자분의 질문에 답변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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