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칸트> 입문 질문

여기서 칸트 입문서로 추천해주신 오트프리트 회페의 <임마누엘 칸트>(이상헌 옮김, 문예출판사)를 읽고 있는데 이해가 명확하게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질문드립니다.

37페이지에서

칸트는 <부정량 개념을 철학에 도입하는 시도>에서 분석으로서의 철학에 반대함으로써 처음으로 자기비판을 감행한다. 칸트는 수학적 인식에 대한 형이상학적 인식의 종별적 차이를 부각하고 실질적 대립논리적 모순 사이의 차이를 중시한다. 왜냐하면 분석적 인식에서는 실질적 근거(결과의 원인)와 마찬가지로 실질적 대립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가 위의 칸트의 글을 직접 읽어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1. 이것은 실질적 대립이 수학에서는 있을 수 없지만 철학에서는 있을 수 있고, 논리적 모순이 수학에선 있을 수 있지만 철학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의미인가요? 저는 철학의 기본이 기존 입장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는 것이고, 수학에서도 어느 분과에서는 한 이론과 다른 이론이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이 부분에서 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2.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수학에 있어서의 ‘논리적 모순’과 철학에 있어서의 ‘실질적 대립’은 모두 해결해야될 과제라는 전제를 깔고 설명하는 것인가요?

  3. ‘논리적 모순’과 ‘실질적 대립’은 서로 포함관계에 있을 수도 있나요? 예를 들어, 중세 철학에서 실재론과 유명론의 대립은 보편자의 존재를 각각 긍정하고 부정하므로 논리적으로 모순이면서도 실질적으로 두 입장이 대립하는 경우를 생각해봤습니다.

  4. 수학에 있어서의 ‘논리적 모순’과 철학에 있어서의 ‘실질적 대립’의 좋은 예시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혹은 내가 생각한 예시가 ‘실질적 대립’이 맞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기 때문에)좋은 예시를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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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칸트엔 자신이 없고, 회페의 책과 저 논문을 읽어본 적도 없어서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마 한 물체에 두 힘이 반대 방향으로 적용하게 되면 그 물체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얘기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칸트가 이 현상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 건 알려져있거든요.

왜 이것이 수학으로 표현이 안 되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같은 고민은 헤겔이 대논리학에서 Contradiction 으로 이어 받았으며, 그게 수학으로 넘어가면서 벡터가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즉, 칸트 시대에는 벡터가 없었고, 그 당시 수학으로 반대의 힘이 공존하는 걸 풀어내기 어렵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물체에 두 힘이 반대 방향으로 적용하는 것은 수학이 아니라 물리학의 예시이겠죠? 남겨주신 댓글을 보고 ‘실질적 대립’이라는 말의 뜻 자체를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댓글 주신 분의 예시는 ‘물리적 대립’에 가까워 보여서요.

저는 수학에 실질적 대립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를 2x-2=0과 같은 방정식의 해가 ‘1’이냐 ‘-1’이냐가 서로 대립할 수 없다 정도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칸트가 ‘수학적 인식’에 ‘물리학적 인식’까지 내포한 것이라면 그가 어떤 의도로 글을 쓴 것인지는 알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칸트 시기때는 벡터가 나오지 않았으니 그가 수학에 ‘실질적 대립’이 왜 존재할 수 없는지에 대해 말했는지에 대해서는 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학 세부분과의 ‘이론적 대립’이 존재한다는 것이 수학에도 실질적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에 대한 반증이라는 저의 글을 다시 보니 너무 메타적으로 생각한 것 같네요.

칸트에게 수학은 물리학을 위한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실질적" 대립이 어떤 단어로부터 번역된 것인진 모르겠지만, Real이란 단어가 들어갔다면, 인지가능한, 표상으로 표현될 수 있는 (cognizable, representable) 그런 개념일 것입니다 (순수이성비판 Bxxvi 주석 참고).

아하, 정말 그런가요? 그렇다면 비로소 완전히 이해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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