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투고 관련

오랜만에 글을 남겨봅니다.

학위 논문에만 집중하다가 국내 학술지에 투고할 필요성을 느꼈는데요. 투고 관련해서 알아보다 아주 기초적인 질문들이 생겨서 글을 써봅니다.

투고를 하려면 먼저 학술지 연간회원 가입을 해야 하고 심사료도 지불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여러 군데 가입을 하고 투고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상당히 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애초에 목표로 하는 학술지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 고대철학으로 투고할 수 있는 선택지가 몇 가지 가능합니다.

투고해보신 분들의 경험이 궁금합니다. 여러 학술지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그중에서 한 군데로 보내시는지요? 아니면 목표로 하는 한두 군데를 가입해서 무조건 거기로만 보내시는지요? 또한 목표 학술지는 어떤 식으로 선택하시는지요? 투고와 관련된 전반적인 얘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혹시 여기서 관련된 얘기가 있었거나 정리된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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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첫 질문은 <학술지를 투고할 여러 학술단체에 가입하느냐/소수의 학술단체에만 가입하느냐>인듯하네요. 저는 후자입니다. 말씀하신 돈의 문제가 제일 크죠.
둘째, 첫째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데, 당연히 소속 단체를 선정하는 기준이 까다로울수록 소수의 단체에만 가입할 수 밖에 없겠죠? 저는 (1) 제 전공인 정치사회철학 논의와 니체 관련 논의를 받아주느냐 (2) 그것들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느냐 (3) 학술단체가 단순히 논문만 찍어내는 곳이 아니라, 회원들간 교류가 활발하느냐(예를 들어 서로간의 논문 비평이 활성화되어있느냐, 연구모임이 존재하느냐 등) (4) 그곳에 등재되는 논문들의 수준을 따져서(예를 들어 김건희의 ‘유지 논문’같은 것들이 등재되는 곳이라면 형편없는 곳일게 뻔하죠) 가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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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투고를 목표로 삼은 학회 한 곳에 회원으로 가입해서 그곳에만 투고합니다. 심사에서 탈락되고 나면 다른 학회를 모색해서 투고하고요. (이번에 게재한 두 편의 논문들도, 처음 학회에서 탈락 결과가 나온 다음에 다른 학회에 투고한 것입니다.) 학회마다 규정이 다를 수는 있지만, 대개 중복 투고를 막는 규정들이 있어서요. 가령, 한국현상학회 윤리 규정에는 중복 투고와 관련해서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2) 저는 투고할 학술지를 선정할 때 주로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고려합니다.

  1. 내가 쓴 글에 적합한 주제, 분야, 인물을 다루는 학술지인가?
  2. 해당 학술지가 얼마나 인지도 혹은 권위가 있는가?
  3. 심사일 및 게재 확정일 등이 나의 일정과 잘 맞는가?
  4. 입회비, 심사료, 게재료가 적은가?

보통 1과 2를 많이 고려하시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3과 4도 현실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봅니다. 때로 장학금이나 연구지원비 등의 문제로 인해 기한 내에 성과물을 제출해야 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투고할 때, 게재 불가가 나올 것을 대비하여, 곧바로 다른 학술지에도 글을 수정해서 넣을 수 있도록 심사 일정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편입니다. 또 4와 관련해서는 주로 대학 부속 연구기관 학술지를 선호하고요. 이런 학술지들은 따로 입회비가 없고, 게재료나 심사료도 적은 편이라서요.

(3) 논문 한 편을 게재하기까지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죠. 심사료가 보통 3만원이고, 게재료가 보통 10만원이니까요. 거기다 입회비가 있는 학회들에 글을 내려면 돈이 더 나가죠. 또, 저는 글을 길게 쓰는 편이라, 추가 비용도 자주 발생하고요. 거의 30만원 가까이 돈을 내고서, 눈물을 흘리며 논문을 게재한 적도 있습니다. 대학원생들한테는 정말 부담스러운 돈이죠. 힘들여 논문을 썼는데,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학회에 글을 투고해야 하고, 그런데도 제 논문으로는 아무 수익도 얻을 수 없다는 게, 참 뭔가 잘못되어도 여러 가지로 잘못된 현실이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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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써서 학계에 기여하는데, 내돈내산이 되면 분명 억울하죠. 그런데 국내에서 남의 돈을 받고 철학 연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적은 게 문제입니다. 대학 전임 교수가 돼서 교내 연구 지원을 받거나, 연구재단에서 과제가 선정되어 연구 교수가 되면 남의 돈으로 연구할 수 있죠. 한데 그 관문이 너무 좁아서 사실상 시간이 지나면 소수만 살아남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로 살아남는 건 일종의 생존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실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게 또 철학의 임무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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