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기술구는 어떤 걸 지향하는 명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러셀에 대해 공부하다가 궁금해져서 질문 올립니다.

기술구와 관련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령, ex) (a) Mary wants to squash the rat in her attic 과 같은 문장이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아마 이 문장은 mary가 그녀의 다락방에 어떤 쥐의 존재도 원치 않는다는 말이 되겠죠.

이것을 러셀의 한정기술구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b. Mary wants it to be the case : there is exactly one rat in her attic and she squashes every rat in her attic.

이런 분석은 당연하게도 다음 명제를 함축합니다.

c. Mary wants it to be the case that there is exactly one rat in her attic.

이렇게 되면, 정말 a가 의도하고자 하는 의미와 c의 의미가 상충되기 때문에, 즉, c 때문에, 모든 쥐의 존재로부터 자유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기 없기에 그 자체로 참이 될 수 없는 명제가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혹시 참조할 만한 부분이나, 러셀이라면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해결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선생님 분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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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b에서 두 개의 명제 (1) 정확히 한 마리의 쥐가 다락방에 있다는 것과 (2) 그녀가 다락방에 있는 모든 쥐를 몰아내는 것("squash"는 좀 호러블하네요)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c를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b가 잘못 분석된 것이겠죠?

제가 읽기에는, (a)는 다음과 같이 분석되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a') There is exactly one rat in her attic and she want to squash the rat.
즉, "want"가 확정기술구 안쪽으로 포함되는 것이죠.

만일 이렇게 분석한다면, c와 같은 결론은 따라 나오지 않습니다.
러셀의 "On Denoting" 후반부에 "현재 프랑스 왕은 대머리가 아니다" 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아마 조지왕이 뭘 원한다 이런 내용도 다룰 겁니다. 그 부분을 한 번 다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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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질문자님의 물음과는 별개지만, 문답을 보다 궁금증이 들어서 라쿤님께 이리 여쭤봅니다.

(1) 원 질문자님의 글에서 보듯,

라는 문장을, 러셀의 방식에 따라서

로 쪼개셨는데, (라쿤님이 잘못 쪼갰다고 지적한 부분은 차치하고) 제가 궁금한 부분은 여기서

(a) "the rat"이라는 표현이, (b) "exactly one rat"/"every rat"으로 쪼개져서 표현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라쿤님의 수정된 답변에서도 수정하지 않으신 걸로 보아 딱히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 않으신거라 추측합니다.)

(2)

제 질문은 러셀의 기술구는 관사를 사용한 수량 표현(mass experession)을 반드시 보존(?)해야하는가 입니다. 사실 원 질문자님의 문장도, 한글처럼 관사을 통한 수량 표현이 모호한 언어에서는 굳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a) 메리는 그녀 옥탑에 있는 "쥐"를 죽이고 싶어한다.
(b) 메리는 다음과 같은 경우를 원한다. 그녀 옥탑에 "쥐"가 있고, 옥탑에 있는 모든 쥐들을 없애고 싶다.
(c) 메리는 그녀 옥탑에 "쥐"가 있다 여긴다.(want를 여긴다고 의역했습니다.)

이 경우, 원질문자님이 느낀 패러독스가 관사/수량 표현으로 인한 거니깐 패러독스가 한글에서는 사라지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이와 별개로, 질문자님의 물음은 "명제 태도의 역설"과 관련되어 보입니다. 러셀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려했지만 그 외 여러 대안들도 존재합니다.

SEP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prop-attitude-reports/

(4) 이 수량 표현이 문득 걸린 이유가, 제가 논문을 쓰면서 (무슨 역설인진 기억이 안 나지만) 묵가의 역설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수량 표현이 나왔던 것이 기억나서요. (정재현 교수님 논문이던가 토론토대 계시는 이병욱 교수님 논문인데 뭔지 기억이 안나네요.)

예시만 기억나는데
"모기는 말라리아를 옮긴다."
는 엄밀히 말하면 틀린 표현이죠. 모든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기는 것은 아니니깐요. 하지만 "대체로"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점에서, 여기서 모기는 "대체로"라는 수량 표현이 생략된 문장으로 이해하면 옳은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었습나다.

특히 이 분석은 중국어로 쓰인 묵가의 역설이나 한국어에서 관사를 통한 엄밀한 수량 표현이 없다는 점에서 더 적절해 보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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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coon 님의 견해와 일치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보았습니다.

(1)-(2):

러셀의 기술구 이론이 한국어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다만 제가 @witheuntaek 님의 질문을 이해한게 맞다면, 한국어의 수량 표현 모호성은 이 패러독스와는 독립적인 문제 같습니다. 쥐가 한 마리 있거나 여러 마리 있거나 하는 문제가 메리의 결정적인 관심사항은 아니라고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저는

(a) 메리는 자기 옥탑에 있는 그 쥐가 죽었으면 한다.
...
(c) 메리는 자기 옥탑에 쥐가 [정확히 한마리] 있었으면 한다.

@witheuntaek 님의 문제의식을 살리는 한국어 번역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4)

제가 잘 알지를 못해서 조심스럽습니다만,

모기는 말라리아를 옮긴다

같은 문장은

Tigers are striped.

같은 이른바 총칭문(generics) 아닌가요? 총칭문에 대해서는 한국어 형식 의미론에서도 연구가 시도된 것으로 알고 있기는 합니다 ...

https://plato.stanford.edu/entries/gene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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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일드버니님의 지적이 옳아보입니다. 제가 두 문제(a. 한국어와 영어 사이의 수량 표현과 러셀의 기술구 문제. b. 메리의 "want" 문장을 기술구로
전환시킬 때 생기는 패러독스)를 뒤섞어버렸네요.

버니님의 지적대로, want가 핵심이기 때문에 제가 "명제태도"이야기도 적어놓았는데 말이죠. 민망하네요.

(2) 저도 제 기억 속에 나온거라...총칭문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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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bunny 님과의 문답으로 물음이 해소되셨을 수도 있지만,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1) 이건 제가 수정했어야 했네요. 확정기술구의 범위만 신경쓰다보니 이 부분은 고치지 않았습니다. 제 분석대로라면 (a) there is exactly one rat in Mary's attic and (b) there is a rat that Mary wants to squash로 쓰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2) 에 관해서는 wildbunny님의 견해에 저도 동의합니다. 둘은 독립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한국어 수량표현이 어떤 의미에서 모호한지는 잘 들어오지 않네요. 물론 실제 한국어에서 많은 의미요소가 맥락에서 계산될 수 있는 선에서 생략되는 측면은 있는 것 같지만 말입니다.

(3) SEP 항목에 "paradox"라고 검색하니 뭐가 뜨지는 않네요. 어떤 역설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크립키의 퍼즐인지, 아니면 특정 명제태도의 초내포성 같은 문제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일단 제가 보기엔 저 문제에 메리의 명제태도와 관련된 문제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4) 이병욱 교수님께서 아마 복수양화사 같은 논리적 도구를 다루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에 강연을 한 번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묵가의 글(아마도)을 기초 삼아서 복수양화사에 대한 얘길 하셨던 게 떠오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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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ildbunny

논문들을 뒤져본 결과, 총칭문(Generics)이 맞습니다. 제가 두 논문을 헷갈린거였더군요.

Chong, Chaehyun (2018). Why is loving a thief not the same as loving all men for the Mohists? Asian Philosophy 28 (3):215-223.

이 논문은 후기 묵가(묵경)에 나오는 한 가지 역설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총칭문을 제시합니다. [소취 #5]에 나온 내용인데요.

(a) 도둑은 사람이다. 도둑을 죽이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盜人人也. 殺盜人非殺人也.)

이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 정재현 교수님은 '사람'이 "예외 없는 모든 사람"이 아니라, 몇 예외가 존재할 수 있는 총칭문으로 해석할 것으로 제안합니다.

YI, B. (2019). TWO SYLLOGISMS IN THE MOZI: CHINESE LOGIC AND LANGUAGE. The Review of Symbolic Logic, 12 (3), 589-606. doi:10.1017/S1755020317000302

이게 제가 헷갈린 다른 논문입니다. 여기서도 다른 후기 묵가의 역설을 해명하시는데 이번에는 [소취 #8]에 있습니다.

(b) 한 말은 말이다. 두 말도 말이다. 말은 네 다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한 말도 네 다리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두 말은 네 다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량 표현을 다르게 써야 한다는 것(다른 양화사를 써야 한다는 것이?)이 논문의 요지입니다.

이번에는 이리 길게 주절주절 쓰는 이유가 @soulful 님이 썼던 글에 대해서, 약간의 책임감(?)을 느껴서 이러는 것 같기도 하고. @.@

(2) @Raccoon

찾아보니 "프레게의 퍼즐"이라고 나오네요. (제 댓글에 달려있는 SEP 링크 글에 있습니다.)
고전적인 슈퍼맨 예시인데
(i) 루이스 레인은 슈퍼맨이 강하다고 믿는다. (ii) 루이스 레인은 클라크 켄트가 약하다고 믿는다.

슈퍼맨과 클라크 켄트는 동일인물이지만, 루이스 레인은 이렇게 같은 대상에 대한 모순된 명제를 믿는 것이 가능하다는 문제였습니다.

이게 원 질문자님이신 @witheuntaek 의 문제제기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 건, 두 문제의 양상이 비슷하다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라쿤님의 해결책을 지지하는 편인데, 그럼 이건 왜 적어놓았는지 잘 모르긴 하겠네요 하하하하.)

여하튼 답변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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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 예시는 러셀 식의 기술구 분석이 갖는 문제보다는, 이러저러한 희망에 관한 태도가 갖는 논리적 구조가 어떠한 것인지를 조망해 주는 사례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지식 상태가 세 가지 복합적 상태로 분석되듯 희망 상태가 복합적 상태로 보여져야 한다는 식으로요.

다음 두 분석은, (a)에 관한 러셀 식의 두 분석을 예증한다고 생각합니다:
(a1) There is exactly one rat x and Mary wants it to be the case that that x is to be squashed.
(a2) Mary believes that there is exactly one rat x and Mary wants it to be the case that that x is to be squashed.
생각건대, (a1)과 (a2)는 러셀이 말하는 이른바 ‘일차적/이차적 등장’에 상응하는 구분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위의 분석이 ‘러셀 식’이라고 보는 이유는, 러셀은 애당초 기술구 포함 구문에 관한 기계적 분석을 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러셀은 한정기술구를 포함하는 구문이 ∃x(Fx … ∀y(Fy→x=y)) 형태의 구문을 포함해야 할 것만을 요구할 뿐, 그 외의 논리적 구성들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취해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a1)과 (a2)는 말씀하신 종류의 역설을 만들지 않습니다. 역설 해결!

참고로, 제가 want와 대비한 know의 경우에도, know를 논리적 원초자로 이해할 경우 도넬란 식 사례와 더불어 유사한 역설에 빠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d) 카르납은 샴페인을 든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안다.
는,
(d*) 카르납은 다음을 안다: 정확히 한 명의 샴페인을 든 사람 x가 있고, 그 x는 범인이다.
이는 글쓴이에 따르면 다음을 함축할 것입니다:
(e) 카르납은 다음을 안다: 정확히 한 명의 샴페인을 든 사람 x가 있다.
하지만 (e)가 참이지 않고서도, 카르납이 ‘정확히 하나의 샴페인을 든 사람 x’를 통해 사실은 물잔을 들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범인임을 카르납이 안다면 (d)는 참이 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d)와 같은 문장이 다음처럼 번역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d1) 정확히 한 명의 샴페인을 든 사람 x가 있고, 카르납은 안다: 그 x가 범인이다.
(d2) 카르납에 따르면 정확히 한 명의 샴페인을 든 사람인, x가 있다; 그리고 카르납은 안다: 그 x가 범인이다.
위의 (d)가 참이 되는 것은 (d2)와 같은 독법을 취했고, 카르납이 그 x가 범인임을 앎에 따르게 됩니다.

이런 주제에 대해 다루는 문헌을 보지는 못했는데 (분명 여럿 있을 겁니다), 어떤 분석이 제안되든 제가 제안하는 분석이 가장 그럴듯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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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하고 사려깊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어철학은 처음 배워보는데, 참 복잡하면서도 매력이 있는 분야네요. 기술구가 적용되는 범위와, 명제 태도에 관련해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