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아키라의 『구조와 힘』에서 헤겔 변증법 질문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언제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서강올빼미의 지난 글을 보다가 흥미로워 보여서 아사다 아키라의 『구조화 힘』을 빌려서 조금 읽어 봤는데요. 헤겔의 변증법을 묘사하는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되서 이렇게 질문 올립니다.

"2-2-1 헤겔 체계의 완결성을 지탱하고 있던 절대적보증을 독특한 방법으로 제거해 보이는 것은 바타유였다. 데리다에 따르면, 헤겔주의는 바타유에 의해 "유보 없는 헤겔주의"로 전위된다. 하지만, 왜 "유보"인 것인가.
말할 것도 없이, 변증법이란 하나의 도박이다. 하지만, 헤겔에게 있어서, 그것이 도박으로 위장한 투자라면? 부정성을 짊어지는 척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판돈을 착실하게 유보해두고, 지양(=유지하면서 뛰어 넘는 것)의 마법에 의해 원금과 이자를 한 꺼번에 손에 넣는 것. 즉, 죽음을 거는 척하면서, 그것에 의해 획득한 것을 확실히 향유해야 하는, 은밀히 생을 보존(reserve)하고 있는 것. 이것이 헤겔 주의의 사술이다." (浅田彰、『構造と力』:116)

바타유를 읽으면서 바타유가 칸트적인 이원론적 세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헤겔의 변증법을 검토하지만, 헤겔적인 변증법을 취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부분(저주받은 부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려서, 이원론적 분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보 없는 변증법"이 필요하다. 라고 이해하면서 읽고 있는데요.

인용한 부분에서 아사다 아키라가 취하고 있는 독특한 술어들 ("도박", "원금과 이자", "사술" 등)이라는 술어가 낯설기도 하고, 헤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가르침을 청하고자 이렇게 질문을 올립니다.

아사다 아키라가 헤겔주의를 왜 "사술"로 표현하고 있는지 알려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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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말하자면, 아사다가 보기에, 헤겔의 변증법은 얼핏 기성 구조를 극복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또 다른 방식의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논리라는 것입니다.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를 예로 들면 이해하시기 쉬울 것 같네요.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의 조커가 배트맨한테 그러잖아요. "넌 나를 완성시켜(You complete me)."라고요. 얼핏 보기에는 배트맨이 있어서 악이 퇴치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배트맨의 존재가 '조커'라는 더 강력한 대립쌍을 불러와서 악을 공고하게 만든다는 거죠. 이런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처럼, 헤겔의 변증법도 겉으로는 기성 구조를 극복하는 논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논리가 역설적이게도 '부정성을 내포한 구조'라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게 아사다의 비판이에요. 그게 바로 아사다가 '클라인 병'이라고 부르는 구조이고, 이후 아즈마 히로키가 '부정신학'이라고 부르는 구조이죠. (이게 제 이번 데리다 논문의 중심 주제이기도 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헤겔의 변증법이 '구조'라는 개념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 될 수 없다는 게 아사다의 주장이에요. 변증법조차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봉사하니까요. 물론, 이건 변증법에 대한 아사다의 관점이 (더 근본적으로는, 들뢰즈의 관점이) 깊이 들어간 해석이고, 일반적으로는 '변증법'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부터 여러 가지 논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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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너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예를 들어주신 것도, 아사다의 관점이 어느 맥락에 위치하는지도 꼼꼼히 알려주셔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아울러 코멘트 뿐만 아니라, 올리시는 글과 유튜브 영상도 공부에 많이 참고하고 있는데,

이 기회에 한꺼번에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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