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답에 가까운 글 같습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링크 : [내공1000] 철학 - 존재의 의미 : 지식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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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인상깊게 읽은 글이라,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하여 게시글 남겨봅니다.

또한, 이러한 사상과 비슷한 철학을 알고 싶다면 어떤 철학을 보면 좋을지도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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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론과 물리주의의 관점을 가진 분 아닌가 싶습니다.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시려고 하는 것 같네요.

물론 전 자유의지와 심리철학을 거의 모르지만, 전 법칙들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법칙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 저희는 나름의 의지를 갖고 있지 않나싶습니다. 그리고 그 의지는 저 글에서 말했듯이 알고리즘에 의해 세세히 결정돼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손을 들어야겠다!" 라고 하고 손을 들면, 그것에 맞게 물리법칙들이 다 적용되고, 몸 속의 근육과 여러가지들이 그거에 맞게 움직이겠지만, 결국 손을 움직인 것은 물리법칙으로 설명 불가능한 제 의지인 것 같아요. 여기서 제가 손을 들어야겠다고 결정을 하고 손을 드는 게 법칙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박을 한다면 주어진 뇌파나 성분 같은 것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고 할 순 있겠죠. 실제로 저도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고요. 특히 공대생 시절에는 아주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확률조차도 의지를 말해줄 수 없다고 생각했죠. 동전의 앞면이 50%로 나온다고 하면 제 의지로 앞면을 내게 할 순 없는 거잖아요? 하지만 요즘 제 생각은 이런 법칙들은 저희 안에 있는 본능이나 기분 등을 설명하지, 의지를 설명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제게 어떤 약물들을 주사하면 기분이 어떨지 조종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제 기분이 어떤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그런 화학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제가 제 의지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은 그런 본능과 기분 등에 결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오늘 아침을 데이빗 루이스 텀페이퍼를 쓰는데 시간을 썼습니다. 정말 쓰기 싫었습니다. 그냥 헤겔을 공부한다거나, 누워서 티비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하지만 제가 그런 기분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제가 텀페이퍼를 쓰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꼭 오늘 내야되는 것도 아니에요. 4일이나 남았지만, 제 의지로 그 텀페이퍼를 썼습니다. 제게 선택이 주어졌고, 전 제 화학작용들로 보이는 것에 반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게 의지가 아니면 뭔가 싶습니다.

물론 자아실현을 만들게 하는 화학물질이 있고 그것이 제 행동을 야기한 것이다라고 주장을 하고, 그것에 또 반박을 하고 계속 갈 순 있겠습니다. 절대 이 글이 이 논쟁의 끝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다만 꼭 결정론을 받아들여야 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네요.

하지만 자유의지와 결정론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아시는 분이 있다면 영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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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려와 숙고가 담겨있는 글 같네요. 다만 따분한 강단 철학의 관점에서 위 지식인 답글에 논평을 하자면 가장 먼저 고려할만한 점은 '삶의 의미'와 '행복' 간의 구분인 것 같습니다. 위 답글에 대한 한가지 이해 방식으로는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찰나의 행복이지, 삶의 의미가 아니다.

라는 논제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으로 이해하는게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행복(혹은 쾌락)에 중점을 두는 입장이 항상 맞닥뜨려야 하는 관문은 '경험 기계' 논변입니다.

위 댓글의 입장에 따르자면 현실을 사는 대신, 현실과 똑같은 가상 체험을 제공하는 경험 기계에 들어가서 (기계에 들어갔다는 기억을 제거한채) 사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 또한 현실과 똑같은 행복을 제공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이나 가상 체험이나 삶의 가치에 있어서는 다를게 없다'라는 귀결은 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는 성질의 논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말씀드린 바는 얼마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댓글에 대한 제 해석이 틀렸을 수도 있고, 경험 기계 논변에 대한 반론도 많고, 위 댓글 저자 분께서 '그래 맞아, 경험 기계가 뭐가 나빠?' 라고 하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이런 지점들에 대해 좀더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는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덧. 관심이 있으시다면 SEP의 '삶의 의미' (링크) 항목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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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처음만 보고 형이상학 얘기만 했는데, 아닌가보네요. 조금 민망합니다. 전 경험 기계를 너무 공대생 마인드로 접해서 그런지, "경험 기계"는 제게 큰 충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wildbunny님이라던가 다른 사람들은 많이 충격을 받더라고요. 제가 좀 감수성이 없나봅니다.

약간 다른 관점일 수도 있지만, 저는 다음 지젝 비디오에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유기농 먹는 것과 종교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더군요. 이것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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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에 관해 이러저러한 얘기를 한 유명 철학자들의 주장들을 소개하고 비판하는 좋은 책이 있습니다. 줄리언영의 ‘신의 죽음과 삶의 의미’를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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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라는 문제에 대해 '정답' 운운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내가 동감하는 답이 있을 뿐입니다. 정답이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적으로 주어졌던 시대도 있었지만 그때도 그 정답은 모든 사람들을 포섭하지는 못 했습니다. 많은 다른 견해들이 있고 그 중 어떤 것들은 긴장 관계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정답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많은 다른 견해들 간의 평화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공통문화랄까 기본제도랄까에 대한 고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생산적입니다.

인간 조건/존재의 유한성/부정성/우발성, 또는 의미 있는 삶의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은 것같은 인간 존재와 관련해서 삶의 의미 문제를 천착한 철학자로는 쇼펜하우어, 니체, 카뮈 등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장 접근이 쉽고 읽는 재미도 큰 것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했던 카뮈의 <시지프 신화> (2014년도 김화영 번역 민음사본) 입니다. 이어서 The Journal of Philosophy, Vol. 68, No. 20 (1971)에 실린 Thomas Nagel 의 'The Absurd'를 읽으면 좋은데, 카뮈와 Thomas Nagel 의 부조리론을 포함해서 부조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한 다음 국문 저작으로 건너 뛰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저작은 까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는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우주적 초라함과 삶의 부조리에 대하여 - 삶의 의미, 부조리, 반대신론의 철학 | Meaning of Life 시리즈 15
최성호 (지은이) 필로소픽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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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결정론,자유의지등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말할수 있지만
저는 그냥 지금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면서 자신에 맞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사유를 다듬고 자신의 삶에
적용가능한것을 찾는 작업도 하면됩니다. 다만 철학적으로 논증할수 있어야 합니다.무엇도 삶과 동떨어져 있지않기에 이것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존, 문학과 철학을 구분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크게관심을 갖지않을 글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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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저는 실은 약 2년전쯤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많은 고통을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삶이 망가지는 경지까지 갔었습니다. 그런 후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삶의 의미를, 깊은 생각을, 사색을 하지말자. 하며 다짐했습니다.

지난 일의 고통으로 인해 깊은 생각을 하는 것에 두려움이 생긴 것이였죠. 어느 정도 꼬리를 물게 됐을 때, 의도적으로 생각을 멈췄었죠. 그렇게 1년간을 회복하는 데에 보냈습니다. 그런 뒤 다행히도 예전보다 눈에 보이는 세상만을 보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런데 참 이따금씩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표는 지워지지 않더군요. 물음표가 떠오를 때 마다 언급해주신 거 처럼 물음을 덮어뒀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약 2달 전 선생님의 지식인 답변을 보게 됐습니다. 알게 된 경로는 선생님의 답변 중 [Q. 존재의 의미에 대한 회의감을 어떻게 다루나요] 글을 SNS에서 보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약 1300개의 공감) 좋아하시는 답변이라 생각하시면 기억이 나실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글을 통해 선생님의 모든 답변들을 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이 글을 봤을 때, 마음 한 켠 저 안쪽에 있던 삶의 의미가 채워지는듯한 기분이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을 잘 적은 적이 없어, 글솜씨가 부족하여 보기 불편한 글이지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하고파 이렇게 한글자 한글자 조심스레 적어봅니다. 선생님의 글은 앞으로도 제 삶에서 힘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함을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혹여 선생님이 기록하시거나 생각을 보관하는 장소가 있으시다면 공유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게 환희를 느끼게 해주신 것 만큼 선생님께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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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댓글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회원님들 소중한 댓글 작성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