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뽈리뜨? 홀게이트? (헤겔 정신현상학 입문에 대해서)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읽기 전에 2차 문헌을 읽는다면, 이뽈리뜨(헤겔의 정신현상학 1 2)와 홀게이트(헤겔의 정신현상학 입문)의 책 중에 무엇을 추천하시나요? 그 전에 <정신현상학의 이념(강순전)>과 <헤겔(프레더릭 바이저)>를 읽을 계획입니다.

홀게이트 책은 제목대로 Introduction의 성격이 강하고, 이폴리트의 책은 연구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상세하기로는 이폴리트가 훨씬 상세하고, 평이하기로는 홀게이트가 훨씬 평이합니다. 입문으로라면 홀게이트 책을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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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문헌도 좋지만, 항상 1차 문헌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고 난 뒤 2차 문헌을 접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학부 3/4학년 수업이 그 과목에 대한 "개론" 수업이고, 그 수업을 2차 문헌을 접하지 않고 들은 후, 2차 문헌을 접하는 게 정석이죠 . 그래서 한 번 전공 수업을 들은 것이 아니라면 2차 문헌은 거의 금기시 하는 분위기입니다 (적어도 북미에서는요). 특히 헤겔 같은 경우는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2차 문헌으로 시작하면 얻는 것이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Math1st님의 배경은 모르지만, 헤겔 전공 수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서강올빼미에다가 이런 글을 올리시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저는 먼저 정신현상학의 introduction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너무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진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려운 섹션이기 때문에, 20 페이지도 안 되지만 굉장히 공을 들여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헤겔 처음 들을 땐 한 달 넘게 이 섹션에 대해 강의한 걸로 기억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가면서, 이 문장들과 단락들이 어떻게 헤겔의 정신현상학의 목표, 즉 회의주의 실패의 증명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하시면서 적어도 2-3주는 읽어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그리고 제 생각엔 감각적 확신까지도 한 번 읽으시면서, 그 부분이 어떤 회의주의의 형태를 나타내는지, 어떻게 실패하는지 쉽고 깔끔하게 설명하는 걸 연습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때까지도 저는 2차 문헌에 대해 의존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정 필요하시면 Winfield - Hegel's Phenomenology of Spirit: A Critical Rethinking in Seventeen Lectures 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조지아 대학교에서 한 강의를 그대로 받아적은 거거든요.

이 단계를 거치셨다면 훌게이트 책을 정신현상학과 같이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Math1st님의 해석이 얼마나 비슷한지, 어떤 부분이 다른지 보면서, 다시 정신현상학으로 돌아가 "아, 이 부분이 내가 놓친 부분을 말해주는 부분이겠구나!" 하면서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뽈리뜨는 Genesis and Structure of PhS 밖에 안 읽어봐서 모르겠네요.

모든 철학사가 다 같겠지만, 특히 헤겔은 2차자료보다는 1차자료에 시간을 더 써야 항상 얻는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이 사이트가 대륙철학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Math1st님의 이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한 번 여기에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해 안 되면 일단 여기다가 글 써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댓글들이 도움이 되는 것을 떠나서, 한 번 리허설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이해를 엄청 돕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헤겔 입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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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9297 Math1st님이 언급하신 이폴리트의 책이 말씀하신 "Genesis and Structure"와 같은 책입니다. 국내에서는 전2권으로 『헤겔의 정신현상학』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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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저 역시 이뽈리뜨 책은 좀 하드한 것 같습니다. 충분히 헤겔에 몸을 담구고 읽어야 얻는 게 많은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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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저의 책도 굉장히 훌륭합니다. 헤겔 철학 전반을 아주 평이한 언어로 잘 서술하고 있어서, 저는 읽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절판된 게 너무 아쉽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 입문서 중에서는 강순전 선생님과 한자경 선생님의 책들이 정말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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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테일러의 책은 두께 때문에 부담이 가서 2차 문헌은 적당한 분량으로 읽으려고 합니다. 2차 문헌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결국 1차 문헌은 안 읽게 되는 일이 많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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