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상대성 (또는 양화사 변이): 무엇에 관한 입장인가?

재밌게 읽었습니다. 인용하신 허쉬의 문헌이 뭐였더라 싶어서 검색해봤더니 2002년 논문 "Quantifier Variance and Realism"이었군요. 오랜만에 읽어보고 관련 부분을 좀더 퍼왔습니다.

In the philosophical literature we find facts ~as well as states-of-affairs, propositions, and properties! sometimes understood in a coarse-grained unstructured manner and sometimes in a fine-grained structured manner. A structured fact is what Putnam describes—and rejects—as a “sentence-shaped thing in the world”. A fact in this sense is built up in a certain way out of things and properties ~and perhaps logical operations!. If we have logically equivalent sentences, such as “This is round” and “This is either round and red or round and not red”, then each sentence expresses a different structured fact, or, as another alternative, they express the same structured fact but only one sentence ~the first! succeeds ~or succeeds better! in properly picturing the fact’s structure. In the coarse-grained sense, however, these sentences express the same unstructured fact, and it therefore makes no sense to ask which sentence does better at depicting this fact.

제가 논지를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사실 확신이 잘 서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염려가 되는 바를 조심스레 나눠보자면,

(i) '양화사 변이 이론가와 그 논적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가 과연 '깊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지
(ii) '삼중 구조'가 양화사 변이 논제를 그 반대 입장과 정확히 구분주어지는 잣대인지

여부에 대해서 좀더 얘기가 될 수 있지 않을가 싶습니다.

저는 허쉬가 '구조적 사실'을 거부하고 '비구조적 사실'은 표용하는 지점에서만큼은 논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그 논적의 자격에 부합할만한 사례로는 '구조적 사실'을 옹호했다고 할만한 데이빗 루이스의 입장이 있겠네요. 물론 퍼트남은 이런 루이스의 입장이 "으스스"하며 "중세 사람 소리 같다"고 비판한 바 있으며 ("Putnam's Paradox"), 허쉬는 이런 구도를 정확히 파악하며 퍼트남의 입장을 계승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루이스-퍼트남 간의 이런 논쟁은 최근까지도 허쉬를 중심으로 한 여러 메타존재론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구요.)

그런 이유 때문에 저는 (어쩌면 2022년의 시각에서 2002년의 저작을 판단하는게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양화사 변동론자들과 그 반대자들의 논쟁은 '깊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나름의 충분한 상호 이해에 기초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중 구조' 논제는 양화사 변동론자 및 그 반대자들 양자가 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논리적 모형'를 논리학에서의 '모형'으로 이해하는게 맞다는 가정하에서요.) 다만 루이스를 위시한 '실재론자'들은 한 모형이 다른 모형들에 비해서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본 반면에, 퍼트남이나 허쉬 등은 이런 '우위성'이 "중세적"이라고 비판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읽고 보니 이전에 @YOUN 님께서 올리셨던 글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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