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차문헌을 먼저 읽으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아도르노 철학은 유독 철학적 배경지식을 많이 요구하는 철학임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칸트, 헤겔 등의 고전 독일철학, 마르크스, 루카치 등으로 이어지는 비판적 사회철학, 후설, 하이데거, 셸러 등의 현상학, 니체나 프로이트에 베버, 뒤르켐 같은 사회학 이론까지 광범위한 저서들을 원용하는데다가, 아도르노 자신이 이런 이론들에 관한 별다른 설명을 하지도 않아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읽다가 막혀서 이해를 못하거나 완전히 오독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물론 이런 배경들을 모조리 공부하다가는 아도르노를 못 읽기 때문에, 아도르노를 공부하다가 낯선 개념이 나오거나 할 때 해당 부분에서 아도르노가 전제하고 있는 철학적 배경들을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차문헌은 sophisten님께서 잘 말씀해주셔서, 다음의 두 권만 덧붙입니다.
이순예, 『아도르노와 자본주의적 우울』
문병호,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 읽기』
(2) 난이도의 측면에서는 단적으로 『미니마 모랄리아』가 다른 두 책보다 쉽습니다. (악명이 높은 『계몽의 변증법』과 『부정변증법』에 비해 『미니마 모랄리아』는 '독일 국민의 철학책'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 책이 아도르노 철학의 전모를 살펴보기 위해 좋은 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미니마 모랄리아』는 단상들의 모음집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제일 먼저 읽어야 할 저작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단연 『계몽의 변증법』입니다. 아도르노 저작 전반에 나타나는 철학적 주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저작의 독해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책의 첫 챕터인 「계몽의 개념」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글쓰기 스타일로 보나 배경지식의 요구도로 보나 굉장히 어렵습니다만, 그 글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부정변증법』 같은 다른 저작들로의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혹 『부정변증법』을 읽고 싶으시다면, 「계몽의 개념」에 더해 하이데거, 칸트, 헤겔에 관한 지식을 기초적으로나마 익히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은 이차문헌보다도 강의를 찾아 듣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으나, 대학이나 대학 밖 아카데미들 중 『계몽의 변증법』을 강독하는 수업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안으로 앞서 추천드린 문병호 선생님의 『계몽의 변증법』 해설서를 읽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서문」과 「계몽의 개념」을 정리해둔 글도 올빼미에 있는데, 이건 그냥 적당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Ps. 참, 『부정변증법』 관련해서 아도르노 자신의 강의록인 『부정변증법 강의』가 매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