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고 있는 생각을 발전시키기 위한 철학 추천

안녕하세요 현재 비트겐슈타인, 에밀 시오랑등의 철학자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라는 책을 읽다가 ‘한 개인이 언어를 익힐 때 그것을 자신의 가치관이나 환경에 따라 받아들이고 그렇기에 인간은 완벽하게 소통할 수가 없다. 이 소통의 불완전성이 타인과 교류하는데 장애가 되고 소통의 가능성은 있지만 온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인간을 홀로 남게 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때 그 개념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 특히 형이상학적인 단어들이(혹은 경험할 수 없는 개념들) 같은 설명을 들은 사람들에 의해 다르게 해석해서 받아들여지기에 (예를 들면 평생을 같은 교회에 다닌 사람들이 신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듯이)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고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대상이 자신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간을 불안과 몰교섭의 상태에 놓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철학과 연관이 되어 있긴 한가요? 이런 생각이 화용론과 연관이 되어 있을까요? 고등학생이지만 공부 외에는 문학과 철학책을 읽는 행위밖에 안해서 시간이 부족하지 않고 또 제 나이대에 이해하지 못할 법한 텍스트나 철학이더라도 제가 나중에 읽을 수도 있으니 그런 것과 관계없이 추천 부탁드리니다. 특히 제 생각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철학을 중심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문학,영화,음악도 상관 없습니다)

3개의 좋아요

키에르케고르의 공포와 전율,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병 추천드립니다. 특히 공포와 전율에서는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성경의 아브라함에 빗대서 표현하는데, 굉장합니다. 제가 철학 공부를 진지하게 하게 만든 책입니다. 물론 헤겔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아 (반헤겔이긴 하지만요) 말이 굉장히 어렵지만, 그만큼 정성을 쏟으면 얻는 것도 많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1개의 좋아요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제 생각이 실존주의 문학 작품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 실존주의 철학을 공부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네요.

현재 비트겐슈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계신 만큼 비트겐슈타인을 계속 읽어나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듯합니다.

1개의 좋아요

감사합니다 혹시 비트겐슈타인 저서들 중 뭐가 제 생각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 아려주실 수 있나요? 현재는 확실성에 관하여를 읽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생각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통약 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약 불가능성이란 언어 틀(혹은 개념 틀)마다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서로 판이하게 달라서 소통이 되지 않을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주제는 비트겐슈타인(L. Wittgenstein), 가다머(H. G. Gadamer), 로티(R. Rorty), 데이비슨(D. Davidson) 같은 철학자들에게서 다뤄집니다. 다음의 두 가지 사항과 관련해서 통약 불가능성의 문제를 극복하는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a) 현대철학에서는 우리의 인식이 언어 틀(혹은 개념 틀)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강조됩니다. 세계를 '신의 관점'에서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독단적 주장을 내세우는 철학자들은 칸트 이후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b) 그러나 언어 틀에 대한 강조는 세계의 실재성을 부정하는 회의주의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한 언어 틀과 다른 언어 틀 사이의 이해를 보장하는 객관적 근거를 인정하지 않는 상대주의를 낳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일종의 딜레마가 생겨납니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이 언어 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독단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 같고,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이 언어 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가 20세기 이후 철학의 중심적 고민 중 하나입니다. '통약 불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언어 틀이 우리의 세계 경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하면서도, 언어 틀과 언어 틀 사이의 통약 불가능성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 비트겐슈타인, 가다머, 로티, 데이비슨 등의 주장입니다. 이들은 애초에 '통약 불가능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언어 틀'과 '해석되지 않은 세계' 사이의 이분법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말로 언어 틀의 영향력을 철저하게 강조하기 위해서는 통약 불가능성을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에 나타난 '삶의 형식'에 대한 구절들,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 제3권, 로티의 「잘 잃어버린 세계」, 데이비슨의 「개념적 도식이라는 바로 그 생각에 대하여」 등에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있습니다.

4개의 좋아요

친절하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신 게시물들도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