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 하나 타당성 판단 관련 질문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철학에 관심만 있고 공부는 잘 안하는... 게으른 비전공자 학부생입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가끔 눈팅만 하면서 추천해 주시는 책을 빌려보고는 했었는데, 질문거리가 하나 생겨 오늘 처음 가입하게 됐습니다.
가입해서 쓰는 첫 글이 게시판의 수준에 비해 너무 저질인 것 같아 민망하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질문을 올립니다.

오늘 교양 시험을 하나 쳤는데(아주 기초적인 명제논리 강의입니다) 이상한 선지가 있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논제에 대한 타당한 반박을 고르는 문제였는데 그 선지는 정확히

논제: 성공한 사람은 외제차를 타고 호텔에서 식사를 한다.
반박: 성공한 우리 삼촌은 소나타를 몰며 집밥을 먹는다.

제가 기호화한 과정은

모든 성공(A) -> 외제차(B) & 호텔식사(C)
어떤 A -> ~(B&C) 인 사례 必.
어떤 A -> ~(B&C)=(~B or ~C)
(소나타&집밥) = (~B & ~C) ⊂ (~B or ~C) 이므로 올바른 반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옳은 선지라고 생각했는데, 교수님께 메일을 드리니 해당 선지가 틀렸다고 하시더라구요.
내용은 "연언명제에 대해 비판이니 선언명제만 답이다. 적절한 비판은 '소나타를 몰거나 집밥을 먹는다' 이고, 이외의 것은 적절한 비판이 아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딱 이렇게만 왔습니다)

제가 기호화하면서 어떤 부분을 놓치거나 잘못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2개의 좋아요

Sx : x는 성공한 사람이다 / Bx : x는 외제차를 탄다 / Hx : x는 호텔에서 식사를 한다 / u: 삼촌

논제 : (x)(Sx->(Bx & Hx)) (모든 성공한 사람은 외제차를 타고 호텔에서 식사를 한다)
반박 : Su & (~Bu & ~Hu) (삼촌은 성공한 사람이고 외제차를 타지 않고 호텔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

안 될 이유가 없어보입니다.
우선 술어논리로 번역하면 논제는 연언명제가 아닙니다. 저 논제와 동치인 명제 "(x)((Sx->Bx)&(Sx->Hx))"는 엄밀히 말하면 보편명제이지만 연언명제의 형식을 갖고 있긴 하죠. 하지만 이렇게 보더라도 적절한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성공한 삼촌은 소나타를 몬다(외제차를 몰지 않는다)"(Su&~Bx) 혹은 "성공한 삼촌은 집밥을 먹는다(호텔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Su&~Hx)라고 해야 맞습니다.

그래도 일단 연언 명제라고 했으니 그렇게 맞춰보자면,
논제 : B & H
반박 : ~B & ~H
이렇게 맞춰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반박 명제가 ~B V ~H를 논리적으로 함축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저기서는 ~B 하나만 있어도 반박은 됩니다. 모순인 명제를 찾으라고 했다면 몰라도 반박은 비일관적인 명제만을 제시하면 되기 때문입니다.(반박과 비일관성에 대한 이런 견해는 P.F. Strawson의 Introduction to Logical Theory 앞 부분에 아마 나올 겁니다. 굳이 레퍼런스가 필요하시다면!) B&H와 ~B&~H는 모순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모순관계에 있는 명제를 찾으라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반박하는 명제라고 했다면 ~B&~H가 답이 안 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8개의 좋아요

답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아직 술어논리에 대한 공부가 좀 부족한데, 내일 자료를 다시 찾아보고 궁금한 점 있으면 다시 댓글 달아도 될까요?

1개의 좋아요

그럼요! 스트로슨의 저 책은 안 읽어보셔도 됩니다 ㅋㅋ

1개의 좋아요

음... 논리학은 잘 모르지만 아마 성공한 삼촌은 소나타를 몰고 집밥을 먹는다로부터 성공한 삼촌은 소나타를 몰거나 집밥을 먹는다로 한 번 바꾸면 괜찮은 반례 아닐까요? 굳이 따지자면 "끝까지 안 풀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개의 좋아요

안녕하세요, 질문을 새로 올릴까 댓글로 다시 질문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질문을 다시 드립니다.
이번에 새로 답장이 왔는데, 궁금한 점이 생겨 질문드립니다.

대충 요지를 요약하자면,

  1. 진리표상에서(B와 H가 각각 T/F인 4가지 중에서) 그 결과값이 달라야 옳은 비판이다.
  2. 진리표는 다음과 같다.
    캡처
  3. 진리표상에서 1,2,3번은 다르고, 4번만 같다.
  4. 1,2,3,4 모두 맞아야 올바른 비판이므로(?????), 틀린 비판이다.
  5. 명제논리에서 함축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일단 제일 궁금한 점은 어떠한 명제를 비판할 때 진리표상의 모든 상황에서 서로 모순이어야 한다는 것이 맞는 말인지 궁금합니다. 약식 진리표 방법을 사용하여 전항과 후항이 동시에 T가 될 수 없다는 것만 보여도 되는 것 아닌가요?
캡처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전제 B&H가 T일 때 결론 2에서 F가 될 수가 없기 때문임만 보이면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문제는 전제 B&H를 반박하는 명제인데,
전제 1과 모순인 명제를 먼저 제시하고(결론1) 이것과 완벽하게 동치여야 옳은 비판이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지 궁금합니다.

아 그리고 제가 진리표를 제대로 사용했는지 점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리표는 제대로 그리신 게 맞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은 같은 질문입니다. 지난 답변에서도 말씀드렸던, "q가 p에 대한 반박이면 오직 그러한 경우에 p와 q는 모순 관계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답변도 p와 q가 모순관계인 경우에만 반박이 된다는 취지에서 답하신 것 같습니다.

이건 "반박"에 대한 개념을 서로 다르게 쓰고 있다고 보는 게 합당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순 명제를 통한 반박만이 반박이라고 보는 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q가 p에 대한 반박이기 위해서는 q가 참일 때 p가 거짓이라는 것이 함축되기만 하면 됩니다. 둘 다 거짓일 가능성이 원초적으로 배제되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아래쪽 표에서 전제와 결론2는 서로 동시에 참인 경우가 없습니다. 따라서 결론2가 참이면 전제는 반드시 거짓이 되죠. 이걸로도 반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사과도 있고 배도 있어"라고 누군가 얘기했다면 "사과 없는데?"라는 게 충분한 반박이 됩니다. "사과도 없고 배도 없는데?"가 반박이 안 될 이유가 없죠.

명제 논리에 함축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건 죄송하지만 그 분이 공부를 제대로 안하셨다고 밖에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사실 되게 공격적인 언사지만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타당성과 함축인데 그게 명제 논리에는 없다니요.

p가 q를 논리적으로 함축한다 iff p가 참이면 q는 반드시 참이다 iff p가 참이면서 q가 거짓인 경우는 불가능하다 iff p와 ~q는 비일관적이다(즉,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혹시 앞으로 공부하시다가 궁금한 거 있으시면 질문 올리시거나 사이트 메시지로 연락 주세요.

7개의 좋아요

힘내세요.

3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