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모든 전쟁에 반대할 것입니다. 전쟁이 만들어낸 끔찍한 현장 사진들을 보며 병사들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거나 공감하며 반전운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타인의 고통은 인간의 원초적인 유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비록 실제가 아닌 픽션이지만) ‘오징어 게임’ 같은 데스게임 장르물이 흥행에 성공했고, 서로를 죽고 죽이는 콜로세움 검투사 경기에 열광한 시민들은 대표적인 예시일 겁니다.
이렇듯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거나 유희로 느끼는 상반된 반응을 보여왔는데, 이런 역설적인 반응에 대해 연구한 철학서, 비문학 책에는 뭐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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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도덕의 계보-2번째 에세이>의 초반부에서 '양심의 가책'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채권자-채무자 관계'를 도입합니다. 그는 계보학을 도입하여 "갚지 못한 빚에 대한 등가의 형벌은, 손해에 대해서 직접적인 보상을 받는 대신에 채권자에게는 배상이나 보상으로 일종의 쾌감을 맛보는 것이 허용되는 방식으로 주어졌다"면서 고통과 유희의 관계를 표현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니체는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자신의 권력을 무력한 자에게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는 쾌감"을 느끼는 것, 자신을 "일종의 지배권에 참여"하는 것, "한 인간을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존재'로 경멸하고 학대할 수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하는것 따위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인해 이것이 전도되어 고통을 악 혹은 지양해야할 것으로 여기게 됐다고 말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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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학문적 배경에 비춰보자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나 즐거움은 '공감 혹은 감화'라는 문학적 주제로 연결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신도 '연민과 두려움(혹은 공포)'라는 주제로 시학의 한 파트를 할애하구요. 지금 책이 없어 확인하지 못하지만, 만약 이쪽으로 관심있으시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주해 혹은 시학을 바탕으로 깊이 분석된 그간의 문학적 연구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것과 거리가 조금 있을 수 있겠지만 마사 누스바움이 이런 쪽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답변에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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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로 'Schadenfreude'라는 말이 있죠. 이것은 타인의 고통을 보고 느끼는 즐거움을 의미합니다. 이런 심리에 대해 다룬 비문학 도서로 (철학서는 아닙니다만) 리처드 H. 스미스의 "The Joy of Pain"(한국판에서는 '쌤통의 심리학"으로 번역)이 있습니다.
그리고 'Gluckschmerz'라는 단어도 있는데요, 이는 타인의 행복을 보고 느끼는 고통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대해 다룬 논문으로 Richard H. Smith와 Wilco w. Van Dijk의 "Schadenfreude and Gluckschmerz"라는 논문을 참고하셔도 좋겠네요. 이건 철학연구라기보다는 심리학 연구라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Schadenfreude : Understanding Pleasure at the Misfortune of Others"는 위 논문의 공저자 W. Van Dijk와 Jaap W. Ouwerkerk가 엮은 책으로, 이 주제에 대한 다양한 학자들의 논문을 싣고 있습니다. 단 실린 글들의 제목으로 볼 때, 철학적인 논의보다는 심리학적인 연구에 치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고통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논의를 참고하고 싶으시다면, "Routledge Handbook of Philosophy of Pain"을 참고하세요.
제가 읽은 것은 한국어판 "쌤통의 심리학"뿐인데, 나머지는 초록이나 출판사 소개글 정도만 읽어보고 말씀드리는거라서 마음이 편치 않네요. 이 점은 감안하시고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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