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시간 독어원서에 관하여

보통 시중에 나오는 판은 2가지가 있습니다. Max Niemeyer 판과 Vittorio Klosterman 의 Gesamtausgabe판이 있습니다. 국역본은 이기상교수와 소광희교수 (이민철&전양범제외)가 현재 존재하는데요. 두분다 Max Niemeyer 판을 중심으로 번역하셨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ax Niemeyer 판이 구판인것으로 알고 있는데, Gesamtausgabe과 편집상의 차이가 있나요? 그리고 Max Niemeyer의 존재와 시간 색인집과 존재와 시간이 합쳐진 판본이 Gesamtausgabe의 전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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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서지정보에 그다지 빠삭한 편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아는 만큼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우선, 하이데거 전집 제2권으로 수록된 『존재와 시간』은 다음 사이트에서 (어둠의 경로로)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https://heidegger.ru/

여기 있는 서지 정보 페이지와 편집자 후기(Nachwort des Herausgebers)를 훑어 보면,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답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1) Max Niemeyer판과 Gesamtausgabe와 편집상의 차이가 있나요?

우선 3쪽을 보시면 이런 정보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a) "Hüttenexemplar"에서 나온 저자의 난외 주를 포함하고 있지만, (b) 변경된 것은 없는 텍스트이고, (c) 프리드리히 빌헬름 폰 헤르만에 의해 출판되었다네요.

그렇다면, 우선 "Hüttenexemplar"라는 건 뭐냐? 이건 아마존의 하이데거 전집 소개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https://www.amazon.com/Sein-Zeit-Gesamtausgabe-Abteilung-Veroffentlichte/dp/346500051X

Band 2 der Gesamtausgabe enthalt den Text der Einzelausgabe (1927) von Sein und Zeit mit einigen Druckfehler-Korrekturen und kleinen Textverdeutlichungen sowie Randbemerkungen aus Heideggers Handexemplar der zweiten Auflage 1929, dem sogenannten Huttenexemplar. Die mit Kleinbuchstaben seitenweise gezahlten Randbemerkungen sind im Fussnotenapparat abgedruckt. Sie erstrecken sich zeitlich von 1929 bis in die letzten Lebensjahre.

그러니까 하이데거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1929년의 『존재와 시간』 제2판을 "Hüttenexemplar"라고 부르는 거네요. 이 개인 소장본에 하이데거 본인이 1929년부터 꾸준히 난외 주를 수기로 적었는데, 그걸 전집본에 포함시켰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변경된 것이 없는 텍스트(Unveränderter Text)"라고 할 때 무슨 텍스트를 기준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인가? 이것도 그 아래 서지 정보를 보면 나와 있습니다.

ⓒ는 저작권(카피라이트) 표기를 의미합니다. 이 책의 저작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표시하는 건데, 책의 판본이 중요하게 바뀌었을 경우에는 저렇게 두 개를 표시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1976년에 튀빙겐의 Max Niemeyer 출판사에서 나온 『존재와 시간』의 단행본에 있던 저작권을 가져온 거네요. 그걸 Vittorio Klostermann이라는 편집자가 1977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출판한 거고요. 조판과 인쇄는 Limburger Vereinsdruckerei라는 유한회사에서 담당했다고 하네요.

정리하자면, 전집본 제2권의 『존재와 시간』은

»Sein und Zeit« : Max Niemeyer Verlag Tübingen 1976

여기서 내용 변경 없이 하이데거의 난외 주를 추가하였다는 거네요.

좀 더 자세한 출판 관련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책 제일 뒤에 있는 편집자 후기를 보시면 됩니다. 여기에는 이렇게 나와 있네요.

Der hier vorgelegte Band 2 der Gesamtausgabe enthält den unveränderten Text der Einzelausgabe von »Sein und Zeit«, nur mit dem Unterschied, daß der Text der Gesamtausgabe mit den Randbemerkungen aus dem Handexemplar des Autors versehen ist. Aus diesem Exemplar wurden außerdem einige von ihm im Laufe der Jahrzehnte eingetragene kleine, der Verdeutlichung dienende textliche Korrekturen übernommen, die auf seine Anweisimg hin nicht eigens kenntlich gemacht werden sollten. Verschiedene ältere sinnentstellende Druck-fehler wurden beseitigt.

그러니까, 전집 제2권은 『존재와 시간』의 단행본에서 변경된 것이 없는 텍스트라네요. 다만, 저자 개인적 카피본 여백에 있던 주석이 추가되었다고요. 또 명료성을 위해 사소한 텍스트 수정이 이루어졌고, 출판상의 오류가 교정되었다고 나오고요.

(2) Max Niemeyer의 존재와 시간 색인집과 존재와 시간이 합쳐진 판본이 Gesamtausgabe의 전집인가요?

전집 제2권을 확인했는데, 딱히 색인집은 보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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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이건 질문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이지만, 판본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 한 가지 말씀드립니다.

사실, 20세기 이후에 출판된 저작들을 인용하실 때는 판본에 크게 신경을 쓰시지 않으셔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전문 후설 연구자나 하이데거 연구자들은 전집을 기준으로 삼기도 하죠. 하지만 판본 사이에 정말 중요한 차이가 있는 텍스트가 아니라면, 판본 자체가 해석이나 연구의 방향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말로 판본 사이의 차이가 그만큼이나 크다면, 이미 그 텍스트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그 차이가 거의 상식처럼 통용되겠죠.)

심지어, 하이데거의 경우는 (판본 사이의 차이는 커녕) 독일어 원서와 번역본 사이의 차이도 그렇게까지 결정적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영어권의 유명한 하이데거 연구자들조차 전집이나 독일어 단행본 대신 영어 번역본을 그냥 인용하기도 합니다. 아예 원서 쪽수를 병기조차 안 하고 영어 번역본만 인용하는 사례도 정말 많죠. (물론, 중간중간에 자기 방식대로 번역을 수정하기도 하지만요.)

가령, 영어권의 권위 있는 하이데거 입문서들인 The Cambridge Companion to HeideggerThe Cambridge Companion to Heidegger's Being and Time만 보더라도, 기농이나, 홀이나, 카푸토나, 도스탈이나, 드레이퍼스 같은 정말 쟁쟁한 하이데거 학자들이 독일어 원서 인용 없이 그냥 영어 번역서만을 인용하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영어권 하이데거 연구에서 최고의 권위자들인데도요. 이렇게요.

The Cambridge Companion to Heidegger의 약어 표시

기농의 『존재와 시간』 인용

홀의 『존재와 시간』 인용

도스탈의 『존재와 시간』 인용

카푸토의 『존재와 시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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