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설현상학에서 "예화"란 무엇인가요?

후설 현상학에서 예화(instantiation(단 자하비, 후설의 현상학 50p))는 무슨 뜻인가요?

사전적 의미에서의 "예시를 들어 설명함"과는 조금 다르거나 더 큰 개념인 것 같습니다.

"당시 후설은 이념적 의미 (그것의 동일성을 잃지 않고서 나에 의해 반복될 수 있고 타인과 공유될 수 있는 것)와 의미함이라는 구체적 작용(무언가를 지향하는 주관적 과정) 사이의 관계를 이념성과 그것의 구체적 예화instantiation 의 관계로 이해했다.

후설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이념적 의미란 구체적 지향의 본질이다. 즉 “의미는 다양한 의미작용과 관계한다. …그것은 종으로서의inspecie 붉음과 모두 똑같은 붉음을 '소유하고 있는' 여기 놓인 종잇조각들의 관계와 같다” Hua 10/106.15 따라서 작용의 내재적 내용은 동일한 유형을 가진 다른 작용들 속에서 똑같이 사례화 될 수 있는, 이념적인 지향적 내용의 예화다. 내재적 내용은 작용의 구성요소를 이루므로 문자 그대로 작용 속에 포함되어 있는 반면, 이념적인 지향적 내용은 구체적 작용에 대해 어떤 독립성을 유지한다.(50p)"

"따라서 작용의 내재적 내용은 동일한 유형을 가진 다른 작용들 속에서 똑같이 사례화 될 수 있는, 이념적인 지향적 내용의 예화다." 라는 구절을 보면, 내재적 내용은 지향적 내용의 예화라고 하는데, 내재적 내용은 지향적 내용을 예시로 드는 것이 아니지 않나요?

"작용의 내재적 내용(정확히 어떤 것들을 작용의 내재적 내용이라 하는 것인지 이 책에서도 찾지 못해서, 어떤 것을 예시로 들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은 "작용의 지향적 내용(예를 들면, 올해 크리스마스[지향적 질료]를 기대하다[지향적 성질])"의 예화(작용의 지향적 내용을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작용의 내재적 내용)라는 건데, 이것은 말이 안 되는, 그러니까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요? 작용의 내재적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작용의 심리적 과정에서의 내용, 즉 심리적 작용의 과정을 말한다면, 작용의 내재적 내용은 지향적 내용의 예화(예시를 들어 설명함)가 아니라, 오히려 작용의 내재적 내용은 지향적 내용"에 대한 작용 과정에서 그 작용의 심리적 과정의 내용" 이 아닌가요?

자하비의 이러한 서술을 읽었을 때 "예화"는 "예시를 들어 설명함" 의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후설현상학에서 "예화"란 무엇인가요?

또 후설에서 이념idee 는 칸트적 의미에서의 idee와 다른가요?(칸트적 의미에서의 이념은 "신", "영혼" 과 같은 개념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설은 논리법칙이나 수학법칙, 의미대상 등을 이념적이라 부르는 것을 보면 두 철학자의 idee는 다른 의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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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화'는 보편자가 개별자를 통해 나타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개별자가 보편자를 실현하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후설만의 용어라기보다는, 형이상학에서 일반적으로 넓게 사용되는 철학 용어입니다. 물론, 자하비는 instanti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보통은 exemplification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이미 책에 예시가 잘 나와 있듯이, 붉음과 붉은 종잇조각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붉은 종잇조각은 현실에서 우리가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개별자입니다. 그런데 이 종이조각은 '붉음'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속성은 (플라톤과 후설의 관점에서는) '붉음 자체'라는 보편자에 근거해서 주어지는 거죠. 그래서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합니다.

보편자: 붉음 자체

예화

개별자: 붉은 종잇조각 ("이 종잇조각은 붉다.")

이걸 보통 형이상학에서는 다음과 같이 일반화합니다.

보편자: F-ness

예화

개별자: a ("a is F")

구글에 예화와 관련된 그림을 검색해 보니, 아래와 같은 이미지도 나오네요.

학부 시절에 이와 관련된 내용의 글을 블로그에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https://blog.naver.com/1019milk/80143268663

(2) 후설에게서 '이념(Idee)'은 '본질(Wesen)'이나 '형상(Eidos)'이라는 용어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맥락에 따라 다르게 쓰이기도 하지만, 다 같은 말이라고 알아두시는 게 차라리 더 이해에 수월하실 겁니다.) 즉, 대상을 그 대상일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바로 이념이고, 본질이고, 형상입니다. 가령, 우리집 뽀삐, 옆집 해피, 아랫집 초코는 각각 서로 모양도, 성격도, 크기도 다른 개별자들이지만, 그들 모두는 개입니다. 어떤 공통된 요소를 지니고 있는 거죠. 이렇게 그 대상들을 '개'로 만들어주는 공통된 요소가 바로 '개의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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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철학백과의 '속성(properties)' 항목에 예화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네요. 여기에도 옮겨봅니다.

Properties are also ways things are, entities that things exemplify or instantiate . For example, if we say that this is a leaf and is green, we are attributing the properties leaf and green to it, and, if the predication is veridical, the thing in question exemplifies these properties.

https://plato.stanford.edu/entries/proper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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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명료하게 이해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