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쓴 글을 가져왔다보니 반말체입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요즘 새로운 책으로 공부하고 있다. 다니엘 콘웨이의 『도덕의 계보』 입문이 그것이다. 다니엘 콘웨이는 워낙 유명한 니체 주석가라 논문도 한두개 본적있고, 내가 관심갖는 연구주제인 정치철학적 니체 해석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사람이라 낯익다. 물론 실력은 두말할 것 없고, 현재 읽고 있는 책의 수준도 매우 높다. 책은 Reader's Guides(리더스 가이드) 시리즈 중의 하나인데, 말이 가이드이고 입문이지 『도덕의 계보』를 이미 공부한 사람만이 읽어야 이해될 것이다. 실제로 책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도덕의 계보』를 대학원 시절 백승영 선생님의 강독 세미나때문에 완독을 세네 번, 논문 작성과 독해 때 참고 용으로도 계속 접했으나 여전히 어렵다. 『도덕의 계보』는 『차라투스트라』나 『비극의 탄생』과 함께 니체 저작에서 손꼽히게 어려운 책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콘웨이의 책은 각 논문(도덕의 계보는 1논문, 2논문, 3논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논문마다 25개 정도의 챕터가 있다)의 챕터마다 해설과 해석을 상세히 제공해 주기 때문에 『도덕의 계보』를 독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물론 그의 주석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각 챕터마다 탄탄한 해설과 해석을 제공하는 번역된 니체 서적은 이 책과 또다른 리더스 가이드 시리즈의 『비극의 탄생 입문』 말고 없는 걸로 안다.
아쉽게도 한국엔 한국인 주석자들이 쓴 니체 입문서나 개괄 서적은 많이 있으나, 리더스 가이드식의 아주 상세한 분석서는 거의 없다시피하고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해설서는 거의 번역이 안되있거나 절판됐다. 이런 와중에 리더스 가이드 시리즈의 두 책은 어둠 속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용이 아닌 입문용 서적을 하나 추천하자면 강용수의 『니체 작품의 재구성』을 권한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은 책으로 알지만 핵심 저작을 중심으로 잘 개괄하고 있다.
나도 아직 『비극의 탄생 입문』 은 안 읽어 봤지만 콘웨이의 것이 너무 좋아 콘웨이의 것을 완독한 후에 곧바로 읽을 예정이다. 리더스 가이드에서 나온 『칸트의 미적 판단력 비판 입문』 도 오래전에 사두었지만 시간이 나질 않아서 읽지 못하고 있는데, 아주 좋은 책으로 알고 있다. 또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입문』과 『플라톤의 향연 입문』에 호평을 한 서평을 본 기억도 어렴풋이 있다. 하나같이 수준이 매우 높고 독자에게 요구하는 수준도 높은 것으로 안다.
근무지에서 농땡이치며 『도덕의 계보』를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담았다. 한국어본은 항상 니체학회에서 출간한 니체전집과 박찬국 역을 함께 참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