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글입니다...
여기서 도덕 규범성의 원천을 묻는 질문을 맹자에게 던져보자: 도덕 규범성의 원천을 묻는 질문은, 맹자의 위와 같은 확충 모델에선, [왜 이 특정 사례에서 나는 측은지심을 느껴야 하니?]에 해당할 것이다. 맹자는 이에 대해 뭐라고 답할까? 아마도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너는 왜 유자입정의 경우에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상식적'이야. 그걸 안 가졌다면 더 이상 사람일 수 있겠어? 즉 유자입정의 상황에서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해'. 그리고 너가 물은 특정한 상황은, 유자입정의 상황과 같은 類일 뿐이야. 따라서 유자입정의 상황에서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자명하다면, 유자입정의 상황과 동일한 類에 속하는 그 상황에서도, 측은지심을 가져야 하지.]
즉 관건은, 1) [유자입정 상황에서 측은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자명'한지]와, 2) [왜 그 특정 상황은, 유자입정의 상황과 동일한 類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지], 그리고 3) [類라는 개념이 '정당화를 (유자입정이라는 기초 사례에서 문제시되는 사례로) 이행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혹은 이렇게 類 개념을 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당화이다. 1)에 대해서 맹자는 이미 말했듯, [유자입정 상황에서도 아이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게 사람이야?]라고 반문할 것이고, 3)에 대해선 맹자가 類 개념을 그런 식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 같고, 관건은 2)인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선 맹자가 단지 선언하는 것 이상으로 별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다. 즉 맹자는 類를 '객관적'이라고 본 것 같다. 세상에는 윤리적 행위를 요구하는, 혹은 우리가 적절한 감정을 가져야 할 다양한 윤리적 상황이 있는데, 그 상황 중 기초에 해당하는 것은, 유자입정의 경우와 같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측은지심을 갖게 되는 상황이다. 이를 '사단'의 경우로 확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중 '기초'적인 상황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 상황을 접하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특정한 공통적인 반응(사단)을 보이게 되는 상황이다.(유자입정의 상황 외에도 맹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대방이 그에게 발로 차서 음식을 주면, 그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를 언급한다. 이는 사단 중 수오지심에 해당한다.) 기초적인 상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할 수 있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은, 아마도 사단 중 일부를 느껴야 할 상황으로 기술될 수 있을 것이다."(이 말을 할 수 없다면, 맹자가 '윤리를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있게 되고 만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사단 중 일부를 느껴야 할 상황인 되는 까닭에 대해선, '원래 그렇기에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될 수 있는 것이, [맹자는 정녕, 측은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의 집합인 類에 속한다고 간주되는 각 상황들이, 왜 그 類에 속할 수 있게 되는지 말할 수 없는가?]이다. 물론 맹자는 실제로 사람들이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누구나 측은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의 집합인 類에 속하는 각 상황들이, 왜 이 類에 속하게 되는지 납득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가능성을 그리 밀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 類에 속하는 상황들 중 측은지심을 갖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일 경우에는, 애초에 과연 그 상황이 '내가 측은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 맞기나 한건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맹자가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것이 물론 부담은 있지만, 제일 깔끔할 것 같다.
[세상은 원래, 사단 중 일부를 느껴야 할 상황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인 각 상황들이 왜 사단 중 특정한 감정을 느껴야 할 상황으로 묶일 수 있느냐?]에 대해선, '원래 그런 것'이다. 우리는 특정한 상황이 왜 해당 類에 속하는지 납득할 수는 있지만, 우리의 납득으로 그 상황이 해당 類에 속하게 되진 않는다. 이렇게 이미 '질서 잡혀있는' 세상에서, 우리가 할 일은, 사단을 가져야 하지만 아직 사단을 가지지 못했던 상황]에서도 사단을 느낄 수 있게 되도록, 즉 확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