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의 부조리주의에 대한 사상적 변화?

카뮈의 부조리주의에 관심이 생겨 한창 인터넷에서 카뮈에 대한 여러 글들을 찾아 읽어보고 있었습니다. 이 글도 그러던 와중에 찾게 된 글인데 제게 의아함을 자아내더라구요. 그 이유는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카뮈에 대한 상식과 꽤 다른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밑에서 네 번째 줄부터 시작입니다. 글에서는 카뮈가 부조리주의 철학자로 여겨지는 것을 후회했다고 서술돼있는데, 제가 알고있는 바로는 카뮈 자신이 실존주의자로 분류되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이지 부조리주의자로 여겨지는 것을 꺼려했다는 사실은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또한 이어서 카뮈가 시지프 신화 이후로는 부조리주의에 관한 흥미를 줄여갔으며, 이러한 사상적 변화가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드러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허나 저는 시지프 신화 이후의 카뮈의 사상적 행보나 창작 활동이 부조리주의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페스트"나 카뮈가 생전 가장 아꼈다는 "반항하는 인간"을 보아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오히려 카뮈는 일찍부터 자신의 작품의 커다란 윤곽을 수첩에 다음과 같이 적어 두었다고 하죠.

  1. 거부(부조리); 이방인, 칼리굴라, 오해, 시지프 신화-방법론적 회의.
  2. 긍정(반항); 페스트,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 반항하는 인간
  3. 사랑: 지금 계획 중, 집필 중.

부조리, 반항으로 대표되는 카뮈의 사상에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글에서 익명의 독일인 친구에게 보냈다고 말한, 나치의 폭력에 저항하는 편지글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 변화가 느껴진다고 서술돼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카뮈의 부조리주의를 더 직설적으로 느꼈다면 느꼈지, 부조리에 대한 카뮈의 큰 사상적 변화가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여 제가 카뮈의 철학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염려되는 마음입니다. 혹여나 제가 잘못 알고있는 사실이 있다면 짚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역량이 부족해 더 정교한 글로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옮겨 적은 어느 블로그 링크 남겨두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eiron16/3011034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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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카뮈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적절한 대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일단

저도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물론, 제가 처음 들어봤다고 해서 저 주장을 하신 분이 반드시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요.) 그리고,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만으로는 딱히 카뮈가 부조리주의를 후회했다는 근거를 찾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적어도, 편지 내용에 부조리주의가 명시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더 나아가,

라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봅니다. 아주 결정적인 종류의 오해가 아니라면, 철학이나 문학에서 해석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정말 중요한 건 유의미한 해석을 하는 것이고, 정확한 해석을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무엇이 '정확한' 해석인지도 사실 그다지 정확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이런 종류의 '전향'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의견이 분분하기 마련입니다. 사르트르만 하더라도 (사르트르의 친구인 베르나르-앙리 레비에 따르면,) 무신론적 실존주의에서 말년에 유대교적인 신앙으로 전향했다고 하는데, 이런 이야기들은 의견이 분분할 뿐더러, 이런 이야기들만으로 사르트르의 이전 무신론적 주장들이 완전히 무효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 카뮈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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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의문에 신경 써 답해주시고 좋은 말씀까지 첨언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중요한 건 유의미한 해석을 하는 것이고, 정확한 해석은 그 다음 문제다.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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