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진학과 학사편입 중 선택에 관해

안녕하세요.

가입하고 처음 쓰는 글로 질문을 올리기에 조금 죄송스럽지만,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아 혹시 이곳에서 도움 얻을 수 있을까 염치 불구하고 적습니다.

저는 현재 직장생활을 하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부는 중국어를 공부했는데, 주변에서 철학과 진학 관련하여 상담을 구해보니 평생 중국어가 제 발목을 잡을 것이라 말씀하시며 차라리 학사편입을 통해 전공을 철학으로 바꾸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해주시더군요.

제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는 물론 동양철학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학시절 제 2 전공으로 철학과 수업을 수강할때에도 어느 수업이든 늘 중국과 연관된 분야의 발표나 조사를 반쯤 억지로 도맡아서 해야 했기에, 멀리보았을 때 정말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왕 학사편입을 하게 된다면 좋아하는 교수님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대로 석사까지 가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울러 대학원에 들어가기 앞서 턱없이 부족한 전공지식을 조금이라도 체계적으로 보충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구요. 하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역시 시간이나 비용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네요.

이 부분에 있어 조언 주실 수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되세요!

4개의 좋아요

(1)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따라 달리질 것 같습니다.
단순히 학부 4년을 철학 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대학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 같다. 라는 견해라면, 개인적으로는 딱히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학부 4년 수업이야, 막말로 좋은 입문 교재 일 이주 걸쳐서 읽으면 그만입니다. 그것 말고 논문 쓰는 것이나 발표하는 것은 대한민국 현실상 학부가 어디든 출발선은 다 똑같습니다.

(2) 발목을 잡는다가 나중에 석박사를 끝내고 강사나 교수 자리를 노리는데 문제가 생긴다라면, 여기에는 일정 부분 타당한 지점이 있긴 합니다. 한국 현실상 나중에 교수 임용에서 학부가 철학과가 아니라면 철학과 교수 임용은 어려울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뭘 하든 교수 임용은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한국인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돈이 안 되는 인문학부, 그것도 BK 같은 지원금을 따오기 어려운 철학과는 현상유지나 해주면 감사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교수 임용에 불이익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학부 편입을 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시간낭비라고 전 생각합니다.
막말로 그 시간에 논문 더 쓰고, 하버드에서 박사 받고 그러는게 훨씬 나은 선택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중국어를 한다는 것이 메리트가 될 수도 있겠죠. 현재 대한민국 인문학부과 인문학 대학원을 먹여살리는 것은 유학생입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인 비율이 꽤 높죠. 이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교수는 굉장히 드물고 희귀합니다.

(3) 마지막으로 학사 편입이 대학 네임의 문제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단순히 과의 문제가 아니라요. 음. 개인적으로 느낀 바이지만, 네임이 좋은 학교가 대체로 공부하기 더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교수들이야 어디든 뛰어난 사람들이지만, 학교 시스템이나 동료 등등 여러 조건들은 속칭 네임이 좋은 학교가 더 나은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고민이 이 지점이라면, 이건 사실상 반수나 재수를 하는 셈이죠. 이러면 질문의 초점이 달라질듯합니다.

5개의 좋아요

(2)가 저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았을 때 교수 임용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지만, 강사직이라면 노려봄직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거든요. 물론 거기에도, 아니 거기까지 가기에도 수없이 많은 부침이 있겠지만, 출신학과와 같이 노력여하에 달려 있지 않은 부분이 제 발목을 잡진 않을까 걱정이 조금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부끄럽지만 중국어에 크게 흥미가 없어 겨우 졸업요건만 충족한 정도를 가지고는 어디에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도 있구요.

질문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성의없는 감이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상세하고 따뜻하게 답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모로 참고가 되었으며, 학사편입은 더 곰곰 생각해보겠지만 역시 조금 비현실적인 대안처럼 생각이 되네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여쭤볼게 있어서 댓글씁니다.

대학원 진학과 관련된 많은 분들의 답변중에서 선생님 답변 1)과 같은내용이 꽤 많이 발견되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원 수업이 어떤 방식과 깊이로 진행되는것인지 조금 설명해주실수 있을까요?

1개의 좋아요

일반화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겪어본 대학원은 하나 밖에 없어서....
보통 방식이야 교수가 생각하기에 주제에 적합한 여러 편의 논문이나 몇 권의 저서를 강독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깊이는 천차만별이죠. 애당초 교수가 어마어마한 강도를 요구하지 않는 수업도 있고, 그런 수업임에도 사람들의 참여율이 저조할 수도 있고...뭐 여러 변수들이 있으니깐요. 그냥 대학 전공 수업보다 심화된 주제를 다루지만, 밀도는 그와 비슷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수업이라 생각하시면 편할듯합니다.

2개의 좋아요

답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