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인간을 어떻게 보았는가?』 추천글

예전에 쓴 알라딘 서평에서 가져왔습니다.
입문서라고 하기엔 어려울 수 있으나 맑스에 더 다가가고자 한다면 아주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합니다.


마르크스는 인간을 어떻게 보았는가? - 마르크스 철학에서 “인간 본질” 개념
죄르지 마르쿠스 지음, 정창조 옮김 / 두번째테제 / 2020년 6월


맑스주의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문 한국에서, 맑스주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보물같은 책이다.

한국에서 맑스주의는 학문적 관심을 기울여서 외부 기관에서만 접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만약 대학에서 접하고자 한다면, 99%는 곁가지로 다뤄지거나, 핵심적 면모는 빼버리고 피상적 수준에서 가르쳐진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고 할때, 어떤 이유로, 어떠한 방식으로 결정하며, 이렇게 결정됨에도 또 어떻게 혁명은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은 제공되지 않는다. 이러한 질문에 답변하려면 최소한 맑스에 있어서 인간, 인간 유, 활동, 노동, 인간과 사회의 관계가 어떠한 철학적 의미를 갖는지 설명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아니하고 '그냥 그렇다' 수준의 논의만 진행된다. 이러한 방식은 한국인의 맑스/코뮤니즘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의 껍질 정도는 벗길 수 있을지 몰라도, 맑스의 정신은 알려주지 못하는 추상적/피상적 앎일 뿐이다.

반면, 이 책은 책소개에 나와있듯이 인간이 지닌 사회성의 유기적 조건과 인간이 역사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짧은 분량안에 핵심적 면모를 잘 드러내기에 맑스주의 입문에도 좋다. 또한 자본/그룬트리세/경철초고/독일이데올로기와 같이 잘 알려진 저작에 국한하지 않고, 맑스주의 주변서(예를 들어 그람시, 루카치 등)와 마르크스 자신의 기사/에세이에서도 철학적 면모를 뽑아온다는 점에서 깊이도 있다.

동시에 이 책은 원전 자체의 수준도 높지만, 번역의 수준도 높으며, 주에서는 참고 페이지의 국역본의 페이지까지 병치해줌으로써 편의성또한 제공한다. 비록 짧은 책이지만 번역자의 노력이 아주 엿보인다.

아주 새겨들을 말이 많지만 책의 마무리이자 결정적 부분인 3장에서 세 구절만 가져오겠다. 이 구절들은 저자인 마르쿠스의 말과, 마르크스의 말이 섞여있다. (특히 98페이지)

즉 그 객관화/대상화가 단지 죽은 객체/대상이 아니라 인간적 객관화/대상화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상호 관계는 사회적 삶의 궁극적이고 현실적인 주체로 남아 있는 구체적인 역사적 개인들의 삶 내부에서의 결합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소외가 역사적-실천적으로 지양될 때에만 인간 본질도 살아 있는 개인들과 그들의 현실적인 공동체를 특징지어 주는 대자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규정이 될 수 있다. - P 106

소외는 마르크스적 의미에서 인간 본질과 인간 존재 사이의 분리이자 대립일 뿐이다. 소외를 넘어선다는 것은 인간 본질과 존재 사이의 이러한 불일치와 대립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회적 삶의 풍부함과 다차원성, 개인들의 삶이 가진 한계와 일차원성 사이의 대립적, 적대적인 관계를 종결시킬 수 있는 역사적 발전을 위한 조건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외의 종말은 인간 유의 보편성과 자유가 자유로우며 다차원적인 인간 삶 속에서 직접 나타날 때, 개인들 각자의 발전 단계로 사회 발전과 인간 진보의 일반 단계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줄 사회적 조건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자기 소외인 사적 소유에 대한 적극적 지양이며, 따라서 인간을 통한, 인간에 대한 인간 본질의 실제적인 전유이다." - P 103

"유산계급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동일하게 인간의 자기 소외를 나타낸다. 그러나 유산계급은 이 자기-소외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그것을 더 확고히 하려하기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이 소외가 자신들의 권력임을 알기 때문이고, 소외 안에서 인간 존재의 외관을 소유하기 때문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이 소외 속에서 스스로가 파멸하고 있다고 느끼며, 소외에서 자신의 무력감을 발견하고, 동시에 인간 실존의 실제성을 발견한다. 헤겔의 말을 사용해 보자면,프롤레타리아는 질적으로 저하되지만, 그러한 저하에 대한 반란이기도 하다. 즉 프롤레타리아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인간 본성과 자신의 삶이 처한 상황, 즉 그 본성에 대한 공개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철저한 부정이라 할 수 있는 상황 사이의 모순으로 이끌린다." - P 98

8개의 좋아요

최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막 읽고 있었습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를 어떻게 보았는가가 생각보다 좀 막연했는데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